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YLE|MOVIE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아기였죠. 하지만 어느샌가 내가 나이를 더 먹어가고 있었어요. 어떤 날엔 그게 너무 이상해서. 같은 시간을 살아갈 수 없다는 것에 화가 나기도 했어요. 하지만 나의 죽음도, 당신의 병이 가져온 고통과 슬픔도 나이를 먹어갔어요. 참 즐거웠어요. 고마워요.
틈틈이 나오는 구구의 모습은 감탄을 자아낸다. 장면과 스토리에 적합한 고양이의 표정을 잡아내는 능력은, 조금 분하지만, 고양이를 매우 사랑하는 일본이 아니고선 아직은 불가능할 거다. 친절한 듯 불친절하고, 쓸모없는 듯한 장면이 사실은 모두 의미 있는 귀여운 영화다. 고양이를 기른다면 이 영화는 꼭 봐야한다. 공감이란 바람이 두 시간 내내 회오리처럼 불어댄다.
주인공인 만화가 아사코가 15년 간 함께했던 고양이 사바를 떠나보내며 영화는 시작된다. 그리곤 공허한 마음을 채우지 못해 데려온 고양이가 바로 구구다. 아사코는 모두가 행복해지는 만화를 그리고 싶어 한다. 주위엔 유쾌한 친구들과 조수들, 마음에 품은 남자까지 있지만, 섣불리 행복을 잡지 못하는 아사코.
그래서 이건 시간에 관한 이야기고, 남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남은 사람과 남은 고양이, 남은 시간을 보내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다. 다시 만나 작별할 시간이 온다면 참 행운이겠지만, 그러지 못할 대다수의 우리를 위해 남은 시간을 성실히 사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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