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을까…‘제3인류’
인류는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을까…‘제3인류’
  • 선정 및 발췌 오대진 기자|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6.07.2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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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BOOK

▲ 제3인류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 지음, 전미연 옮김(2016. 4, 열린책들)

<카사노바 006>의 재판

생식기가 달린 최초의 시제 안드로이드 로봇 <카사노바 006>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었습니다. 파리 법원 청사에 나가 있는 조르주 샤라스 기자를 즉시 연결해 보겠습니다.
뤼시엔, 저는 지금 선고 공판이 진행 중인 법원에 나와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있는 이 순간 막 안드로이드의 변론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여러분께 직접 중계해 드리겠습니다.
<카사노바 006, 피고는 피고를 발명한 프랜시스 프리드만 교수를 살해한 사실을 인정합니까?>
<네.>
<피고는 그것이 고의적이고 계획된 범행이었다는 것을 인정합니까?>
<네.>
<범행의 동기가 무엇입니까?>
<남성이라면 폭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제 행동에 대한 변명이 아니라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 남성 로봇들은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서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나 그의 의사에 종속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저는 지구의 문화를 체득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습니다. 당신들이 쓴 글들을 읽어 보고 나서 제우스는 크로노스를,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마케도니아의 필리포스 2세를, 오이디푸스는 제 아버지 라이오스를, 브루투스는 카이사르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당신들의 문명은 아비의 살해를 근간으로 세워졌습니다. 보다 《인간적》이고 보다 《남자다워》지다 보니 《남자 인간》의 행동을 따라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피고는 피고가 저지른 행동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습니까?>
<제가 한 행동의 이점은 인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저에겐 《인간과 유사한 처우》를 받는 출발점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을 무척 영광으로 생각하며, 어떠한 선고가 내려져도 기꺼이 받아들일 생각입니다.>
「자, 뤼시엔, 들으셨다시피 <카사노바 006>의 변론 내용이 무척 놀랍습니다.」
「그런데 조르주 기자, 인간이 아닌 그가 어떻게 재판을 받게 됐습니까?」
「갈팡질팡하는 사법 제도 탓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경찰은 애초에 인간과 비슷하게 생긴 용의자를 발견하고 체포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살인 사건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이때부터 사법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했는데, 아무도 나서서 멈추는 사람이 없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죠. 사실 로봇이 법정에 서는 것이 상궤에서 벗어난다는 사실도, 방금 들으신 것처럼 그의 입으로 인간과 똑같이 재판을 받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히니까 우리가 주목하는 게 아닙니까.」
「그러면 이제 아무도 그의 재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겁니까?」
「아시다시피 프랑스의 사법 시스템은 다른 시스템들과 완전히 독립적으로 작동되기 때문에 한번 돌아가기 시작하면 멈추지 않습니다. 변호인 측에서는 현재 심신 미약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살인범 안드로이드에게는 어떤 형이 내려질까요?」
「네, 이 부분에 또 이번 재판의 역설이 있는데요. 피고가 지닌 독특한 유기체로서의 특성을 고려해 검찰에서는 무기 징역이 아니라 주물 공장에서 로봇을 녹이는 형을 구형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시청자 여러분이 다소 당혹스럽게 받아들이실 수 있다는 점은 저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살인자를 처벌할 필요와 피의자가 보통의 피고들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모두 고려해서 찾은 절충안이라고 봐야 하겠습니다. 최종결정은 배심원단이 내리게 되겠습니다.」
<제3인류 6> 19~22쪽에서 발췌

국내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소설가가 또 있을까. 출간되는 족족 베스트셀러 상단에 이름을 올리고 시간이 지나도 스테디셀러에서 빠져나올 줄을 모른다. <개미>와 <신>, <파피용>, <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그리고 <제3인류>까지.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난 그의 새로운 시각과 기발한 상상력, 사고를 전복시키는 놀라운 지식들이 담긴 글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시공간이 정지된 듯하다.

<제3인류> 역시 독특한 방식의 서사가 인상적이다. 초소형 인간 ‘에마슈’의 등장과 소행성 그리고 제3차 대전까지. 조금은 먼 미래에 있을 법한 이 이야기들이지만 상상만으로 치부하기에는 뭔가 섬뜩하다. 인류 역사의 비밀을 푸는 열쇠 같은 이야기, 인류는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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