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말랑말랑…연애소설 어때?
가슴이 말랑말랑…연애소설 어때?
  • 류정민 기자
  • 승인 2016.05.23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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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BOOK

꽃이 만발하는 5월,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괜스레 두근거리는 마음이 서글프다. 나만 빼고 다 연애하는 기분이라면, 뜻대로 되지 않는 연애가 고민이라면 연애소설로 달래보자. 달달하지만은 않으니 안심할 것. 자, 풍요로운 연애를 위해 오늘도 사랑을 글로 배워볼까?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이도우
10년 넘게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는 이유가 있다. 라디오 국에서 펼쳐지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더해져 더 애틋한 연애소설. 라디오 프로그램 작가 공진솔과 피디이자 시인인 이건. 개편으로 바뀐 담당 피디가 시인이라는 말에 원고에 트집이나 잡지 않을까 걱정하던 작가 진솔은 건의 시집을 읽고 마음이 술렁댄다. 16부작 드라마로도 나올 예정. 시공사.

“사람이 사람을 아무리 사랑해도, 때로는 그 사랑을 위해 죽을 수도 있어도. 그래도 어느 순간은 내리는 눈이나 바람이나, 담 밑에 피는 꽃이나. 그런 게 더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거. 그게 사랑보다 더 천국처럼 보일 때가 있다는 거. 당신하고 설령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많이 슬프고 쓸쓸하겠지만 또 남아 있는 것들이 있어요. 세상 끝까지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라고 한다면 그건 너무 힘든 고통이니까 난 사절하고 싶어요.” “당신 말이 다 맞다고 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거 다 알고서, 사랑해보자고 한다면?”


우리는 사랑일까|알랭 드 보통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알랭드보통의 연애학, 심리학에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다. 20대 중반의 커리어우먼 앨리스가 꿈꾸는 낭만적인 사랑과 남자친구 에릭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아슬아슬한 일련의 사건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로 유명한 알랭드보통은 이상적인 사랑이 어떻게 현실 속에서 성숙한 사랑으로 완성되어 가는지 유쾌하게 보여준다. 은행나무.

“앨리스는 사랑하는 남자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했다. 그 남자의 행동은 여전히 수수께끼였다. 에릭은 처음 만난 날과 똑같이 복잡해 보였다. 그 첫 만남에서 그녀는 그 남자를 ‘안’줄 알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주장할 수 없었다. 그 남자는 멀리서는 잘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백만 개나 되는 파편으로 나뉘어 있었다. 앨리스는 이토록 서로 화해할 수 없는 요소들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신기했다. 그리고 예상할 수 없고, 끊임없이 질문과 해석이 뒤따르는 불안정 상태에 힘이 빠졌다.”

꾸뻬 씨의 사랑 여행|프랑수아 를로르
<꾸뻬 씨의 여행 이야기>로 잘 알려진 프랑스 정신과 전문의 프랑수아 를로르가 사랑 때문에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해 깨달음의 여정에 올랐다. 사랑할 때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겪는 꾸뻬 자신 외에도 서로에 대한 감정이 식어버린 오래된 부부, 연인이 있지만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여자 등 현실적인 사랑의 문제를 가지고 진료실로 찾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그려냈다. 열림원.

“사랑이 없으면 사는 게 얼마나 밋밋하겠어요? 사랑을 우릴 흥분시키고 즐겁게 해주죠. 사랑을 하면 삶은 모험의 연속이 되고, 만남은 순간순간 아찔한 경이가 된답니다. 물론 늘 그런 건 아니지만요. 그래도 전 사랑이 현대 생활의 가장 큰 불행, 즉 권태로부터 우릴 지켜준다고 믿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이긴 하지만 우린 지나칠 정도로 보호받으며 살고 있어요. 그런 우리에게 사랑은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모험이지요.”

미 비포 유|조조 모예
불의의 사고로 사지 마비환자가 된 젊은 사업가 ‘윌’과 엉뚱하고 순진한 여자 ‘루’가 환자와 간병인으로 만났다. 루에게 미래를 선물해주고 싶은 윌과, 시간을 붙잡고 싶은 루. 6개월만 살기로 결정한 윌의 인생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존엄성에 대한 논쟁을 뜨겁게 불러일으킬 만큼 묵직한 연애소설. 6월이 되면 영화로도 만날 수 있다. 살림.

“나는 그에게 키스를 했다. 멀어지는 그를 다시 불러오려고 키스를 했다. 내 입술을 그의 입술에 대고 우리 숨결이 섞이고 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그의 뺨에서 소금으로 맺히도록 키스를 하면서, 나는 나 자신에게 말했다. 어딘가에서, 그의 아주 작은 입자들이 소화되고, 삼켜져서, 살아있는 채로, 영원히, 내 몸을 구성하는 입자들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내 몸 아주 작은 한 조각까지 그의 몸에 밀착하고 싶었다. 내 의지로 그에게 무언가를 불어넣어주고 싶었다. 내가 느낀 생명의 조각 마지막 하나까지 그에게 주어 어떻게든 살게 만들고 싶었다.”

연애소설이 필요한 시간|요조 외 19인
싱어송라이터, 소설가, 기자, 만화가, 바텐더, 기생충학과 교수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스무 명의 남녀가 말하는 그들만의 연애소설을 새로운 방식으로 담았다. 사랑을 다루는 소설을 읽고, 영향을 받고, 연애를 하는 도돌이표 같은 삶의 이야기. 싱어송라이터 요조는 <무진기행>을 펼쳤고, 영화감독 정성일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뽑아 각색을 했다. 부키.

“연애에서도 배움은 있었다. 물론 교훈은 상실에서 왔고 교훈 상실의 부분을 메울 수 있을지는 가늠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연애는 이기심과 이타심의 충돌이었다.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내가 지닌 도덕관과 다르게 나 자신의 이기심과 악의가 드러나고, 스스로의 모순에 눈을 뜨고, 윤리가 무너져 내린 기억이 있다. 긴 고통을 느꼈고 인간에 대해 배웠다. 세상의 욕망과 누추한 악이 나와 가까이 있었음을 알았다.”

서른 넘어 함박눈|다나베 세이코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로 유명한 다나베 세이코의 단편소설집. 연애의 쓴맛, 인생의 쓴맛을 알아버린 서른 넘은 여자들이 다시 사랑 좀 해보자고 덤벼드는, 조금 안쓰러운 실화 같은 이야기 아홉 편으로 채워졌다. 유머와 풍자로 구구절절 코믹하게 풀어낸 비극적인 사랑과 왠지 내 얘기 같이 뜨끔한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다. 포레.

“독신은 여러모로 바쁜 것이다. 내 친구들 중에는 호박이 저절로 굴러들어오기를 기다리면서 공상 속에서는 버젓이 행세하지만 현실에서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엉덩이가 무거운 애들이 많다. 그러면서 해마다 주문이 까다로워진다.”
“남자와 여자는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사이라는 게 있어. 그런 좋은 사이가 되면 나이도 주름도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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