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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런 연극…킬 미 나우
그래 이런 연극…킬 미 나우
  • 이지혜 기자|사진제공 연극열전
  • 승인 2016.06.01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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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PLAY

공연을 본 지 일주일이 지났다. 보통 공연을 보고 나면 벅찬 감격에 혹은 당장 떠오르는 아쉬움에, 키보드를 두드리고 싶어진다. 그런데 며칠이 지난 지금도, 깊숙한 곳에서 차오르는 떨림에 쉬이 글이 써지질 않는다. 정말 오래간만에 정극을 만났다. 몇 번의 타자로 쉽게 평가할 수 없는. <킬 미 나우>는 그런 연극이다.

장애를 안고 태어난 조이는 평생 휠체어에 의지한 채 아버지 제이크의 보살핌을 받아왔다. 장애가 있다고 사춘기가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성장할수록 독립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조이. 하지만 아들을 위해 유명 작가의 길을 포기한 제이크는 거동이 불편한 아들의 독립을 반대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이크 역시 건강이 악화된다. 제이크의 연인 로빈과 여동생 트와일라의 걱정 속에서 조이는 제이크를 직접 보살피려 한다. 조이의 친구이자 지적장애를 가진 라우디가 함께 살며 세 남자의 동거가 시작된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오종혁이라는 배우의 발견이다. 물론 그동안 연극 <서툰 사람들>,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 <쓰릴미> 등으로 필모그라피를 쌓아오긴 했지만, 이토록 연기 밑천이 쉽게 드러나는 연극에 그가 장애인 연기를 한다고 했을 때, 큰 기대를 하긴 힘들었다. 스타 캐스팅 공연이 가진 양날의 검이기도 했다.

하지만 공연의 막바지, 비장애인 연기를 하는 오종혁을 보기 전까진 지금까지 본 조이가 오종혁이라는 것을 믿기 힘들었다. 오종혁은 확실히 대단한 연기력을 쌓았다. 연극이 끝난 후에도 감정에서 쉽사리 빠져 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얇고 날카로운 검이 어느새 단련된 것을 깨달았다.

다른 배우의 연기 역시 매우 뛰어나다. 성(性)적으로 성숙해진 장애인 아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아버지 제이크는 배수빈과 이석준이 더블 캐스팅이다. 젊고 매력적이지만 헌신적인 아버지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오종혁과 더블 캐스팅된 윤나무는 연극 <올모스트 메인>,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등을 통해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다.

조카를 끔찍이 사랑하며 오빠를 보내지 않기 위해 애쓰는 트와일라 역에는 이진희가, 남편과 아이들에게 철저한 무시를 당하며 제이크를 사랑하는 로빈역에는 이지현이 차지했다. 특히 조이의 친구이자 정신지체를 가진 천진난만하고 입이 거칠지만, 속 깊은 라우디 역은 문성일이 맡았는데, 라우디의 쾌활한 연기가 없었다면 연극은 더 무겁고 힘들어졌을 거다. 이보다 더 귀여울 수 없는 장애인 조이와 욕과 19금 발언을 언제든 내뱉는 라우디로 공연 곳곳엔 웃음 요소가 숨어있다.

오랜만에 좋은 정극을 만났다. 장애인 역시 평범히 성장하는 개인임을 처절한 몸부림으로 보여주는 연극이다. 장애로 인한 신체적 제약과 그 안에서 드러나는 복잡한 심리묘사가 일품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희생과 헌신이 사실은 ‘나’로서 존재하고자 하는 욕구와 부딪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작지 않은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람객은 공연이 끝난 후에도 기립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연극은 우리에게 장애인을 온전한 하나의 사람으로 봐야 하는 이유를 보태줬다.

EVENT
독자엽서를 보내주시는 분 중 추첨을 통해 10쌍에게 연극 <킬미나우> 초청 티켓을 드립니다.
응모 기간 : 5월 25일~6월 13일
당첨 발표 : 6월 14일
관람 기간 : 6월 16일, 19일
*당첨자 본인에 한해 신분증 확인 후 티켓 수령 가능합니다.
*타인 양도 불가능합니다.
*필히 전화번호 기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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