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인 것 같던 그곳, 우도
세상의 끝인 것 같던 그곳, 우도
  • 이지혜 기자
  • 승인 2016.07.2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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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필수 코스, 낭만의 섬에서 즐기는 잔잔한 여행

우도 입도 전날 밤, 동행이 우도가 있는 곳을 가리키며 “세상의 끝 같다”는 짧은 소감을 전했을 때, 드는 생각은 오로지 ‘내일 우도에 갈 수 있을까’였다. 구름이 가득 깔린 하늘에는 달빛이 물렁했다. 해안도로가 곧 절벽으로 변해 차를 집어삼킬 것 같았다.

▲ 세상의 끝인것 같던 그곳, 우도에 왔다.

날 좋은 날, 우도를 찾는 사람은 행운이란다. 다음 날 아침 선착장에 도착해보니 우리가 행운아가 아닌 건 분명했지만, 다행히 입도는 가능했다. 덕분에 우도를 찾는 사람이 없어서일까. 주말에도 대기시간 없이 쉽게 배에 오르내릴 수 있었다.

우도는 대부분 성산포항 종합여객터미널에서 입도할 수 있다. 차를 가져간다면 약간 복잡할 수도 있는 승선 과정.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우도 왕복 요금은 경차 기준 2만1,600원. 승선신고서 2부를 작성한 뒤 안내에 따라 차를 이동하면 된다. 여름철엔 우도발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성산발 오전 7시부터 오후 1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운항한다. 15분 남짓 배 위에 있다 보면 어느새 우도에 도착했다는 안내가 들려온다. 특산물 땅콩처럼 작은 육지. 그 속에서 고소한 냄새가 불어온다.

▲ 우도는 대부분 성산포항 종합여객터미널에서 입도할 수 있다.

지름 4km가 채 되지 않는 작은 섬엔 유난히 탈 것이 많다. 제주도에서부터 끌고 오는 자동차, 귀여운 모양의 전기차, 2인용 자전거 등 탈것의 천지다. 그 속에서 비바람을 뚫고 두 다리만으로 여행하는 젊은이들도 눈에 띈다.

우도 선착장에 왔으면 으레 먹어야 한다는 한라산 볶음밥. 정갈한 한치 두루치기를 먹고 난 뒤 주문할 수 있다. 젊은 청년들은 보이지도 않는 화려한 손놀림으로 밥 한 공기를 금세 제주도로 만들더니, 한라산을 만들고, 백록담을 만들더니, 내가 있는 우도까지 만들어준다. 입에선 쉴 새 없이 제주도의 탄생에 관한 스토리 텔링이 이어진다. 식탁 위에서 즐기는 제주도의 탄생은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볼거리와 먹거리다.

▲ 식탁 위에서 즐기는 제주도의 탄생은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볼거리와 먹거리다.

배를 두둑이 채웠다면 시원한 커피 한잔 할 차… 례는 이곳에선 아니다. 특산물 땅콩으로 만든 빙수가 있다. 여름, 우도에선 커피보다 땅콩 빙수가 더 인기란다. 맛보지 않고 넘어가긴 분명 아쉽다.

하고수동해수욕장 바로 옆에 놓인 예쁜 건물, 블랑로쉐다. 카페이자 우도에서 가장 예쁜 바다 전망을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땅콩 빙수가 맛있기로도 유명하다. 얼음을 품은 고소한 땅콩가루가 입 안에서 터진다. 프랜차이즈 빙수집에서 파는 인절미 빙수와는 차원이 다른 고소함이다. 오물거리며 카운터에 놓인 엽서를 가져왔다. 우중충한 여름 날, 이곳에서 보낸 시간을 기록한다.

▲ 프랜차이즈 빙수집에서 파는 인절미 빙수와는 차원이 다른 고소함이다.

잔잔한 드라이브를 시작한다. 아기자기한 카페가 많다. 전망 좋은 게스트 하우스에선 다음을 기약한다. 또 다른 특산물이라는 뿔소라가 횟집 수족관에 즐비하다. 비가 개의치 않는 강아지는 찻길 한가운데서 뻔뻔히도 잘 잔다.

▲ 지름 4km가 되지 않는 작은 섬엔 유난히 탈것이 많다.

다양한 탈것이 있지만 도로가 좁고 굽이져 조심해야겠다. 날 좋은 날, 관광객이 많이 모이기라도 한다면 교통사고의 위험이 높아 보인다. 한 바퀴를 도는 데 채 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 아기자기한 카페가 많은 우도의 한적한 거리.

비가 와 어딘가에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어젯밤, 세상의 끝 같다던 이곳으로 와보니 저 멀리 구름에 휩싸인 곳이 또 다른 세상의 끝 같다. 끝을 향해 가다보면, 마침내 끝은 나오지 않고 넓어진 세상이 보여 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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