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잃은 스콧성과 패커드 자동차
주인 잃은 스콧성과 패커드 자동차
  • 글 사진 앤드류 김 기자
  • 승인 2016.07.2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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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죽음의 계곡 국립공원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 경계에 위치한 광활한 사막, 이름도 무시무시한 죽음의 계곡 국립공원Death Valley National Park이다. 개장 시간 보다 이르게 스콧성에 도착해 주위 사막을 걸었다. 사막의 모래알들이 신발 밑에서 ‘뿌득뿌득’ 소리를 치니 왠지 아무도 없는 사막에서 들려오는 유일한 생명의 소리인 것 같아 발바닥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사막의 모래알 하나하나가 뭉치고 또 뭉치면서 형성된 죽음의 계곡 국립공원 속에는 지금도 많은 미스터리가 꽁꽁 숨은 채 여행객을 유혹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스콧성. 그리고 이 성 안에 1914년에 생산된 주인 잃은 자동차 패커드Packard가 있다.

광활한 모래사막 죽음의 계곡 국립공원 깊숙한 곳에 위치한 스콧성Scott’s Castle은 지금으로부터 약 90년 전, 스콧이라는 사기꾼 전과자와 시카고의 백만장자였던 이 성의 실제 주인이 사기와 우정으로 얽히고설킨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성의 실제 주인인 알버트 존슨Albert Johnson이 아닌, 우정을 나눈 스콧의 이름을 따 지금까지 불리니 참 대단한 사기꾼임엔 틀림없어 보인다.

   
 
   
 

당시 곡마단에서 퇴사한 스콧은 서부의 금광이 미국 전역을 술렁이게 만들던 그때 그럴듯한 금광 사기극을 꾸민다. 여기에 넘어간 이가 바로 시카고의 부자 존슨이었다. 금광을 발견했다고 사기를 친 스콧에게 개발자금을 투자한 존슨은 부인과 함께 소식이 없는 스콧을 찾아 지금의 스콧성 자리에 있던 광산으로 찾아온다.

도로나 교통편이 열악해 천신만고 끝에 사막 깊숙한 광산에 도착한 존슨은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금세 눈치 챈다. 그런데 시카고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 장애가 심했던 존슨은 이곳에 도착하면서 신기하게 다리 통증이 사라졌다. 스콧은 존슨의 부인 베시에게 남편의 건강을 위해 이곳에 별장을 짓자고 부추겼다. 당시 라디오 전파 수신이 안 되는 사막에서 곡마단 출신 스콧의 코믹한 재담과 노래는 모두를 웃게 만들었고, 자연스레 스콧과 존슨은 우정을 쌓아가게 됐다.

1922년, 드디어 스콧성을 짓기 시작했다. 이후 1929년 공사가 막바지에 들어갔지만 측량사의 실수로 국립공원 편입지라는 것을 알고 난 후 공사는 중단되었다. 이런 이유로 야외수영장은 지금까지 미완성으로 남겨졌다.

   
 
   
 

성에는 주인을 잃고 남겨진 외로운 자동차 한 대가 놓여 있다. 존슨이 1914년에 구입한 패커드 자동차 모델 4-48로, 당시 6기통에 시속 100km로 달릴 수 있는 럭셔리 자동차였다. 이 차는 세계 최초로 고무 지붕이 뒤로 접혀지는 무게 2톤의 오픈카였다. 몸체는 모두 초경량 알루미늄에 하체 프레임은 강철로 만들어 안전성을 높였고 모든 이음매나 나사는 니켈에 브라스 도금을 입혀 장기적으로 녹슬지 않게 만들었다. 차의 가격은 4,850달러였으며, 당시 집 한 채를 구입할 수 있는 최고급 승용차였다. 패커드 승용차는 그 옛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이곳 죽음의 계곡 국립공원 안에서 주인을 잃은 패커드 자동차를 만나 보니 세월의 무상에 씁쓸함이 밀려온다.

천하의 사기꾼과 패커드 승용차로 죽음의 계곡을 오고 갔을 백만장자, 이들의 미스터리한 우정은 사막의 밤하늘을 수놓은 은하수 빛에 그만 눈이 멀어 일어난 일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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