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곧은 선비들 은거한 충절의 산
올곧은 선비들 은거한 충절의 산
  • 김경선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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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푸마와 함께하는 KOREA TRAVEL 서울 강남 ② 청계산 트레킹

서울의 원터골·성남의 옛골·의왕의 청계사 코스 가이드

▲ 매바위에 서면 성남과 분당 시내가 한 눈에 보인다.
한강 이남 지역에서 관악산과 더불어 가장 인기 있는 산은 청계산이다. 포근하고 아늑한 산세와 수려한 계곡, 잘 정비된 등산로와 쉼터는 건강을 염려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한없이 끌어들인다. 지하철과 버스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주말이면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청계산의 코스를 낱낱이 파헤쳐봤다.


서울과 경기도의 성남·과천·의왕시에 걸쳐있는 수도권 남부의 명산 청계산(淸溪山, 618m)은 남북으로 흐르는 능선을 중심으로 산세가 수려해 강남의 등산 인구가 몰려드는 산이다. 전체적으로는 부드러운 육산이지만 정상인 망경대와 석기봉 일대는 우람한 암봉이 솟아 있어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면모를 보인다.

청계산은 청룡이 승천했던 곳이라 하여 과거에는 청룡산이라고 불렸다. 고려말 학자인 목은 이색(牧隱 李穡, 1328~1396)은 자신의 시조에 ‘청룡산 아래 옛절, 얼음과 눈이 끊어진 언덕이 들과 계곡에 잇닿았구나’ 하고 기록했으며, 읍지(1899년)에는 ‘청계산은 군 동남으로 8리에 있는데 일명 청룡산이라 한다’고 기록했다. 청룡산이라는 이름은 관악산을 백호산이라 부른 데 반하여 청계산이 좌청룡에 해당한다는 풍수설에 따라 그렇게 부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청계산은 한강 남쪽을 흐르는 한남정맥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한남정맥은 속리산 천황봉(1058m)에서 가지를 쳐 북서쪽으로 음성, 용인, 수원을 거치며 광교산(582m)을 지나 백운산(566m)에서 북쪽인 서울 방향으로 작은 지맥을 흘려보낸다. 지맥은 북상하면서 바라산(428m)과 국사봉(540m)을 빚어내고 절고개 능선에서 둘로 갈라진다. 왼쪽은 과천 매봉(369m)~관악산(629m)~우면산(313m), 오른쪽은 청계산~구룡산(284m)~대모산(292m)로 이어진다.

산이 지리적으로 한남정맥에 뿌리를 두고 있다면, 역사적으로는 곧은 선비들이 난세를 피해 은거한 충절의 산이다. 대표적인 인물은 고려의 충신 이색과 조윤, 조선 중기 김종직의 문하로 활동하던 일두 정여창이다. 고려의 충절이라 할 수 있는 이색과 조윤은 망경대에서 고려의 수도 송도를 바라보았다고 한다.
정여창은 청계산 석기봉 아래 금정수(金井水)와 깊은 관련이 있다. ‘과천현신읍지’에 보면 ‘청계산 정상에 금정수가 있는데 깎아지른 백 척 바위 절벽 사이로 맑은 물이 솟아나며 물빛은 황금색을 이룬다’고 기록되어 있다. 무오사화의 반란을 미리 알고 청계산으로 피신한 정여창이 금정수에 은거한 것이다. 훗날 정여창이 사화에 연루되어 사약을 받고 함경도 종성 땅에서 시체가 잘리는 극형을 당하자 이곳 금정수의 샘물이 핏빛으로 변했다고 한다.

▲ 석기봉과 망경대(왼쪽). 청계산은 전체적으로 육산이지만 망경대와 석기봉은 암봉으로 이루어져 강함과 부드러움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다양한 코스 발달해 등산객 북적
▲ 매봉 가는 길의 명물인 목계단길.
청계산은 최고봉 망경대를 중심으로 북쪽으로 매봉과 옥녀봉, 남쪽으로 이수봉(545m)과 국사봉을 거느리고 있다. 산행은 서울시 서초구 원지동 원터마을이나 성남시 상적동 옛골, 의왕시 청계동 들머리를 통해 시작한다. 이중 대중교통이 편리하고 등산로가 잘 정비된 원지동 원터마을이 가장 인기 있는 들머리다.

원터골 코스는 진달래능선~옥녀봉~매봉 구간 산행이 일반적이다. 원터골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경부고속도로 굴다리 밑을 지나 100m 들어가면 260여 년 묵은 갈참나무 두 그루를 만난다. 그 앞에 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다. 입구에서 약수가 콸콸 나오는 원터골 쉼터까지 30분이면 도착한다. 쉼터에서 참나무가 늘어선 나무계단을 따라 15분을 오르면 다시 삼거리다. 여기서 오른쪽 가파른 계단을 잠시 오르면 주릉에 붙는다. 주릉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400여m 거리에 옥녀봉이 있고, 왼쪽 방면을 따르면 매봉이다.

