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그리고 리더 …영화 ‘소수의견’ ‘카트’ ‘링컨’
자화상 그리고 리더 …영화 ‘소수의견’ ‘카트’ ‘링컨’
  • 이지혜 기자
  • 승인 2016.05.2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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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MOVIE

기자가 정한 5월의 영화는 <변호인>이었다. 기왕 그렇게 정한 거, 소개할 영화 세 편 역시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혹은 지양하는 것에 맞서는 영화로 골라봤다. 용산참사를 연상케하는 아픈 자화상과 마주해보고, 갑작스러운 해고통보에 맞서 싸운 마트 노조원의 이야기도 해보기로 하자. 거기에 언젠가는 만났으면 하는 대통령의 모습도 함께 넣으면 좋겠다.

<소수의견>은 학벌도 경력도 특별할 것도 없는 국선변호사가 강제철거 현장에서 아들을 잃고 경찰을 죽인 철거민의 변론을 맡게 되며 일어나는 이야기다. 변호인에게도 완벽하게 차단된 경찰 기록으로 주인공은 이 일이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님을 직감한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살인사건을 개인의 살인으로 뒤집어씌우는 대한민국에, ‘100원 국가배상청구소송’이라는 과감한 선택을 한다. 윤계상, 유해진, 이경영, 김의성의 뛰어난 연기력과 속 시원한 결말에 환호하면서도, 겹쳐질 수밖에 없는 용산참사와는 다른 결말에 더욱 끝 맛이 씁쓸한 영화다.

<카트>는 적은 제작비와 소수의 상영관에도 불구하고 입소문을 탄, 그야말로 잘 만든 영화다. 정규직 전환을 눈앞에 둔 직원, 싱글맘 직원, 20년 근속 환경미화원, 88만 원 세대 직원, 고딩 알바생 등 우리가 거쳐 온, 혹은 거쳐 갈지도 모르는 인물들이 일하는 대한민국 대표 마트 ‘더 마트’. 하루아침에 회사로부터 갑작스러운 해고 통지를 받게 되는 직원들. 노조의 ‘노’ 자도 모르고 살았던 그들이 용기를 내서 서로 힘을 합친다. 지금도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을 그들의 뜨거운 싸움을 응원한다.

<링컨>은 미국 노예해방의 역사를 써내려간 링컨 대통령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영화다. 링컨이 암살되기 전까지 약 4개월 동안의 일을 다루고 있다. 집약된 시기 동안 아슬아슬한 곡예 하듯 정치를 하는 링컨을 가까이서 그리고 있다. 끊임없는 암살의 위협, 누가 언제 배신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도 노예제도 폐지와 남북전쟁 종식이라는 뜻을 관철하려는 링컨의 모습을 리얼하게 전달한다. 누구에겐 선이었고 누구에겐 악이었던 링컨의 이중적 모습을 절묘하게 그렸다. 분명한 건, 그는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지도자였다는 것.

결국, 시간은 지나고 인물은 역사가 된다. 평가는 후세가 하고 어떤 과거는 세탁되어 쨍쨍한 햇볕에 깨끗이 말려질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어떤 시절엔 누가 누굴 탄압했고, 어떤 시절엔 누가 누구 편을 들었는지. 그건 매우 중요하다. 민주주의란 새 옷으로 갈아입은 낡은 것들을 다시 마주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사진제공 시네마서비스, 리틀빅피처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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