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인드 바이킹 그리고 여유
리마인드 바이킹 그리고 여유
  • 오대진 기자|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6.05.1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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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팔당댐 55km

자전거 캠핑을 시작한 지 정확히 1년이 됐다. 국토종주와 통영 트라이애슬론 코스, 순천만을 거쳐 북악스카이웨이까지. 이번에는 리마인드 바이킹이다. 조촐하게 사진기자와 단둘이. 지난해 4월 벚꽃길 라이딩을 머릿속에 그리며 여유롭게 출발.

▲ 라이딩 전에는 필히 공기압 체크.
봄봄, 봄봄봄봄!
D-Day는 4월 8일. 여의도 벚꽃 절정이 4월 7일이었으니 타이밍 한 번 기가 막혔다. 실로 날씨도 그렇고 벚꽃도 그랬다. 다만, 봄철 미세먼지와 황사가 아쉬움을 남겼다. 날이 좋아서인지 평일임에도 잠실한강공원에는 여기저기 돗자리를 펴고, 텐트를 치고 여유를 즐기는 연인, 가족, 친구 등이 많았다. 물론 시기하는 이도 있다. “대낮부터 이게 뭐하는 짓거리야! 꼭 붙어 있지 않아도 되잖아.” 외로움에 사무친 사진기자의 장난 섞인 말이 유쾌했다.

라이딩의 천국답게 자전거도로 양편으로는 쉴 새 없이 라이더들이 교차했다.“평일인데도 사람이 많네요. 팔자 좋아요. 하하.” “저 사람들도 우리 보고 그렇게 생각할걸? 우리도 일하러 온 복장은 아니잖아.” 어느샌가 일에 치여 좋아하는 것을 함에도 즐기지 못한 나를 돌아보게 됐다. 그치? 이 일 즐기려고 시작한 거잖아. ‘이거 해봐요. 재밌네요. 같이 즐기자구요!’ 1년이라는 시간이 특별한 건지, 봄이 주는 기운이 그런 건지, 반갑게도 다시금 초심을 떠올릴 수 있었다.

오늘은 잠실한강공원을 출발해 팔당댐을 찍고 돌아오는 55km 코스. 팔당역의 별미인 초계국수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 오면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출발하시져?!” “그래 볼까? 날씨도 좋고, 바람도 좋고, 다 좋구나.” 라이더에게는 축복인 뒷바람이다. “쭉쭉 나가는데요?” “그러게. 탈 맛나네.” 성내천을 지나 광나루 한강공원을 관통한다. 길가에 쭉 들어선 벚나무들은 며칠 전 윤중로에서 본 벚꽃들과는 다르게 보였다. 좀 더 생기가 있고 여유가 있다고 할까나.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스포츠이면서 심적으로는 가장 여유로운 스포츠이기도한 자전거 라이딩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런 여유가 묻어나왔다.

▲ 출발에 앞서 루트도 다시 한 번 확인.

▲ 갈대숲이 우거진 암사생태공원.

눈앞의 여유
갈대숲이 우거진 암사생태공원을 지나면 주변 분위기가 확 바뀐다. 높은 빌딩과 아파트단지들은 사라지고 유유히 흐르는 한강만이 구르는 두 바퀴와 리듬을 같이 한다. “이제 언덕 나와요. 준비하세요.” “아, 그래? 고고!” 암사IC에서 강일IC 사이에 있는 유일한 언덕. 이제껏 꽤 높은 언덕이라 여겼는데 언덕도 아니었다. 소조령에 이화령, 북악스카이까지 겪었으니. 역시 상대적인가 보다. 사람은 경험을 해봐야 해.

▲ 공수부대 낙하 훈련. 귀한 볼거리도 한 컷.
강동대교를 통과하니 더욱 한적하다. 벚꽃길은 더욱 화려해진다. 오롯이 라이딩 만을 위한 자전거길이 참 잘 뻗어있다. 라이더들의 발길 역시 끊이질 않는다. 휠체어를 두 팔로 힘차게 뻗으며 나아가는 할아버지까지. 하남시계를 넘어 미사리조정경기장을 지난다.

