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을 다시 보다
비운을 다시 보다
  • 이지혜 기자|사진제공 파라마운트 픽쳐스, 워너 브라
  • 승인 2016.04.2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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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MOVIE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에비에이터’ ‘블러드 다이아몬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오스카상 타기라는 게임이 있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웹 게임으로 치열한 서바이벌 형식인 데다, 심지어 퀄리티가 뛰어나 게임 방송 BJ가 중계할 정도다. 웃프다. 다시 말하자면 웃펐다. 하지만 더는 웃프지 않아도 된다. 그가 드디어 오스카를 쥐었다. 수상소감에서 말하진 않았지만, 그와 오스카의 악연은 오랜 세월 지속됐다. 그를 오스카로 데려갔다 노미네이터로 돌아서게 한 대표작을 다시 보자.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주식의 전설 조단 벨포드의 실화가 바탕이다. 월급쟁이론 평생 큰 돈 만져보지 못하겠다는 걸 일찌감치 깨달은 조단 벨포드는 화려한 언변술로 주식 시장을 주무르기 시작하고, 마침내 정상에 다다른다. 술과 마약, 섹스와 중독, 집착, 돈다발, 난잡함이 영화에 다 있다. 야하다 못해 퇴폐적이기까지 하는 월 스트리트의 은밀한 곳을 조단 벨포드로 들여다본다. 하지만 영화가 가리키는 돈의 의미와 결말은 오스카 가까이 가기에 충분했다. 특히 처음으로 마약을 하는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저 인간 뭐지?”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에비에이터>는 2004년 디카프리오를 처음으로 오스카 남우주연상 노미네이트에 올려놓은 작품이다. 호불호가 갈리기 쉽다. 재미있기도, 재미없기도 쉽다.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항공 영화를 만들다가 항공사를 차린 천재. 완벽주의자. 결벽증. 정신병자 하워드 휴즈를 완벽하게 재현했다. 모든 걸 가졌지만, 어릴 적부터 심해진 결벽증에 결국 미쳐버리고 모두가 그를 외면한다. 비행기를 향한 끝없는 집착으로 결국, 화려하게 부활하는 하워드 휴즈의 드라마 같은 삶을 뛰어난 연기력으로 씹어 먹었다.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 지역 재배를 두고 벌어진 아프리카 대륙 내전의 아픔을 보여주는 씁쓸한 영화다. 밀수거래를 일삼던 용병 대니 아처를 연기한 디카프리오는 유례 없이 크고 희귀한 다이아몬드를 발견한 강제 노역자에게 접근한다. 다이아몬드를 찾으려는 디카프리오와 가족을 찾으려는 노역자가 함께 국경을 넘는 이야기다. 영화는 재밌다. 믿고 보는 연기력에 탄탄한 스토리가 짜임새 있게 얽혀 단단한 다이아몬드를 만지는 느낌이다. 씁쓸하고 슬픈 반전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좋은 영화다.

그의 영화는 내내 야하기만 하지 않고, 멋있기만 하지도 않고, 재밌기만 하지도 않다. 그는 배우임에도 항상 영화를 통해 메시지를 주고자 했다. 잘생김을 연기로 덮어버리더니 이젠 성숙미까지 갖췄다. 오스카에서 돌아설 때마다 “괜찮다”고 하던 짠내 나던 그 오빠가 드디어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탔다. 시상식 후 트로피에 이름을 새겨주는 곳에서 기다리던 디카프리오의 움짤은 마치 간식을 기다리는 강아지와 비슷했다. 언제 또 오스카를 받을진 모르겠지만, 그의 연기는 항상 노미네이트에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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