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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적함을 방해하는 밤의 습격자, 결로 이야기
쾌적함을 방해하는 밤의 습격자, 결로 이야기
  • 글 사진 ‘양식고등어’ 조민석 기자
  • 승인 2016.07.2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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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고등어’의 텐트 이야기

이번 달 주제는 물입니다. 텐트와 물의 연결고리는 무궁무진합니다. 플라이시트 밖으로 흘러내리는 빗물부터 텐트 안에 맺히는 결로, 극심한 추위에 플라이를 뒤덮은 성에까지. 텐트와 물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현존하는 4인용 백패킹 텐트 중 가장 작고 가벼운 텐트중 하나인 블랙다이아몬드 가이딩라이트 텐트입니다. 최소 수납 무게가 2.5kg이 되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데, 정작 엄청나게 얇은 립스탑 계통의 원단으로 만든 싱글월 텐트다 보니 결로도 현존하는 텐트 중 가장 최강인 것 같습니다.

결로. 텐트 안에서 잠을 청하는 캠퍼에게 결로는 결코 반가운 손님이 아닙니다. 자고 일어났더니 결로 때문에 침낭이 눅눅해졌다거나, 텐트 바닥이 흥건하게 젖어있다거나 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니까요. 이너텐트와 플라이시트가 별개인 더블월 텐트야 결로 때문에 불편을 겪는 경우가 비교적 적지만, 경량화에 초점을 맞춘 나일론 계통 소재의 백패킹용 싱글월 텐트 안에서 잠을 청할 때는 결로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결로를 완전히 없애고 싶지만 사실 텐트와 결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결로를 최소화시킬 순 있어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는 뜻입니다. 텐트에서 결로를 완전히 사라지게 만들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가루다 눅턱 텐트입니다. 초대 창업주 바이런 슈츠의 철학과는 정반대로 경량화와 효율성에 더 초점을 맞춰 등산 스틱 하나만으로 폴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획기적이었지만, 이너텐트를 메쉬로 만들다 보니 더블월 텐트임에도 결로가 심한 단점이 있습니다.

▲ 반복적으로 결로가 맺혔다가 사라지는 현상은 텐트 스킨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사진 속 텐트는 노스페이스에서 70년대 중후반에 출시한 VE-23 텐트입니다. 원단의 노후가 눈에 띄지요.

결로, 답은 구조에 있다

텐트에 결로가 생기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려면 초등학생 수준의 과학적 배경지식이 약간 필요합니다. 물이 수증기가 되는 것을 기화라고 하고, 수증기가 물이 되는 것을 액화라고 합니다. 텐트에 맺히는 결로는 액화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텐트 내부와 실외의 온도 차이가 없다면 이론적으로 결로 현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텐트 안에서 작은 전열기구를 사용하거나, 직사광선으로 인해 내부가 뜨거워지거나, 실내에 사람이 머물며 호흡하는 등의 상황에서 텐트 실내와 실외의 온도차가 생기기 시작하지요.

▲ 더블월 텐트의 결로 현상은 플라이시트와 이너텐트 사이에서 일어나지요. 결로는 이너텐트를 타고 흘러 바닥으로 사라집니다.

▲ 백패킹에는 전혀 적합하지 않은, 그러나 육중한 무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투습 기능 덕분에 장박용 텐트나 오토캠핑용 텐트에 주로 사용되는 네덜란드 태생 드바르드 텐트입니다.

해가 지고 난 뒤 기온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실내외 간 온도 차는 점점 커지게 됩니다. 기온이 떨어지면 공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분의 양도 줄어들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공기는 한계치보다 더 많은 수분을 머금게 되면서 과포화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결국 공기가 머금은 수분이 비교적 따뜻하게 데워진 텐트에 부딪히며 이슬로 맺힙니다. 이 현상을 우리는 결로라고 부르지요.

사실 최저기온이 영하 30도를 넘나드는 극지방 혹은 한대 산간지방에서 텐트를 사용할 때에는 결로에 대한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외기에 있는 수분이 바로 얼어버리는 바람에 고체 상태인 성에로 들러붙기 때문입니다. 결로가 없으니 텐트를 철수할 때도 탁탁 털어내 버리면 그만입니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트레킹이나 백패킹, 오토캠핑의 경우에는 상황이 다릅니다. 성에를 탁탁 털어내려면 혹한기에서나 가능한 일이지요. 대개의 경우 새벽녘에 손으로 텐트 스킨을 가볍게 훑기만 해도 물기가 손 전체에 묻어나거나 더 심한 경우에는 이너텐트의 안쪽을 손으로 살짝만 만져도 물이 비 오듯 우수수 떨어지기도 합니다.

▲ 립스탑 계통의 원단을 사용하면서도 실내 공기 환기 구조에 적지 않은 공을 들인 텐트메이커 중 하나로 가루다를 손에 꼽을 수 있습니다. 누웠을 때 발이 향하는 후방은 높이를 낮추어 하단에서 바람이 들이칠 수 있게 만들고, 바람이 좁은 곳으로 들어오면 넓게 퍼진다는 특성을 이용해 전방은 사다리꼴 형태의 폴로 높여 바람길을 만든 것이지요.

▲ 텐트메이커 가루다의 스테디셀러로 손꼽히는 파타르 모델입니다. 당시 바이로텍스 열풍이 강했음에도 굴하지 않고 더블월 텐트 고유의 결로에 대한 탁월한 대처능력과 환기 시스템만으로 승부를 건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전방부에만 바람이 나가는 길을 3개나 만들었습니다.

