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고개 너머
아리랑 고개 너머
  • 아웃도어뉴스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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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일기 38

▲ 아리랑극 마지막 무대인 뒤풀이 공연 모습입니다. 배우들과 관객들이 하나가 되어 밝고 힘찬 아라리 가락을 부르는 순간입니다.

4월 12일 오늘은 정선 읍내에서 장이 열리는 날입니다. 장이야 늘 서는 거지만 오늘은 조금 특별한 날, 정선 5일장 관광열차가 올해 들어 처음으로 정선에 오늘 날이어서 지난 겨울 내내 썰렁했던 정선 장터가 오늘은 모처럼 관광객들이 오셔서 활기 넘치는 산골 장터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습니다. 

▲ 공연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정선 주민이신 어르신들이라 공연 내내 맛깔난 정선 사투리도 아라리도 접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은 또 매번 장이 열리는 날마다 정선문화예술관에서 함께 공연되는 정선아리랑극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공연되는 날이어서 모처럼 장 구경에 아리랑극 공연까지 보기 위해 오랜만에 읍내 나들이를 나왔습니다. 

이 산골에서 산 지 8년차가 되다 보니 처음 내려와 한두 해쯤, 신기해서 매번 장날마다 읍내 나들이 나와 구경하던 장 구경은 이제 시들해질 대로 시들해졌지만 장날마다 공연되는 정선아리랑극 공연은 보고 또 봐도 극을 보는 재미도 있고요, 가끔 마음이 안 좋을 때 극을 구경하고 있자면 가슴 밑바닥에 있는 서러운 감정이 북받쳐 공연장 한구석에서 한참을 울고 나온 적도 있습니다. 

매번 장날마다 무료로 공연 되는 정선아리랑극은 정선의 군민들이 대부분 주축인 정선군립아리랑 예술단 단원들과 정선에 상주하고 있는 연극 단체인 정선아리랑 공연 예술 단원들이 함께 힘을 모아 맛깔난 아리랑 공연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 공연은 정선골에 살던 세 자매 아리·달이·별이가 부르는 아리랑을 통해 고난·분단·극복·평화·통일의 아리랑 고개를 넘어 세계인 모두가 함께 어깨동무하는 평화와 상생을 노래하고자 하는 연출 의도가 주제랍니다. 우리 민족의 대대로 내려오던 한을 아리랑 극 안에 풀어내려고 하는 연출가의 노력 때문인지 공연 내내 여기저기서 관객들의 탄식 소리가 함께 어우러지기도 하였습니다.

“맞아, 우리 민족이 저렇게 한이 많았어….”

“여기서 들으니 아리랑이 더더욱 구성지고 차량하게 들리네….”

서울서 오셨을 것 같은 주변 관광객들은 공연 내내 아리랑을 따라 부르기도 하고 눈물도 함께 흘리며 아리랑의 한을 즐기고 계신 듯 보였습니다.

“삼십 육년간 피지 못하던 무궁화 꽃은 을유연 팔월 십오일 만발하였네~”로 시작한 아라리 가락은 “정선 같이 살기 좋은 곳 놀러 한번 오세요~”로 끝맺음을 하며 눈물을 흘리던 관객들을 즐거운 아리랑 축제의 장으로 끌어내어 관객들도 마지막 마무리에는 아리랑 가락을 박수 치며 함께 부르며 끝을 냅니다. 

▲ 관객들 배웅 나와 사진을 함께 찍어 주는 서비스까지 잊지 않으시는 배우 여러분들.
공짜 공연이라고 아무생각 없이 들어오셨던 많은 관객 분들이 정말 감동의 박수를 치시며 함께 아리랑을 부르시는데, 그 감동이 이 산골의 일상에서는 좀처럼 느껴보질 못한 큰 것이랍니다. 그래서 매번 장날마다 아리랑 극을 구경하러 나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50분 동안 큰 감동을 받고 나오는 관객들에게 공연하신 배우들이 문화예술관 현관까지 나오셔서 함께 인사도 주고받고 사진 촬영도 해주시니 공연을 보고 돌아가는 발걸음까지도 행복한 아리랑 가락에 취해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올해 4월 12일부터 11월 27일까지 정선 5일 장날 오후 4시 30분이면 정선 문화예술 회관에서 정선아리랑극을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정선 장날은 매월 2·7·12·17·22·27일입니다.

한편, 2010년 3월 1일부터 정선아리랑 공연 예술단원이 녹음한 아리랑 공연 실황음원과 아리랑 명창이 녹음한 음원을 해설과 함께 메일로 발송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http://cafe.daum.net/JAPCA로 가입하시면 됩니다. 문의전화 033-562-3821

권혜경 | 서울서 잡지사 편집디자이너로 일하다가 2004년 3월 홀연히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 기슭으로 들어가 자리 잡은 서울내기 여인. 그곳서 만난 총각과 알콩달콩 살아가는 산골 이야기가 홈페이지 수정헌(www.sujunghun.com)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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