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 피트의 전설…영화 ‘가을의 전설’
브래드 피트의 전설…영화 ‘가을의 전설’
  • 이지혜 기자|사진제공 컬럼비아트라이스타
  • 승인 2016.06.2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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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MOVIE

윌리엄 브래들리 피트. 사춘기 소녀였던 기자의 곰 인형 이름이었다. 그를 처음 본 건 아마 <흐르는 강물처럼>이었을 거다. 상상 속에서나 존재했던 금발의 풋풋한 오빠가 실제로 존재한단 걸 안 직후, 편집증처럼 그의 영화를 보고 기다렸다. 얼마 후 그는 브래드 피트라는 이름으로 모든 설명을 대신했고, 이 영화는 그의 존재를 전설로 각인시키는 데 충분했다.

영화의 기본 골자는 한 여인을 둘러싼 세 형제의 운명이다. 미합중국 정부의 인디언 정책에 불만을 느끼던 윌리엄 러드로우 대령(앤서니 홉킨스 분)은 퇴역 후 몬태나에 정착해 세 아들을 키우며 산다. 몬태나의 겨울을 끔찍이 싫어하던 어머니 이사벨이 떠나고 장남 알프레드, 둘째 트리스탄(브래드 피트 분), 막내 새뮤얼과 남은 아버지. 원주민 인디언 몇몇과 어울려 평화롭게 지내던 어느 날, 막내 새뮤얼이 유학길에서 만난 약혼녀 수잔나를 데리고 나타난다.

사랑스러운 그녀를 보며 세 형제는 모두 사랑에 빠지지만 내색할 수 없었다. 그들의 평화도 잠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겠다는 막내 새뮤얼을 위해 세 형제가 아버지와 약혼녀 수잔나를 남겨두고 집을 떠난다. 전쟁터에서 트리스탄과 알프레드는 새뮤얼을 끔찍이 돌보지만 영웅주의에 빠져있던 새뮤얼은 결국 적군의 총에 목숨을 잃는다. 알프레드는 다리를 다쳐 집으로 돌아왔고, 끝까지 막내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빠진 트리스탄은 바다로 떠나버린다. 새뮤얼의 시신을 맞이한 수잔나는 큰 슬픔에 빠진다.

폭설로 인해 철도가 끊겨 집으로 돌아갈 수 없던 수잔나는 봄까지 몬태나에서 보내기로 한다. 그 사이에 트리스탄이 돌아온다. 거칠고 남자다운 면에 끌린 수잔나는 트리스탄과 사랑에 빠진다. 알프레드는 배반감에 떨며 집을 떠나 도시로 나가 명성을 쌓고 상원의원의 자리까지 오른다. 수잔나는 연인이 자신 곁에 있길 바라지만 끓어오는 무언가를 참지 못하고 떠나는 트리스탄. 결국 몇 년 후 다른 사람과 결혼하라는 편지 한 장을 보낸다. 평화로왔던 가정. 세 아들과 아름다운 여인은 떠났고, 대령은 뇌졸중으로 쓰러져 점점 황폐해져 간다.

아름다운 배경과 서사적인 스토리, 등장인물의 촘촘한 감정선이 어우러져 아직도 명작으로 꼽히는 <가을의 전설>. 시대가 길고 이야기가 방대한 만큼 줄거리 몇 줄로 영화를 파악하기는 힘들다. 이 영화는 브래드 피트를 1995년 골든 글로브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린다. 하지만 <포레스트 검프>, <쇼생크 탈출>, <펄프 픽션> 등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후보 지명에 만족해야 했다.

사실 스토리만 본다면 영화는 요즘 말로 ‘막장’이다. 영화의 원제목은 ‘Legends of The Fall’. 평화롭던 한 집안이 사랑과 야망으로 몰락하는 영화의 내용상 ‘The Fall’을 가을이 아닌 몰락 즉, 몰락의 전설이라고 해야 내용상 맞는다는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다. 하지만 브래드 피트의 멋진 비주얼, 절절한 연기력과 대령을 연기한 앤서니 홉킨스의 내공이 시너지를 내며 영화는 막장이 아닌 명작이 되었다.

늦가을에, 곰의 운명을 받아들고 태어난 트리스탄은 브래드 피트를 위한 배역이었다. 부모도 못 말리는 풍운아이자 세 형제의 여신 수잔나의 마음을 결정적으로 사로잡는 주인공 트리스탄에 당시의 브래드 피트가 아닌 누가 어울렸을까. 죽은 동생의 여인을 품었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던 트리스탄의 감정 연기 역시 브래드 피트의 깊은 눈동자가 아니었다면 어려웠을 거다.

사실 브래드 피트의 대표작 하나를 꼽는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팀원들의 설문조사와 개인적 취향을 고려해 <가을의 전설>을 꼽은 결정적인 이유는, 영원히 꽃미남일 것 같던 이 오빠가 갑자기 장발에 씻지도 않은 야생의 연기력까지 장착하더니, 영화 하나를 단숨에 자기 것으로 씹어 먹은 것에 대한 경의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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