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자연의 선물, 타히티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자연의 선물, 타히티
  • 이두용 차장
  • 승인 2016.05.11 16: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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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영화의 주인공처럼…내가 경험한 모든 것이 행복, 모레아 MOOREA

영화 <매트릭스> 포스터엔 이런 카피가 쓰여 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타하에서 보낸 며칠이 내겐 똑 그랬다. 118개로 이루어진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섬.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도 아닌데. 섬을 떠나는 배에 올라 자꾸만 뒤를 돌아다봤다. 이곳에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일본인들이 말하는 ‘일생에 단 한번 만나는 인연’이라는 뜻의‘一期一会(いちごいちえ)’가 떠올랐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는 곳일 텐데, 그랬다.

▲ 태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타히티의 바다. ⓒTahiti Tourisme

하지만 이런 아쉬움은 모레아에서 깨끗하게 사라졌다. 시간이 지나 갈수록, 날이 갈수록 타히티의 매력은 깊어져 갔다. 전에 무엇을 보았든 그 이상을 보았고, 어디서 무엇을 경험했든 더 새로운 것을 경험했다. 살면서 하루하루가 그렇게 빨리 가는 날이 없었다. 즐거움이 깊을수록 돌아가는 날을 꼽게 돼 많은 여정이 남았음에도 밤마다 서운함이 찾아들었다.

덕분에 주어지는 시간에 더 열심을 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마음으로 느끼고, 사진으로 담아내는 모든 것을 성실하게 했다. 한국으로 돌아가 누군가 내게 타히티에 대해서 묻는다면 하나에서 열까지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도록 그곳에서의 즐거움을 마음에 새겼다.

About TAHITI
타히티TAHITI는 하나의 나라나 섬을 부르는 말이 아니다. 서유럽 면적과 견줄 수 있는 약 400만 제곱킬로미터의 바다에 산재해 있는 118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전체를 부르는 말이다. 타히티라는 이름은 이 중 가장 큰 섬이면서 수도인 페페에테Papeete가 있는 본섬의 이름에서 따왔다. 하와이와 뉴질랜드, 사모아, 이스터 섬 등이 에워싼 남태평양 망망대해 위에 절대자가 한 땀 한 땀 수놓아 숨겨놓은, 청정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프랑스령 폴리네시아는 크게 5개의 군도로 나뉘어 있는데 소시에테, 투아모두, 말퀘시스, 오스트랄, 갬비어 등이다. 타히티 원주민들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섬들이 이들의 신앙과도 같은 마나Mana의 강한 기운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믿는다. 타히티가 다도이면서 커다란 하나의 섬인 이유다. 이곳은 연평균 기온이 섭씨 26도 전후로 1년 내내 수영이 가능한 쾌적한 날씨를 자랑한다. 외부의 출입이 적은 타히티의 히든 아일랜드들은 태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더욱이 타히티의 바다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맑기로 소문이 나 있다. 오랜 시간 세계 유명 화가와 작가, 영화감독들에게 사랑받으며 작품의 무대로 사용될 수 있는 이유다.

▲ 벨베데레 전망대에선 로투이산을 중심으로 양쪽에 쿡스 베이와 왼쪽엔 오푸노후 베이가 장쾌하게 조망된다.

모레아 MOOREA
영화‘인디아나 존스’를 좋아한다. 영화 상영 내내 스크린을 가득 메운 신비로운 대자연. 그곳을 탐험하며 고고학적 신비를 밝혀내는 주인공. 사실 내 마음을 빼앗은 건 영화 내용보다 배경이 된 어딘지 모를 자연이 늘 먼저였다. 비현실적인 풍경이지만 세상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그곳. 모레아에서 첫 트레킹을 시작했을 때, 난 인디아나 존스를 떠올렸다. 마치 어린 시절 영화에서 보았던 그곳에 들어와 있는 듯했다. 영화 내내‘저런 곳에 꼭 가 보고 싶다’고 되뇌던 마음의 갈증을 비로소 해결한 듯 흥분됐다.