색다른 볼거리도 있었다. 공수부대 낙하 훈련. 마실 나온 어머님 아버님들이 공원 계단에 앉아 뭘 지켜보시나 봤더니 훈련 중이다. 저 멀리서부터 헬리콥터 소리가 난다 했더니 이거였다. 굉음을 내고 이륙한 헬기가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지더니 이내 점으로 보이는 물체들이 수직 낙하한다. 잠시 후 낙하산을 펴고 풍향에 따라 이리저리 방향전환을 하더니 지름이 채 1m도 되지 않아 보이는 낙하지점에 정확히 착륙. “대단한데요? 저 작은 데 정확히.” “신기하네, 진짜. 믿음직해. 발 뻗고 자도 되겠어.” 색다른 광경에 잠시 넋을 놓다 갑자기 오래전 캠핑에서의 친구 말이 떠올랐다. “별거 아닌데 이게 별거야.” 여유는 언제나 눈앞에 있었다.

미사리조정경기장을 지나면 ‘벚꽃엔딩’. 벚꽃잎이 살랑살랑 나부끼는 봄바람에 이리저리 춤을 춘다. 오랜 시간 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한 을씨년 혹은 기괴한 갈대숲(?)도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역시 자연은 손때가 묻지 않아야 예쁘네요.” “영화 속에서나 봤던 모습인데? 아마존이나 뭐 그런.”

▲ 서울을 뒤로 하고 이제는 하남.

▲ 드디어 팔당대교!

이제 팔당대교. 멀리 팔당댐이 모습을 드러낸다. 맞은편에 웅장하게 자리한 팔당댐을 기대했건만 실망이다. 아침보다는 좀 걷혔다고 하나 미세먼지와 황사가 여전하다. 팔당대교를 내려와 팔당역을 지나면 어느새 팔당댐. “그래, 벌써 1년이나 지났네. 시간 참 빠르다.” “그러게요. 자전거 몇 번 타니까 1년이라는 시간이 후딱 갔네요.” 날씨도, 분위기도 사람들의 표정도 모두 봄이었다. 팔당댐에 왔으니 또 초계국수 한 그릇. 시원한 국물에 담백한 닭가슴살이 기력 회복 제대로.

▲ 든든한 초계국수 한 그릇으로 체력 보충.

▲ 벚꽃엔딩? 벚꽃잎들이 바람에 휘날린다.
도심의 여유
다시 잠실한강공원으로. 올 때 확실히 뒷바람이었다. 도무지 자전거가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바람이 쎈데요? 시간 좀 걸리겠어요.” “올 때 편하게 온 거였네. 차라리 반대가 더 나은데 말이야.” 끙끙대며 팔당대교를 다시 오른다. 맞은편에 많이 본 듯한 그림이 그려진다. “아! 아까 올 때 그분이구나. 그 할아버지요.” “휠체어 타시던?” “대단하시네요.” 강동대교 부근에서 지나친 할아버님이 팔당대교까지 오셨다. 두 팔로 휠체어를 이끌고. 연신 엄지를 치켜세웠다. 나이도, 체력도 다 필요 없고, 역시 열정이야.

맞바람이 쎄 걱정을 좀 했지만,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실내사이클 특훈 덕분인가?’ 미사대교, 강동대교, 천호대교 등 한강 위로 뻗어 있는 다리를 하나하나씩 지나다 보니 어느새 잠실대교. 뉘엿뉘엿 지는 태양이 한강을 금빛 물결로 수놓는다. 봄나들이 나온 이들도 아까보다 부쩍 많아졌다. 시끌벅적한 대학생들, 팔베개 한 연인들, 강아지와 산책 나온 어머님, 술잔 들이키기에 여념 없는 아저씨들, 아기 재롱에 활짝 웃는 부부, 땀 식히는 라이더들까지. 다들 이렇게 저마다의 여유를 즐기나 보다. 다시 활기찬 도시로 돌아왔다.

▲ ‘나도 있다고!’ 햇살에 빛나는 복사꽃.

epilogue
날씨도, 거리도, 분위기도 여유로운 라이딩이었다. 한강 자전거길을 출퇴근하던 시기가 떠올랐다. ‘그 때는 마음이 꽤 여유로웠는데 말이지’하면서. 일에 치여 바빠지는가 싶더니 이렇게 일하러 나오지 않는 이상 자전거에 오를 시간이 없다. 그 시간을 만들면 되는 데 말이다. 노량대교 아래를 지날 때면 불어오는 그 시원한 바람, 그리고 봄의 꽃내음. 이런 작은 행복들을 다시 찾아야겠다. 그치? 봄의 낭만은 이런 거지?

▲ 흐드러지게 핀 벚꽃들.

▲ 강동대교를 지나 잠시 휴식.

▲ 라이더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 다 좋은데 딱 하나, 미세먼지가 아쉬웠다.
▲ 뉘엿뉘엿 지는 해가 한강을 금빛물결로 수놓는다.

▲ 1년 만에 다시 팔당댐을 만났다.

 *장비 지원 자이언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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