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과 개성에 따라 변화하는 텐트의 색상…컬러 이야기
목적과 개성에 따라 변화하는 텐트의 색상…컬러 이야기
  • 글 사진‘양식고등어’ 조민석 기자
  • 승인 2016.06.2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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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고등어’의 텐트 이야기

이번 달 키워드는 컬러입니다. 단순히 텐트 스킨의 색상을 두고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텐트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논함에 있어서 여타 텐트와 구별되는 한 텐트의 고유한 성격이나 특징 등을 두고 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실제로‘color’라는 단어를 영한사전에서 검색해 보면‘빛깔이 있는 것’이라는 뜻과‘개성이나 분위기 또는 그 작품만의 느낌이나 맛’이라는 뜻이 함께 제시되어 있습니다. 과연 이 두 가지의 뜻을 가진 단어가 텐트에서는 어떤 차원에서 적용될 수 있을까요? 그럼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미군에서 공식적으로 군인들에게 비품으로 제공하는 텐트의 모습입니다. 연식에 따라 모델명과 적용되는 기술에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기후나 주변 환경과 가장 비슷한 색상으로 텐트의 플라이시트를 만든다는 원칙은 계속 지켜지고 있습니다.

텐트에 있어서 ‘빛깔로서의 색’은 여러분이 눈으로 텐트를 보며 느낄 수 있는 모든 색을 말합니다. 이너텐트, 플라이시트에도 색이 있는가 하면, 팩다운을 통해 텐트를 고정시키는 스트랩과 스트링, 심지어는 텐트를 지지하는 폴에도 색이 있습니다.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텐트의 색에 생각보다 많은 뜻이 있습니다. 특히 텐트의 첫 인상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하는 플라이시트의 경우에는 색의 뜻과 용도가 아주 다양하고 중요합니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수많은 텐트들을 몇 가지 범주 안에 집어넣어 생각해 보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텐트의 색상 조합이 가지는 뜻과 용도를 설명하기 위해 군납용과 원정용, 여가용, 그리고 난민용 4가지 범주로 구분해 보았습니다.

▲ 원정용 알파인 텐트 계열에서 여전히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스테디셀러 중 하나인 스웨덴 힐레베르그 사의 사타리스 모델입니다. 폴 슬리브나 스트랩 등에 큰 색상의 변화를 두진 않았지만, 플라이시트 색상을 다홍색에 가까운 붉은색 계열로 정한 것이 특징입니다. 눈에 확실히 띄는 색상이라고 할 수 있지요.

텐트의 4가지 범주

일단 군납용 텐트부터 살펴봅시다. 주변 환경으로부터 텐트의 외형이나 윤곽이 잘 드러나지 않아야 하는 군납용 텐트의 특성상 대개 사용 지역의 주변 환경과 최대한 유사한 색조의 플라이시트를 사용합니다. 카키색을 기준으로 수풀이 우거진 열대우림 지역에서 사용할 텐트를 만드는 것이라면 녹색 계열의 색상을 더 첨가한 플라이시트를 만들고, 중동처럼 사막 기후에서는 회황색 계열의 색상을 더 첨가한 플라이시트를 만드는 식이지요. 물론 이 색상 조합에 대한 기본적인 메커니즘은 스트랩이나 폴, 스트링의 색상을 정하는 데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반면 원정용 텐트는 상황이 좀 다릅니다. 원정대가 목적지로 삼는 곳은 대개 눈이 많고 지형이 가파른 탓에 사람들의 접근 자체가 모험인 위험한 지역이지요. 히말라야 산맥에 속하는 산들이 대표적입니다. 극한의 상황에서 텐트를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은 군납용 텐트와 같지만 원정용 텐트의 경우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눈에 잘 띄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원정용 텐트를 만듦에 있어서 그 취지에 부합하게 하기 위해 가장 많이 활용하는 부분이 바로 플라이시트입니다. 군납용과는 정반대로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게 최대한 눈에 띄는 화사하고 경쾌하며 밝은 색상을 주로 활용하지요.

▲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지역에 최근 형성된 UNHCR 난민촌입니다. 이전 호에서 보셨던 분들은 꽤나 익숙하게 느껴지실 겁니다. 흰색 텐트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물론이고 황토색 계열로 보이는 텐트 스킨도 사실은 흙먼지를 덮어썼을 뿐 실제로는 흰색 텐트입니다.

▲ 원정대용 텐트로 개발되었음에도 기본적인 통념을 깨는 MSR 베이스캠프 모델입니다. 플라이시트 원단 색상을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진회색으로 택한 대신 폴 슬리브 색상으로 다홍색을 택하여 멀리서 봐도 쉽게 눈에 띄는 시인성의 원칙을 지켰지요.

▲ 사진 속에 있는 텐트는 바로 노스페이스 사에서 유럽 지역 한정으로 출시하였던 히말라얀 35 텐트입니다. 플라이시트 외부를 가로질러 플라이시트를 잡고 있는 릿지 폴의 형태도 주목할 만하지만, 결로를 최소화하기 위해 플라이를 이중으로 제작하여 총 실내와 실외 사이에 지붕 쪽에 총 세 겹의 스킨이 들어간 것도 주목할 만합니다.

대표적으로 노스페이스는 노란색을, 마운틴하드웨어는 주황색과 회색을 플라이시트 색상으로 활용합니다. 폴의 색상이나 펙다운을 위한 스트랩, 스트링도 이 원칙에 따라서 최대한 눈에 띄는 색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눈보라가 치거나 시계거리가 급격히 떨어지는 극한의 상황에서 펙을 박는 스트랩이 어디에 붙어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거나 스트링을 매달 스트랩을 못 찾아서 텐트가 산등성이 너머로 사라지는 일은 있을 수도,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니까요.

