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3일 네팔 람중히말 지역으로 트레킹을 떠나면서 주요 정치인들의 ‘등산정치학’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출국 직전 페이스북을 통해 “나라에 어려운 일들이 많아 마음이 편치 않다. 특전사 공수부대에서 군복무 할 때 했던 ‘천리행군’을 떠나는 심정”이라며 “많이 걸으면서 비우고 채워서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 2004년 네팔 히말라야를 트레킹 중인 문재인 전 대표(왼쪽). 사진=문재인 블로그에서 캡처 |
문 전 대표의 히말라야행은 이번이 두 번째.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태 때 트레킹을 중단하고 돌아와 변호인단 간사를 맡은 후 청와대에 복귀했다. 12년 만에 다시 떠나는 이번 히말라야행은 2004년에 발길을 돌린 트레킹을 완주하고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2011년 백두대간을 종주하면서 당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후보단일화를 이끌어냈다. 같은 해 10월 26일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 시장은 선거 직전인 7월부터 50여 일 동안 백두대간 종주를 하고 있었다. 이때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박 시장의 덥수룩한 수염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3년 백두대간 종주기를 단행본으로 펴냈다. |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山정치’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시초인 셈이다. 신군부에 의한 가택연금이 해제된 1981년 5월, 김 전 대통령은 등산을 시작했다. 산에서 동지들과 시국을 토론하면서 울분과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쏟아낸 것. 이렇게 해서 탄생한 ‘민주산악회’는 김 전 대통령의 최대 사조직이자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주요 정치인들은 왜 중요한 행보나 결심을 앞두고 히말라야나 백두대간을 찾을까. 대한산악연맹 이철주 산악스키이사는 “정치인들은 뭔가 마음을 정리하고 큰 결단을 내리기 위해 산을 자주 찾는다”면서 “산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바닥부터 올라가야 한다. 잡념이나 헛된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에 산을 찾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주 이사는 유인태 전 의원을 비롯 여야 의원들과 해외 트레킹을 자주 다녔던 산악인이다. 이 이사는 “민병두 의원 같은 경우는 거의 말 한 마디도 안 하고 산행을 한다. 나중에 하산해서는 ‘묵언수행 하는 심정으로 산에 오르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