하트를 똑 닮은 사랑의 섬
타히티 여인들이 두르고 다니는 파레오Pareo를 만들면서 하얀 천 위에 타히티 국화 티아레Tiare를 직접 그렸다. 고작 며칠 머물렀는데 제법 타히티에 익숙해진 기분이다. 자신이 그리고 색을 칠한 파레오는 잘 말려서 완성되면 다음날 숙소로 가져다준다고 했다. 벌써 결과물이 기대됐다.

▲ 어둠을 가르며 사방을 밝히는 불의 힘이 이들의 뜨거운 열정처럼 느껴져 박수가 절로 나왔다.

그날도 밤은 이곳 원주민들의 전통 춤사위와 함께 물들었다. 격렬하면서 에너지가 넘치는 그들의 동작은 보는 이에게도 그 힘이 전달되는 것 같았다. 불을 이용한 동작을 선보일 땐 어둠을 가르며 사방을 밝히는 불의 힘이 이들의 뜨거운 열정처럼 느껴져 박수가 절로 나왔다.
이들이 이렇게 뜨거울 수 있는 건 아마도 모레아가 프랑스 폴리네시아 심장의 의미여서가 아닐까. 실제로도 모레아는 섬 모양이 하트를 닮았다. 그래서 사랑의 섬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다음날은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원시림 계곡을 올라 폭포까지 트레킹하는 일정이 있어서였다. 밤새 비가 내렸는지 세상이 물로 닦아낸 듯 맑다. 이런 날씨에 트레킹을 한다는 건 행운이었다.
모레아에서 VIP투어를 운영하고 있는 이벳 레옹Yvette Leon을 만났다. 작은 키의 중년 여성인데 다부진 체형에 유난히 밝은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오늘 여러분은 색다른 체험을 하게 될 거예요.” 타히티에 와서 경험한 모든 것이 색달랐지만, 그 말에 더 큰 기대가 생겼다. 그녀가 진행하는 트레킹은 아파레아이투Afareaitu마을에서 시작해 폭포까지 오르는 코스다. 모레아의 청정 자연을 걸으며 숲이 선물하는 힐링을 만끽할 수 있어 좋다.

▲ 물을 보자 이벳이 겉옷을 훌훌 벗더니 수영복 차림으로 들어가 폭포로 향했다.

▲ 이벳이 자신의 몸에 나뭇잎을 붙이더니 환하게 웃으며 승리의 포즈를 취했다.
보면 볼수록 천국이 따로 없네
트레킹에 앞서 산이 올려다보이는 넓은 운동장으로 향했다. 운동장 한가운데로 들어가서 보니 안개가 올라앉은 산의 능선이 마치 수묵화의 실사 판이다. 우리네 정서에도 딱이다. 마치 운동장 뒤로 산이 그려진 커다란 병풍을 쳐놓은 것 같다. 산의 품에 안긴 것 같은 포근한 느낌이다. 우측 한편에는 수묵화에 정점이라도 찍듯 그림 같은 폭포가 물줄기를 토해내고 있었다.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장면처럼 비현실적이다. 일행은 카메라를 꺼내 들고 셔터 누르기에 여념이 없었다.

모레아에는 해발 1,207m의 토히베아 산Mt. Tohivea이 섬 중심에 우뚝 서 있다. 그리고 그 좌우 능선을 따라 실제로도 산이 병풍처럼 길게 이어져 있다. 2백만 년 전 화산으로 형성됐다는 이 산은 타히티에서 사용하는 50과 100 퍼시픽 프랑 동전 뒷면에 새겨질 정도로 상징성을 가졌다.
일행이 눈앞에 놓인 풍경에 혼을 쏙 빼고 있을 때 이벳이 외쳤다. “차에 올라서 폭포가 있는 곳으로 가죠. 체험은 지금부터예요.”

얼마나 갔을까. 이벳이 차에서 내려 걷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커다란 잎사귀 하나를 따서 몸에 붙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몸에 붙인 잎사귀가 떨어지지 않고 온전하게 붙어 있었다. 몇 장 더 따서 자신의 몸에 붙이더니 환하게 웃으며 승리의 포즈를 취한다. 여러 장의 잎사귀를 따서 우리에게도 건넸다. 직접 붙여보니 어떤 옷에라도 잎사귀가 척척 붙었다. 신기했다.

