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최광호의 KOMSTA 동행기 | ③ 필리핀
▲ 필리핀의 여름 크리스마스 풍경. |
▲ 병원 체육관을 내어줄 정도로 필리핀의 콤스타에 대한 신뢰가 깊다. |
늘 그렇듯이 의료봉사를 시작할 때는 콤스타 윤리강령을 먼저 한다. 나는 그것을 들을 때마다 말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그리하기를, 스스로에게 매번 다짐하고 기도한다.
“나는 자랑스러운 콤스타 단원으로서 나의 명예를 걸고 아래와 같이 선서한다. 하나, 나는 인도주의 실천을 위해 의료봉사에 나의 생애를 바친다. 하나, 나는 의료인의 책임을 다한다. 하나, 나는 한의학의 숭고한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전 세계에 알린다.”
맹서한다는 의미로 손을 치켜들고 선서하며 복창한다. 94회를 이어온 그 꾸준한 노력의 결실은 아마도 여기 이곳 필리핀 사람들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눈빛, 몸짓에 있지 않을까. 콤스타 의료진들을 진심으로 반기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야말로 콤스타가 일구어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여기까지 토대를 만들어 온, 음지에서 누구보다 뜨겁게 움직여온 단장님과 콤스타 임직원들의 얼굴이 스쳐간다.
▲ 진료에 겁을 먹은 아이의 표정이 귀엽다. |
도움 받던 나라 필리핀에 도움을 전한다
어린 세대들은 잘 모르겠지만, 필리핀은 옛날에는 우리보다 잘살았다. 그래서 이곳에는 6·25 전쟁 당시 우리 남한을 돕기 위해 참전했던 분들, 참전용사들이 있다. 갈 때마다 수가 줄어들고 힘없이 늙어가는 그들을 보면서 누구에게나 공평한, 그래서 두려운 시간의 위력을 느끼곤 한다. 아픈 한 사람 한 사람을 온 마음으로 부딪혀가는 의료진들의 모습에 슬며시 마음이 짠해지는데…. 우리도 이렇게 잘살게 되어 그때 받았던 감사함을 조금이라도 되돌려 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 6·25 참전용사들이 진료를 받으러 왔다. |
그래도 말이다. 진료 받으러 오는 사람들 중 가장 질서를 잘 지키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다. 가장 어렵게 살아간다는 이들. 배우지 못하고 그저 하루하루 살아지느라 제 한 몸 돌볼 겨를이 없는 이들의 소박함과 티없음은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그들의 순수함이 유지되기를 바라는 제3자인 나의 마음이 가혹하다. 소박함과 꾸밈없는 그들의 모습에 반했기 때문일까. 이번에 함께한 젊은 한의사 분들도 너무 열심이다. 힘들어도 티내지 않고 끝까지 책임을 다한다.
▲ 혈을 뚫기 위해 부황을 뜬다. 필리핀 사람들도 제법 익숙한 듯 하다. |
아무리 살아가는 중의 일이라지만, 콤스타와 함께하면서 마음 아픈 일이 두 번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두 번째 필리핀 의료봉사를 함께 한 당시 류호균단장님의 죽음이다.
▲ 콤스타 의료진들의 진료모습. |
의료봉사를 갔을 즈음 필리핀에서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창이었다. 시내로 나서면 무더운 여름 공기 사이로 캐럴송이 번져가곤 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최고라고 생각해왔던 내게 무더위 속에서의 크리스마스는 또 다른 새로움이자, 자극이었다. 여름이건 겨울이건, 크리스마스는 어디에서든 계속되는 것임을. 계절이 아니라, ‘그것’이 계속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필리핀은 내게 알려주었다.
필리핀은 어떤 나라? 30만400㎢에 달하는 국토는 북부의 루손섬과 중부 지역에 군집한 수천 개의 섬인 비사얀제도, 그리고 남부 지역의 민다나오섬으로 구분한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해양국으로 인근 바다가 태풍의 발생지이며 환태평양조산대에 있기 때문에 화산과 지진으로 인한 피해도 적지 않다. 1565년부터 스페인이 정복했고, 1898년 독립을 선언했으나 스페인-미국 전쟁으로 미국의 지배를 받았고, 이어 1943년 일본 점령을 거쳐 1945년 미군이 탈환한 후 독립했다. 말레이시아 사바주(州)를 둘러싼 영유권 갈등, 스프라틀리 군도를 둘러싼 베트남·말레이시아·중국·타이완과 영토분쟁을 겪고 있다. |
사진가 최광호 | 1956년 강릉 출생. 고교시절 우연히 시작한 사진에 빠져 거의 모든 시간을 사진과 함께 해 온 사진가. “사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나는 사진이다”로 답하는 여전히 뜨거운, 청춘. 우연한 기회에 스리랑카, 몽골, 티벳, 우즈베키스탄 등 수십 차례에 걸친 <콤스타> 의료봉사에 동행하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숨 쉬며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풀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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