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이상이 만나는 땅, 파타고니아
현실과 이상이 만나는 땅, 파타고니아
  • 이두용 차장 | 사진 김영식 대한산악협회 청소년 이사
  • 승인 2016.05.0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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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Patagonia: PROLOGUE

신들의 땅 히말라야Himalayas에서 멀찍이 떨어진 남아메리카 대륙의 파타고니아Patagonia. 한반도 면적의 5배 가까운 넓이를 자랑하는 이 황무지 같은 곳이 왜 전 세계 산악인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을까. 아마도 칠레 푸에르토몬트Puerto Montt에서 아르헨티나 콜로라도Colorado 강을 잇는 100만 킬로미터에 우뚝 솟은 고봉의 산신들이 대자연을 동경하는 이들의 도전의식을 불러일으켜서 일 것이다.

▲ 만년설과 빙하가 머무는 파타고니아.

푸른 하늘을 물어뜯을 듯 상어 이빨처럼 날카롭게 솟은 최고봉 피츠로이Fitzroy(3,405m)와 8,000m 고봉들과 견주어도 난도는 뒤지지 않는 난공불락 세로토레Cerro Torre(3,128m), 그 뒤를 이어 산맥을 이루며 대지를 호령하는 토레에거Torre Egger·푼타에론Punta Herron·세로스탄아르트Cerro Stanhardt. 파타고니아는 눈에 보이지만 쉽게 닿을 수는 없는 남미의 신산을 품은 땅이다.

영국의 작가 브루스 채트윈은 이곳을 다녀간 후 동명의 <파타고니아>라는 기행문을 썼다. 그리고 책 서문에 ‘셰익스피어가 <템페스트>의 영감을 얻은 땅,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거인의 모델을 제공한 땅, 찰스 다윈의 마음을 사로잡은 땅, 생텍쥐페리의 <야간 비행>의 무대가 된 땅, 코난 도일의 <잃어버린 세계>의 소재가 된 땅’이라고 파타고니아를 소개했다.

실제로도 수많은 탐험가에게 도전을 일으켰고, 여행가에게는 신비한 경험을, 예술가에게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창작욕을 불태우게 했다. 들머리는 존재하지만 날머리는 없는 신비의 땅. 단정할 수 없는 파타고니아의 묘한 매력은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속 이야기처럼 오늘도 전 세계의 많은 이들을 이 땅으로 잡아 이끌고 있다.

이 땅 파타고니아에 미친 한 젊은이가 있었다. 그는 이곳에 빠져들기 전부터 친구 셋과 북미에서 남미 리마까지 이동하며 서쪽 해안에서는 서핑을, 칠레의 화산에선 스키를 타는 모험을 만끽했다. 그리고 이곳 파타고니아에 이르러 피츠로이 봉우리를 마주하고 사투 끝에 결국 정상에 올랐다. 이본 취나드. 그의 의지는 대단했다. 이방인에게 호락호락할 리 없는 피츠로이를 상대로 만년설에 설동을 파고 빙벽에서 비박을 하면서 신루트를 개척하며 정상을 밟았다.

그는 세계 곳곳을 다니며 신루트를 개척했다. 1963년엔 주한미군으로 근무하며 북한산 인수봉에 두 개의 루트를 개척하기도 했다. 당시 국내에 자신이 사용할 마땅한 장비가 없자 쌍림동 대장간에 의뢰해 필요한 장비를 제작한 건 국내 산꾼들에게 유명한 일화다.

그의 자연과 산, 장비에 대한 이러한 열정이 오롯하게 하나의 브랜드로 탄생했다. ‘파타고니아’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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