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슴곰 지킬 수 있을까?”…지리산 케이블카 퇴짜
“반달가슴곰 지킬 수 있을까?”…지리산 케이블카 퇴짜
  • 이주희 기자
  • 승인 2016.07.1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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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공익성·환경성 부적합”…환경단체, “설악산 케이블카도 마땅히 취소되어야”

최근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환경부는 지난 6일 자연공원 삭도 설치 운영 기준에 맞지 않고 케이블카 노선이 국립공원특별보호구역을 통과한다는 이유로 공익성과 환경성, 경제성 등이 미흡하다며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을 반려한다고 밝혔다.

▲ 백두대간의 끝자락에 자리한 지리산. 사진 아웃도어DB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 추진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2년 산청·함양군 등 4개 지자체가 공동으로 신청했으나 당시에도 환경성과 공익성, 기술성 부적합을 이유로 부결된 바 있다. 이후 지난 5월 다시금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국립공원계획 변경 신청서를 환경부에 제출하고 나선 것이다.

경상남도가 선정한 케이블카 노선은 산청군 중산리~장터목~함양군 추성리를 잇는 총연장 10.6km 구간으로 세계 최장 규모다. 이 노선은 지리산국립공원의 주능선을 넘어가고 국립공원 특별보호구역인 칠선계곡을 통과한다. 우리나라 3대 계곡 중 하나인 칠선계곡은 생물다양성이 높고 반달가슴곰 등 멸종위기종의 서식처로 보전 가치가 우수한 곳이다.

▲ 설악산·지리산 국립공원 케이블카를 반대하는 환경단체 시위 모습. 사진=지리산생명연대

환경단체는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 반려 조치에 대해 “당연한 결정”이라는 반응이다. ‘지속가능한 생태계 보호’가 목적인 국립공원에 케이블카가 들어서는 것이 가당치 않다는 것. 하지만 잡음은 계속 나오고 있다. 환경부가 반려사유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고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 신청서와 보고서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 이 문제가 설악산 케이블카에까지 불똥이 튀지 않을까 싶어 반려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은 “환경부의 지리산 케이블카 반려 결정이 온전히 환영받으려면 설악산 케이블카도 마땅히 취소되어야 한다”며 “지리산 케이블카를 반려하면서 한편에선 설악산 케이블카를 추진하는 것은 환경부 스스로가 국립공원 보호의 원칙과 기준이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지금 시급한 건 설악산에서 지리산까지 ‘모든 국립공원을 국립공원답게’ 보호하는 실질적인 제도와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경상남도는 환경부의 반려에도 굴하지 않고 사업을 보완해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규제 완화로 전국 곳곳에 케이블카 사업이 뜨겁게 불붙고 있는 가운데 지리산 케이블카 계획이 앞으로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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