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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란 국민입니다…영화 ‘변호인’
국가란 국민입니다…영화 ‘변호인’
  • 이지혜 기자|사진제공 NEW
  • 승인 2016.05.2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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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MOVIE

4월이 지났다. 선거가 끝났고 아직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그 날의 흔적도 후다닥 지나버렸다. 민주주의는 어떤 모습으로 처음 이 땅에 뿌리내렸을까. ‘데모크라시 하다’는 말 한마디를 하면, 그 말뜻이 진짜 민주주의인지, 아니면 일베의 탈을 쓰고 비아냥거리는 게 아닌지 가려야 하는 세상을 완벽한 민주주의라고 정의할 순 없을 거다. 이게 우리 현실이다. 민주주의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한 편을 꼽았다.

돈도, 빽도 없는 상업계 고등학교 출신 변호사 송우석. 세무전문 변호사로 나서며 부산에서 제일 돈 잘 버는 속물과도 같은 인물이다. 어느 날, 7년 전 밥값 신세를 지며 변호사가 되면 꼭 빚을 갚으리라 생각했던 국밥집 아줌마의 부탁을 받게 된다. 국밥집 아줌마의 아들 진우가 부림사건에 휘말려 재판을 앞두고 있다는 것. 송 변호사는 부탁을 외면할 수 없어 구치소 면회만 도와주기로 하고 진우를 만나지만, 교도소에서 마주한 멍투성이의 그를 보고 결국 사건의 변호를 맡기로 한다.

영화 <변호인>은 故 노무현 대통령이 변호를 맡았던 1981년 부림사건을 실화로 만들었다. 부림사건은 부산 지역에서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 교사, 회사원 등 22명이 영장 없이 체포돼 물고문 등 살인적인 고문을 당하며 공산주의자라는 낙인을 받았던 사건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지 않더라도 혹은 설령 그를 모르더라도 <변호인>은 자체로 상당히 재미있는 작품이다. 특별히 흠 잡을 구석도 없고, 균형 있는 연출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송강호라는 배우의 매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도 잘 만든 시대극이자 법정 드라마로 평가할 수 있다.

실화 소재영화나 휴먼 드라마의 단점 중 하나인 억지스러움도 <변호인>에선 찾아볼 수 없다. 무리 없이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갈 수 있고, 등장인물의 심리상태에 쉽게 동의할 수 있다. 무난한 휴먼 영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1,100만 관객을 설명할 순 없다. 이유는 분명 더 있다.

어쩌면 민주주의의 결핍과 갈망의 배출이 관객을 모았던 건 아닐까. 송강호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이다”라는 대사를 외칠 때, 영화는 그저 한때 이슈를 모았던 대통령의 과거사가 아니라 현재가 된다. 해방 이래 처음으로 아들 세대가 아버지 세대보다 취업이 어려운 시기다. 헬조선이니, 7포 세대니 하는 말이 그저 멀리서만 들리진 않는다. 바로 우리의 이야기다.
민주주의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 참뜻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영화 <변호인>. 언론과 방송의 의도적 무시와 왕따 속에서도 한국 영화로 아홉 번째 천만 관객이 본 작품이다. 영화의 흥행을 불편해했던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들 중 몇 명이 이번 총선에 승리했을까.

기억을 더듬어 보면, 영화가 끝난 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던 사람이 비단 나뿐만은 아니었다. 지난 대통령이 그리워서, 지금은 쉽게 찾아보기 힘든 민주주의가 슬퍼서, 혹은 마지막 장면의 감흥 때문에.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모두의 가슴 먹먹해지는 영화임은 분명하다. 주인공을 맡은 송강호는 4년 가까이된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복귀작을 못 만났다. 민주주의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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