들머리에 오르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워낙 깨끗한 비라서 맞고 있으니 오히려 시원하다. 걷기 시작하니 이내 비가 그쳤다. 향긋한 풀냄새와 흙냄새가 자연의 품에 들어와 있는 기분을 보다 고조시킨다.

사방으로 자연이 선물한 과일이 곳곳에 열려 있다. 야자와 코코넛은 물론 빵열매와 야생 바나나, 파파야, 구아바 등 가짓수만 해도 여럿이다. 사람을 해할만한 동물이 없으니 자연에 파묻혀 과일만 따 먹으며 살아도 평생 부족할 게 없을 것 같다. 여러 번 반복하는 말이지만 천국이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하나도 부족하지 않다.

▲ 멀리 보이는 폭포의 풍광이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워 일행은 분주하게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대자연이 품고 있던 비밀 폭포
숲으로 들어가니 한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식물이 지천이다. 이벳이 커다란 마프Mape 나무를 보자 달려가 그 뒤에 숨는다. “이 나무는 여러 가지 용도가 있어요. 적이 왔을 때 실제로 이렇게 숨기도 하고, 나무속이 비어 있어서 멀리 신호를 보낼 땐 돌로 나무를 두드려서 의사소통을 하기도 했지요.”
실제로 큼지막한 돌로 나무를 두드리자 큰 북을 치는 것처럼 ‘퉁퉁퉁’하고 소리가 숲으로 퍼졌다. 이미 설명을 들은 뒤였지만 알고 봐도 신기했다.

조금 더 올라가자 계곡이 나타났다. 아파레아이투 폭포가 멀지 않다는 증거다. 우리나라 곳곳에 ‘선녀탕’이라는 이름이 붙은 계곡과 많이 닮았다. 물을 보자 이벳이 겉옷을 훌훌 벗더니 수영복 차림으로 물에 들어갔다. 그리고 헤엄쳐서 저만치 앞에 있는 작은 폭포 안으로 들어가 크게 웃으며 양손을 흔든다. 이곳에서 태어나 자란 그녀의 에너지는 폭포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것 같았다. 보는 이마저도 유쾌해지고 힘이 난다.

▲ 포에티가 기다란 나무를 들어 폭포의 정상을 가리키는 데 마치 숲의 요정처럼 보였다.
밤새 내린 비가 흙을 품고 왔는지 계곡의 물은 바다에서 본 것만큼 투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타히티는 그 어느 곳을 가도 1등급 청정지역이라 그마저도 깨끗해 보인다. 조붓한 길을 따라 10여 분 더 걸어가니 세차게 떨어지는 물소리가 들렸다.
눈앞으로 낮은 언덕이 보이고 그 뒤로 물안개가 가득하다. 신선이라도 나타날 것처럼 분위기가 묘했다. 설렌다. 몇 걸음 올라가니 드디어 폭포다. 세차게 떨어지는 물줄기가 분무기로 물을 뿌려대듯 사방에 물안개를 만들어 낸다. 시야가 또렷하지 않다. 당연히 몽환적일 수밖에. 순식간에 옷이 수분을 빨아들인다. 그런데도 눅눅하거나 불쾌하지 않다. 상쾌하고 시원하다.

폭포가 생각보다 웅장하지는 않았다. 세상엔 거대하기만 한 폭포는 많으니까 경쟁의 의미는 없다. 토히베아산이 길게 뻗은 오른팔 품속에 숨겨진 이곳은 타히티의 청정 자연을 걸으며 속살을 들여다보는 트레킹으로 분명한 가치가 있다. 포에티가 기다란 나무를 들어 폭포의 정상을 가리켰다. 그 모습이 물안개로 둘러싸인 식물들과 어울려 마치 숲에 사는 요정처럼 보였다.

