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도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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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혜 기자|사진제공 영화사조제, 어뮤즈, 인디스토
  • 승인 2016.07.2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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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MOVIE 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고양이 사무라이’, ‘고양이 춤’

집 안 어디에 있든 문득 고개를 돌려보면 시선이 닿는 곳에 고양이가 있다. 애교도 없고 조르지도 않지만 그 대신 나를 바라보고 있다. 바쁠 때는 등 뒤에서, 잘 때는 발밑에서 나를 느낀다. 고양이는 그렇다. 시선을 거두지 않고 찬찬히 바라보는 것. 고양이와 할 수 있는 최고의 교감이다.

고양이 밭에 서 있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일본 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를 강추한다. 어려서부터 주위에 고양이가 끊이질 않는 사요코. 뒤만 돌아보면 졸졸 따라오는 고양이들을 어찌할 수 없어 함께 살기도 오래다. 다양한 고양이의 다재다능한 특기 덕분에 마음의 상처가 있는 사람들에게 고양이를 렌트해주는 그녀의 직업을 뭐라 불러야 적당할까. “외로운 사람에게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고 외치며 강변을 매일같이 걷는 사요코. 각자의 사연으로 외로운 사람들이 하나 둘씩 고양이를 빌려 가고, 고양이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사람의 상처를 호호 불어준다. 세 개의 잔잔한 에피소드가 고양이로 묶여있는 달콤하고 나른한 영화다.

<고양이 사무라이>는 일본의 고양이 사랑을 잘 보여주는 고양이 소재 영화다. ‘냥심은 칼보다 강하다’는 덕력 좔좔 흐르는 포스터부터 남다르다. 시대는 에도시대 말기. 한때 공포의 검객으로 이름 날렸던 큐타로는 사실 사람을 죽일 수 없는 착한 마음의 소유자다. 하지만 사무라이 정신으로 일거리를 찾아 가족을 떠나왔다.

어느 날 칼 잘 쓰기로 소문난 큐타로에게 고양이를 제거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하지만 고양이와 마주친 큐타로는 홀린 듯 고양이를 데려오게 되고, 초보 집사의 냥줍일기는 어설프게 시작된다. 심쿵을 유발하는 고양이의 연출력에 제법 눈호강이 되는 영화다. 쫀쫀한 스토리를 기대하기 보다는 고양이와 어설픈 초보 집사와의 밀당에 큰 점수를 줘야한다. 2편까지 나온 이 영화의 배급사는 영화의 수익 전액을 길고양이를 돕는 데 쓰기도 했다.

<고양이 춤>은 유일한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다. 스토리와 주인공이 있기보다는 길고양이 관찰 기록에 가깝다. 시를 쓰고 여행하는 이용한 작가, CF와 영화를 만드는 윤기형 감독이 만들었다. 어느 날 운명처럼 길고양이에게 마음을 열게 된 두 남자. 시인은 사진기를 들고 길고양이를 매일 촬영한다.

CF 감독은 카메라로 길고양이를 뒤쫓으며 그들에게 사료를 챙겨주는 사람들을 만난다. 어느새 자주 보이는 고양이에겐 이름을 지어주고, 어쩌다 보이지 않으면 걱정한다. 차츰 고양이들과 소통하는 두 남자.

하지만 길고양이를 향한 세상의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두 남자는 그들의 목소리마저 담담히 기록했다. 잘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다. 길고양이를 끈기와 사랑으로 관찰한 그들의 마음이 영상으로 전달된다. 사람과 고양이의 공존을 위한 노력이 고마운 영화다.


며칠 전,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집으로 올라와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그릇도 없던 그 사료를 발로 뭉개는 할아버지를 봤다. 마침 사료에 접근하던 고양이를 위협하며 욕을 뱉고 있었다. 이상하게 화는 나지 않고 눈물과 두려움이 흘렀다. 고양이의 체온은 37.5도. 사람보다 1도 높다. 길고양이를 향한 사람의 마음이 1도씩만 따뜻해지는 세상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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