우리 동네 뒷산은 안전한가요?
우리 동네 뒷산은 안전한가요?
  • 김경선 차장
  • 승인 2016.07.2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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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K COLUMN

 ‘OUTDOOR’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활동, 한국에서는 단연 등산입니다. 국토의 70%가 산으로 뒤덮인, 어 느 도시에서나 1시간 내로 산에 접근할 수 있는 축복받은 땅이지요. 국내 인구 약 5,100만 명, 이 중 등산 인구가 2,000만 명에 육박한다는 조사가 있으니 우리나라 사람 10명 중 4명은 등산을 즐긴다는 소리네요. 다소 과장된 수치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산을 좋아하는지 반증하는 지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요즘 섣불리 등산에 나서기 힘든 사건이 연이어 터졌습니다. 지난 5월 말, 서울 수락산에서 60대 여성 등산객이 일면식도 없는 괴한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른 주말 아침, 홀로 산으로 향한 등산객 에게 벌어진 비극이었습니다. 경악할만한 일은 열흘이 채 되지 않아 또 다시 일어났습니다. 이번에는 수락산과 멀 지 않은 사패산에서 발생했습니다. 홀로 산을 찾은 50대 여성 등산객이 40대 괴한에게 죽임을 당한 것입니다. 끔 찍한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자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등산을 자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도대체 이런 일이 왜 자꾸 일어나는 걸까요.

아웃도어 기자 생활 11년 차. 전국 방방곡곡 참 많은 산들을 다녔습니다. 한창 산행 취재를 다니던 시절, 항상 사진기자와 짝을 이뤄 취재를 했지요. 산에 다녀 본 사람은 알겠지만 사실 평일에는 도심 인근의 이름 난 산을 제 외하고는 인적이 정말 드뭅니다. 5~6시간 산행을 해도 등산객을 만나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죠. 인적 드문 산에 서 가장 무서웠던 건 멧돼지였습니다. 여자 둘이 등산로를 온통 파헤쳐 놓은 멧돼지의 흔적을 따라 걷다 보면 등 골이 오싹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만나는 등산객은 어찌나 반가운지요. 그런데 이제는 상 황이 달라졌습니다. 인적 드문 산에서 만나는 ‘사람’이 과연 반가울 수 있을까요? 이제 산마저도 마음껏 갈 수 없 는 곳이 되는 걸까요?

얼마 전 안심이 되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충주경찰서에서 경찰관으로 구성된 산악회를 중심으로 48명의 ‘등산 로 순찰대’를 출범했다는 소식입니다. 주간과 야간에 수시로 금봉산과 계명산, 심항산에서 순찰활동을 벌이고, 더 나아가 민간 산악회와 업무협약을 맺어 활동을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통영도 등산객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면 서 관광객이 많이 찾는 미륵산과 벽방산, 천암산 등 주요 등산로 입구 9곳에 CCTV 27대를 설치했습니다. 발 빠 른 지자체들은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해 자구책을 마련하는 모양새입니다. ‘산’이 불안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지 요. 충주처럼 전국적으로 등산로 순찰대를 구성해 범죄자들로 하여금 ‘산이 더 이상 범죄를 저지르기 쉬운 곳’이 라는 이미지를 없애는 작업이 필요해 보입니다.

산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녹음이 주는 아늑함이 좋고, 숲을 가득 메운 노목이 내어주는 숲내음이 향긋 하고, 능선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전망이 마음을 위로합니다. 산은 누구에게나 휴식의 공간이지요. 이런 산이 더 이상 범죄의 사각지대로 전락해서는 안 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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