남태평양의 싱그러운 주스
폭포에서 되돌아 내려오는 길, 상쾌했다. 옷을 입고 있었지만 맑은 물로 깨끗하게 샤워라도 한 느낌이었다. 몸과 마음이 정화되니 목이 말랐다. 야생 과일을 보고 난 뒤라 직접 갈아서 벌컥벌컥 들이켜고 싶었다.
마침 다음 코스가 과일주스공장이란다.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자동차에 올라 어떻게 이동하는지도 모르게 금세 도착했다. 이곳은 타히티 대표 주스 브랜드인 로투이Rotui 주스를 만드는 공장이다. 입구에만 들어섰는데도 신선한 파인애플 냄새가 진동한다. 이내 침샘이 폭발했다.

▲ 과일주스공장은 타히티의 대표 주스 브랜드인 로투이Rotui 주스를 만드는 곳이다.

1980년대 초 이곳 파인애플 농장 주인이 과다 생산된 파인애플 처리를 고심하던 중 공장을 세워 주스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위기가 새로운 기회가 되었고 이곳에서 생산된 주스가 현재 타히티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고. 신선한 파인애플 100%로 만든 파인애플 주스가 대표 상품이고 이외에도 다양한 과일주스와 파인애플 와인·리큐르, 바나나 보드카 등을 생산하고 있다.

공장 건물 맞은편에는 무료로 관람과 제품 구매가 가능한 숍도 운영 중이다. 매장으로 들어서자 점원들이 웃으며 반긴다. 주스에 대한 자세한 소개를 들으며 원하는 주스를 조금씩 맛볼 수 있어 구매에 도움이 된다. 상큼한 파인애플 향과 톡 쏘는 단맛에 끌려 와인을 한 병 구매했다. 조금씩 맛만 봤는데도 여러 종류의 주스를 마시다 보니 갈증은 사라지고 입안엔 과일 향이 맴돌았다.

▲ 파인애플 100%로 만든 주스가 대표 상품이고 과일주스와 파인애플 와인·리큐르, 바나나 보드카 등을 생산하고 있다.

▲ 인부들의 선한 미소와 구릿빛 팔뚝이 마치 최상급 파인애플을 키워내는 보증수표처럼 느껴졌다.

과일주스공장 인근엔 파인애플 농장이 많다. 사실 모레아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파인애플 주생산지이기도 하다. 주스공장에서 나오는 길 한 파인애플 농장에 들렸다. 굵은 비가 내렸지만 인부들은 수확에 한창이었다. 다가가서 보여 달라고 하자 갓 딴 파인애플을 들어 보이며 “좋지요?” 한다. 당장 주스로 갈아서 마시고 싶을 만큼 먹음직해 보였다. 인부들의 선한 미소와 구릿빛 팔뚝이 마치 최상급 파인애플을 키워내는 보증수표처럼 느껴졌다.

최고의 모레아와 마주하는 방법
농장을 지나 벨베데레Belvedere 전망대로 향했다. 이 전망대는 하트 모양을 닮은 모레아에서도 가장 중심에 위치한 명당 중의 명당이다. 벨베데레 전망대에 오르면 멀리 북쪽 중앙에 로투이산Mt. Rotui(2,949m)이 보이고 오른쪽엔 쿡스 베이Cook’s Bay, 왼쪽엔 오푸노후 베이Opunohu Bay가 장쾌하게 조망된다.

▲ 하늘은 잔뜩 흐리고 여전히 빗방울은 날렸지만,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장관이었다.

하늘은 잔뜩 흐리고 여전히 빗방울은 날렸지만,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장관이었다. 비를 머금은 하얀 운무로 덮인 로투이 산은 마치 하얀 스커트를 휘날리며 춤추는 타히티 여인의 모습을 닮아 있었다.
카메라 렌즈의 망원 줌을 이용해 산 양옆의 쿡스 베이와 오푸노후 베이를 촬영했다. 구름 위로 신선이라도 나타날 것처럼 신비롭다. 흐린 날도 이렇게 아름다운데 맑은 날 오면 얼마나 더 좋을까. 아쉬움이 다음을 기약하게 한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해안도로 아래로 그림 같은 리조트가 일행의 눈길을 빼앗았다. 넓게 펼쳐진 라군 위에 정성스레 지어진 방갈로들. 모레아의 자연과 환상적으로 어우러져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 해안도로 아래로 그림 같은 리조트가 일행의 눈길을 빼앗았다.