결로를 줄이기 위한 노력들

그렇다면 결로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요? 아쉽게도 이론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텐트에서 결로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토드텍스 계열의 원단이나 캔버스 계열의 원단으로 만든 텐트는 결로가 없다고 착각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실제로 원단을 만져보면 촉촉하게 젖어 있지요. 다만 결로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텐트메이커들의 여러 가지 실험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외기와 내기를 구분하는 격벽이 하나뿐인 싱글월 텐트에 비해 외기와 내기 사이를 구분하는 격벽이 두개인 더블월 텐트가 결로 현상이 적게 일어납니다. 기체가 머무르는 공간이 2곳이냐 3곳이냐의 차이인데, 더블월 텐트의 경우 플라이와 이너 텐트 사이에 있는 공간이 외기와 내기의 온도를 평균치로 유지시키기 때문입니다.

▲ 파타르 모델처럼 비교적 큰 텐트는 후방 출입문을 만들면서 환기구 형태도 특이하게 제작했습니다. 지퍼를 2개씩 달아서 출입구의 상단부만 개방할 수 있게 해 놓은 것이지요.

실제로 사용해 보면 이너텐트의 내부는 뽀송뽀송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결로가 생기지 않습니다. 대신 플라이시트 내외부에 결로가 생기는데 이 경우 이너텐트 외부는 플라이시트에서 떨어지는 결로를 튕겨내는 발수코팅만 가공하여 상품으로 출시하지요. 더 나아가 공통적으로 텐트 구조를 개발하면서 추구하는 것이 바로 환기 시스템의 효율성입니다. 실내와 실외 간의 공기 순환이 잘 이루어지게 함으로써 기온차를 최대한 줄이면 결로 또한 최소화됩니다. 물론 환기율이 높아지면 체감온도의 변화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과 텐트 안 장비들마저 결로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이를 극복하는 대안이 바람길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집 안에서 마주보고 있는 창문을 한쪽만 열면 바람이 통하지 않지만, 양쪽 모두 열면 바람이 통하는 것과 같은 원리지요.

대표적으로 환기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데에 상당히 많은 공을 기울인 사례가 텐트메이커 가루다인데요. 비비색 모델을 제외하고 출시한 모델 전체에 사다리꼴 모양의 메인 폴을 사용하는 특유의 환기 시스템을 직접 개발하여 결로에 효과적으로 대응했습니다. 수많은 텐트들의 환기 체계를 살펴보고 경험했음에도 아직까지 텐트메이커 가루다가 개발한 환기 시스템보다 더 훌륭한 바람길을 만든 텐트는 보지 못했습니다.

▲ 싱글월 텐트의 가장 큰 숙제인 결로 문제를 3중 라미네이팅 공법을 통해 투습 기능으로 승화시킨 텐트메이커 바이블러의 밤쉘터 텐트입니다. 안쪽에서 만져보면 라미네이팅 과정 중 부직포에 보풀이 일어난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결과 표면적이 넓어져서 더 효율적으로 결로가 증발한다고 합니다.

원단 재질의 측면에서는 통상적으로 캔버스 원단이 나일론 원단에 비해 결로에 강한 것이 정설입니다. 비록 캔버스 원단이 무거운 것은 사실이지만 스킨 외부에 맺히는 결로 중 일부가 텐트에 스며들어 실내의 습도를 적정 상태로 조절하면서 흘러내리지 않게 합니다. 이 점을 활용해 캔버스와 나일론을 적정선에서 혼방하여 투습성과 쾌적성, 경량성의 장점을 모두 살린 텐트도 출시되고 있지요.

실제로 백패킹이나 알파인 분야에서 사용하는 텐트에서 투습성과 경량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원단도 있습니다. 토드텍스 계열의 원단이지요. 토드텍스 계열 원단은 립스탑 계열 원단과 폴리우레탄 계통의 원단, 부직포 원단을 한꺼번에 라미네이팅하여 하나로 붙인 싱글월 텐트용 소재입니다. 결로에 상대적으로 취약하지만 방수코팅 공정이 비교적 간단합니다. 또한 성능과 내구성이 뛰어난 나일론 원단의 특성과 내구성은 비교적 떨어지지만 흡습성과 투습성에서 강점을 보이는 폴리우레탄 계열의 원단 및 부직포 원단의 특성을 잘 활용하여 경량화를 추구하고 결로를 완화했습니다. 결로를 없애는 대신 투습성을 높인 텐트는 건조가 빨라 실내를 쾌적하게 만들어 1970년대 후반 텐트메이커 시장에서 유례없는 신드롬이 일어났습니다.

▲ 토드텍스 원단의 성공 이후 다른 텐트메이커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원단을 만들어냈지요. 대표적인 것이 노스페이스에서 개발한 버텍스 원단입니다. 토드텍스의 근본적인 기능을 100% 재현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지요.

캠퍼들에게는 꺼려지는 현상이지만 결로는 물이 귀한 아프리카 지역에서 식수를 구하기 위한 간이 설비에서 가장 주요한 원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모래로 된 땅을 파서 위에 비닐을 덮고 벽돌로 고정하여 비닐에 맺힌 결로를 모아 식수로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결로를 없애는 불가능한 일에 매달리는 대신 결로를 활용해 실내의 습도를 조절하는 기술도 나온 만큼 텐트에 맺히는 결로로 휴대용 정수기를 만들어 난민촌 등지에서 식수로 활용한다면 어떨지 상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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