옥녀봉 정상에 오르면 과천시와 동물원·식물원이 있는 서울대공원, 각종 놀이기구가 있는 서울랜드, 우리나라의 미술사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이 내려다보인다. 옥녀봉에서 1시간 정도면 북쪽 화물터미널로 바로 하산할 수 있다. 남쪽 능선으로 내려서면 매봉 방향이다. 옥녀봉에서 30분 능선을 타면 나무계단이 나타난다. 이 계단은 매봉 직전까지 이어지는데, 마지막 번호가 2312다. 옥녀봉에서 매봉까지는 1시간10분 정도 걸린다.

▲ 절고개 능선에서 과천 매봉으로 향하는 능선. 이 능선은 오른쪽으로 보이는 관악산으로 이어진다.

주변 조망 뛰어난 매봉~국사봉 주릉 코스
▲ 관악산이 잘 보이는 국사봉.
청계산 산행의 백미는 매봉~만경대~국사봉 주릉 코스다. 매봉에서 완만한 능선을 따라 15분 정도 내려서면 혈읍재 삼거리. 왼쪽 길은 옛골로 통하며 등산로가 완만하고 쉬워 1시간 정도면 하산할 수 있다.

혈읍재에서 석기봉 가는 길은 복잡하다. 혈읍재에서 계속 능선을 타면 망경대 정상을 앞에 두고 등산로가 양쪽으로 우회하는데, 동쪽 등산로가 우회하는 길이 짧고 전망이 좋다. 40분 정도 걸린다. 혈읍재에서 서쪽으로 우회하는 길은 망경대를 크게 우회해 석기봉으로 이어진다. 산길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서는 지점에서 두 갈래로 나뉜다. 윗길로 오르면 망경대 우회로를 바로 만나며, 밧줄이 묶인 아랫길을 따르면 마왕굴을 거쳐 석기봉 앞 커다란 공터에 닿는다. 굳이 마왕굴을 보지 않으려면 윗길을 따르는 것이 빠르다.

▲ 소나무들이 우거진 이수봉.
석기봉 정상에 망경대와 서쪽 관악산, 서울랜드와 경마장 조망이 일품이다. 석기봉 밑 널찍한 공터에서 15분 걸으면 능선 삼거리다. 오른쪽으로 들어서면 응봉·매봉산 방면이고, 오른쪽 길은 이수봉이다. 이수봉까지 10분이면 도착한다. 소나무가 우거진 이수봉 정상에서 동쪽 능선을 따르면 옛골로 하산할 수 있다. 1시간 정도 걸린다. 이수봉에서 남쪽 능선을 40여 분 따르면 국사봉이다. 국사봉에서는 금토동으로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청계산 교통편
원터골·옛골ㅣ 지하철 3호선 양재역 7번 출구로 나와 4432 녹색버스를 이용한다. 버서는 개포동~영동세브란스 병원~뱅뱅사거리~양재역~산림욕장~원터골~옛골을 운행한다. 주말에는 432번 버스가 양재역~원터골~옛골, 서초구청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서초구청~양재역~원터골을 왕복한다.

금토동ㅣ 옛골에서 11-1번 마을버스를 탄다. 옛골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고속도로 교각 밑을 지나 등산로가 시작되는 지점에 마을버스가 선다. 이 버스는 모란역~고등동~옛골~금토동을 10~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청계사ㅣ 지하철 4호선 인덕원역 2번 출구, 버스 정류장에서 청계사행 마을버스 10번, 10-1번을 탄다. 배차 간격은 15~20분, 주말은 간격이 짧아진다.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청계사까지 도보로 30분 걸린다.
호젓한 의왕·과천 코스
원터골과 옛골에 비해 의왕시 청계동의 청계사 들머리는 무척 한산하다.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20분을 걸어 오르면 ‘우담바라 핀 청계사’라고 쓰인 돌비석이 있다. 청계사의 명물인 거대한 와불 오른쪽으로 등산로가 보인다. 등산로를 따르면 절고개 능선을 통해 이수봉에 오를 수 있다. 원점회귀를 하려면 국사봉까지 산행한 후 산길을 되돌아 나와 안부에서 서쪽 청계사 방면으로 하산하면 된다. 단 청계사로 내려가는 길에는 이정표가 없으니 길을 잃지 않도록 유의한다. 청계사~이수봉~국사봉~청계사 코스는 2시간30분 걸린다.

과천 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문원동 들머리는 지하철 4호선 정부종합청사역에서 도보로 15분 거리로 삼림욕장, 약수터, 운동시설이 잘 정비돼 있다. 하지만 교통이 불편하고 송전탑이 많아 다른 코스에 비해 조망이 좋지는 않다. 문헌동 등산로 입구에서 매봉까지는 40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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