반면 여가용과 난민용 텐트는 이 대비만큼 선명한 색상 배합의 원칙이나 용도를 가지고 있진 않습니다. 특히 공식적인 구호단체에서 제공하는 난민용 텐트들은 이유를 막론하고 플라이시트의 배색으로 흰색을 사용합니다. 흰색이 국제 분쟁 등의 이해집단 간 충돌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가장 중립적인 입장을 상징하는 색이기 때문입니다. 바꿔 말하자면 흰색 텐트는 존재 자체로 ‘난 서로 싸우는 너희들과 전혀 상관없는 집단이니까 제발 건드리지 말아줘’ 라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지요.

▲ 마운틴 하드웨어 사에서 글래시스돔 구조 텐트 시리즈 후속으로 만든 새틀라이트 DW 텐트입니다. 원래 모태는 이전에 출시된 4.5미터 직경의 스페이스 스테이션 모델인데, 돔 구조물을 횡단하는 방식으로 폴의 궤적과 접점을 잡아서 측풍으로부터 구조물의 강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 가루다 사의 트리카야라는 모델입니다. 인도 힌두교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버건디 색상과 노란색의 플라이시트 배색 조합, 텐트 네이밍, 정면 출입문의 통기성과 개방성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사다리꼴 모양의 폴 구조가 인상적인 텐트입니다.

마지막으로 여가 분야에서 사용하는 텐트를 살펴보겠습니다. 여가용 텐트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실용성입니다. 결과적으로 여가용 텐트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텐트 색상은 곧 유저의 개성과 색채를 드러내게 되는 것이지요. 다만 실용성이 중요하다 보니 폴의 색상이나 스트랩, 스트링을 눈에 띄는 색상으로 선택하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펙다운을 위한 스트랩과 스트링, 폴이 눈에 잘 띌수록, 텐트를 설치하고 사용하며 철수하는 과정 중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실용적 가치를 제공하게 될 것이니까요.

▲ 피크파크 사의 세컨라이프 모델입니다. 순백색 플라이시트 와 버건디 색상의 폴 슬리브 포인트 조합은 한동안 국내외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었지요. 물론 그 신드롬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색상으로 표현하는 텐트의 정체성과 개성
‘빛깔로서의 색’ 외에 ‘개성이나 분위기 또는 그 작품만의 느낌이나 맛’이라는 차원에서 논할 수 있는 텐트의 색도 있습니다. 바꿔 말하자면, 텐트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 그 텐트를 봤을 때 ‘아, 저 텐트는 어느 회사의 텐트인지 알 수 있겠다’ 또는 ‘아, 저 텐트는 어느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텐트인지 알 수 있겠다’ 하는 색의 개념입니다.

텐트의 고유한 색채가 짙으면 짙을수록 그 텐트가 표절이나 카피 논쟁에 휘말릴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집니다. 색채가 짙다는 그 자체가 결국에는 다른 텐트메이커들이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지요. 물론 현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특정 텐트 디자이너의 기발하고도 생소한 아이디어가 텐트 디자인에 불을 지피지 않는 이상 표절 논쟁에 휘말리지 않을 정도로 독특하고 개성 있는 텐트를 만드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텐트를 만드는 기술이 과거에 비해 상당한 진일보를 이루었다고 할지라도 표면적으로나 육안으로 그 세세한 차이들이 그만큼 와 닿을 정도는 아니니까요.

사실 20세기 중후반의 텐트메이커 시장에서 크나큰 신드롬을 일으켰던 빌 모스나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반에 걸쳐 알파인 돔 텐트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마틴 제미티스 같은 텐트 디자이너들의 역할과 업적이 이상적인 차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 또한 이에 기인한 것입니다. 그들의 진보는 텐트를 모르는 사람이 외적인 시각에 의존해 텐트를 감상했을 때에도 특이함 그 자체였으니까요. 빌 모스의 작품이라면 시드니 텐트나 빅 디퍼 텐트를, 마틴 제미티스의 작품이라면 글래시스돔 구조에 기반한 스페이스 스테이션 텐트나 차기 돔 텐트 구조물인 웹트러스 시스템에 기반한 원업 텐트 등을 들 수 있겠지요.

▲ 텐트디자이너 역사의 천재라고 할 수 있는 빌 모스의 유작도 주목해 볼 만합니다. 가장 작은 텐트부터 델토이드, 리틀 디퍼, 빅 디퍼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컴퍼스로 벤다이어그램을 그리다가 우연한 기회에 이 도면을 텐트로 옮긴 것이 작품의 탄생으로 이어졌다는 일화는 지금까지도 유명한 이야기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빅 디퍼의 옆에 있는 파라윙 타프도 유려한 곡선미로 스스로의 색채가 도드라지는 타프 중 하나이지요.

제가 텐트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색채를 가진, 독특한 텐트 몇 가지의 사진들을 소개하며 이번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참, 한 가지는 잊지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텐트를 사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텐트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나 색채가 여실히 묻어난 텐트가 세상에 등장하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라는 점과 그걸 즐거움으로 받아들이고 즐기며 응원하는 것도 소비자의 몫이라는 점 말입니다.

▲ 네덜란드 텐트메이커인 드바르드 사의 텐트입니다. 새 날개를 형상화한 텐트 구조를 디자인하고 마케팅 과정에서도 새의 이름과 습성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시장의 한 부분을 당당하게 점유하고 있지요. 좌측에 있는 텐트는 황금물떼새라는 모델이고, 오른쪽에 있는 모델은 노랑부리제비라는 모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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