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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GOOD…영화 ‘구구는 고양이다’
GOOD GOOD…영화 ‘구구는 고양이다’
  • 이지혜 기자|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 승인 2016.07.2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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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MOVIE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아기였죠. 하지만 어느샌가 내가 나이를 더 먹어가고 있었어요. 어떤 날엔 그게 너무 이상해서. 같은 시간을 살아갈 수 없다는 것에 화가 나기도 했어요. 하지만 나의 죽음도, 당신의 병이 가져온 고통과 슬픔도 나이를 먹어갔어요. 참 즐거웠어요. 고마워요.

내 고양이의 이름은 풀이다. 학대받고 버려져 임시 보호처에 있던 시절, 한눈에 ‘이 아이는 풀이다’라고 결정했던 것은 가만히 창밖을 내려다보던 고양이가 동물보다는 식물에 가까워 보여서다. 우연일까. 풀이는 풀을 사랑한다. 화분이라도 사오는 날엔 초록색 이파리를 쪽쪽 핥는다. 딸기를 주면 빨간 과육보단 싱싱한 꼭지에 더 관심을 보인다.

영화 속 고양이의 이름은 구구다. ‘다 좋진 않지만, GOOD GOOD’이라는 음악이 깔리니, 아마도 구구의 뜻은 GOOD GOOD일 거다. 누구보다 정적이고 여성적인 반려인 아사코와 함께 살아가는 구구는 활동적이다. 낮이면 집에서 휙 나가 산책을 하고 다른 고양이를 따라다니고 마을 사람들과 눈인사를 나눈다. 그리곤 귀가한 집에선 아사코의 등을 하염없이 지켜준다. 모든 것이 GOOD GOOD인 아이다.

틈틈이 나오는 구구의 모습은 감탄을 자아낸다. 장면과 스토리에 적합한 고양이의 표정을 잡아내는 능력은, 조금 분하지만, 고양이를 매우 사랑하는 일본이 아니고선 아직은 불가능할 거다. 친절한 듯 불친절하고, 쓸모없는 듯한 장면이 사실은 모두 의미 있는 귀여운 영화다. 고양이를 기른다면 이 영화는 꼭 봐야한다. 공감이란 바람이 두 시간 내내 회오리처럼 불어댄다.

주인공인 만화가 아사코가 15년 간 함께했던 고양이 사바를 떠나보내며 영화는 시작된다. 그리곤 공허한 마음을 채우지 못해 데려온 고양이가 바로 구구다. 아사코는 모두가 행복해지는 만화를 그리고 싶어 한다. 주위엔 유쾌한 친구들과 조수들, 마음에 품은 남자까지 있지만, 섣불리 행복을 잡지 못하는 아사코.

갑작스레 찾아온 난소암은 아사코에게 새로운 세상을 선물한다. 영화 내내 등장하는 고양이와 외국인은 아사코의 생명 저편에서 사바와 작별할 시간을 만들어준다. 사바가 아사코에게 말하던 순간, 같은 시간을 살아갈 수 없어서 화가 났었다. 고 말하던 그 순간. 사바는 고양이 이기도 했고, 소녀가 된 아이이기도 했고, 빨리 늙어버린 할머니이기도 했고, 내 고양이 풀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건 시간에 관한 이야기고, 남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남은 사람과 남은 고양이, 남은 시간을 보내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다. 다시 만나 작별할 시간이 온다면 참 행운이겠지만, 그러지 못할 대다수의 우리를 위해 남은 시간을 성실히 사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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