▲ 소피텔 리조트는 가장 최근 리노베이션을 끝낸 114개의 럭셔리한 수상 방갈로를 보유했다.

알고 보니 일행이 머물 소피텔 모레아 리조트Sofitel Moorea Ia Ora Beach Resort였다. 이곳은 모레아의 리조트 중에서 가장 최근 리노베이션을 끝낸 114개의 럭셔리한 수상 방갈로를 보유했다. 바로 일행이 내려다보고 있는 곳이다. 더욱이 지금 서 있는 이곳은 리조트와 함께 모레아의 아름다운 바다풍경을 만끽할 수 있어 섬 일주 관광에서 주요 포인트Scenic point로 반드시 포함하는 곳이다. 소피텔 모레아 리조트는 넓은 백사장과 시원한 조망은 물론 보는 것만으로도 풍미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음식까지 가득해 모레아의 즐거움에 화룡점정이 아닐 수 없다. 빨리 숙소로 들어가고 싶어졌다.

타히티 전통의 맛 ‘불의 음식’
타하의 밤이 뜨거웠다면 모레아의 밤은 황홀했다. 바다 위로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하자 소피텔 리조트엔 하나 둘 조명이 켜졌다. 멈췄던 비가 다시 한 번 쏟아졌다. 약속이나 한 듯 사람들은 등불 아래로 모여들었다.
사람이 모이자 이 모든 것이 이미 예정된 일인 것처럼 한쪽에서 악사들이 우쿨렐레와 핸드드럼을 치며 노래를 불렀다. 비가 내리고 있었고, 사람들은 웅성거렸지만, 음악은 공기를 가르고 사람들의 마음으로 전달되는 듯했다. 소란스러웠지만 마음은 고요했다.

▲ 사람들이 모이자 한쪽에서 악사들이 우쿨렐레와 핸드드럼을 치며 노래를 불렀다.

▲ 야자수 잎을 거둬내니 아히마아 안에는 맛있게 잘 익은 돼지 통구이가 들어 있었다.

비가 그치자 이벳이 우리를 밖으로 이끌었다. 이미 어두워진 마당 한가운데에 야자수 잎으로 덮은 무언가가 있었다. 바로 타히티 전통 오븐 아히마아Ahima'a였다. 타히티어로 ‘아히’는 불을 의미하고 ‘마아’는 음식을 뜻한다. 말 그대로 불의 음식이라는 의미다. 보통은 이 전통 오븐으로 돼지를 통째로 굽는다. 3시간 동안 돌멩이를 불에 달구어 땅에 묻은 뒤 야자수 잎 같은 나뭇잎으로 음식을 싼 후 그 위에 올려놓고, 다시 돌과 모래 순으로 덮어 2시간에서 5시간 정도 익혀서 꺼내 먹는다.

우리는 지금 막 밖으로 나왔지만 사실 아히마아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 누군가가 몇 시간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 준비됐나요? 그럼 꺼내볼까요?” 이벳이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맨 위를 덮고 있던 천과 야자수 잎을 거둬내니 그 안에는 맛있게 잘 익은 돼지 통구이가 들어 있었다. 그 옆으로는 향긋한 빵열매와 나뭇잎으로 싼 음식들이 놓여 있다. 아직 실제로 먹지도 않았는데 눈으로 보는 맛도 제법이다. 보는 맛과 먹는 맛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모레아에서의 마지막 밤은 오감을 황홀하게 감동시키며 저물었다.

▲ 개인의 품격을 높인 프라이빗한 실내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 소피텔 리조트의 수상 방갈로 아래로 유리알처럼 투명한 바닷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취재협조 타히티관광청(www.tahiti-tourisme.org), 프랑스관광청(kr.france.fr), 에어타히티누이(www.airtahitinui.com), South Pacific Tours 한국오피스 (02-566-3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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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 2022-01-25 01:11:57
타히티에 가본 적 없지만.. 사진 속 풍경이 제가 가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 감사합니다. 코로나로인해 해외에 나가는 것이 어려워진 때에 제 마음이 잠시 여행을 다녀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