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연기력, 미친 앵글…영화 ‘레버넌트’
미친 연기력, 미친 앵글…영화 ‘레버넌트’
  • 이지혜 기자|사진제공 20세기 폭스
  • 승인 2016.04.27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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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MOVIE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레버넌트>를 치면 연관검색어에 ‘노잼’이 따라온다. 3시간에 가까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많은 사람에게 노잼을 선사했나 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오스카를 안겨준 <레버넌트>는 노잼이라 했던 이들에겐 유감스럽게도 ‘핵꿀잼’이다. 내가 유별난 건지, 노잼이 유별난 건진 모르겠지만 여하튼, 배우와 제작진이 단단히 약 빨고 만든 영화인 건 분명하다.

이건 생명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를 본 대부분의 감상평인 “주인공은 절대 죽지 않더라”라는 흔한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자. 무엇보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고 실화와 매우 흡사하다는 점에서 ‘레알’ 생명에 관한 이야기다. 19세기 미국 서부 개척 시기 배경이다. 탐험가와 인디언이 서로 무자비한 도륙을 할 때, 누군가는 처절하리만큼 죽지 않으려, 혹은 죽지 못해 더 슬픈 이야기다.

영화는 또 자식과 부모에 관한 이야기다. 새끼 곰을 지키기 위해 인간을 공격한 회색곰, 딸을 되찾으려 살생을 서슴지 않는 인디언, 삶의 전부였던 아들을 잃고 복수를 위해 살아남는 주인공. 모든 생명체가 가진 새끼를 지키려는 본능이 압도적인 자연 속에서 만난다.

미 서부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전설적인 모험가 ‘휴 글래스’의 실화를 담았다. 1823년 미주리 강 상류를 탐험하던 중 회색곰의 습격을 받게 되는 휴 글래스. 그는 죽기 직전의 부상을 당했고 동료들은 그를 버리고 간다. 하지만 놀라운 생명력으로 6주가 넘는 기간 동안 약 350km를 기어 도심을 찾아갔다. 그는 부상 회복 후 다시 사냥꾼으로 돌아갔다. ‘저승에서 돌아온 자’라는 뜻의 ‘레버넌트’. 디카프리오는 저승의 휴 글래스를 한 번 더 환생시켰다.

디카프리오가 이 영화를 선택했을 때, 세간에서는 오스카를 타기 위해서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디카프리오는 실화 소재 영화에 지나치리만큼 애정을 보인다. <토탈 이클립스>, <바스켓볼 다이어리>, <타이타닉>, <에비에이터>,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캐치 미 이프 유 캔> 등 작품성 높은 실화 소재 영화는 항상 그의 것이었다. 그의 탐닉적인 실화 집착(?)은 결국 오스카를 성취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인셉션>에서 호흡을 맞춘 2015년 최고의 배우 1위에 오른 톰 하디와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췄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베인 역으로 역대급 악역을 해 낸 톰 하디는 원초적인 야만성을 가진 인물로, 철저한 악역으로 변신했다. <인셉션>의 동료였던 두 배우가 적으로 만나 끈질긴 복수를 하는 장면도 뛰어나다.

뛰어나다는 게 배우들의 연기력만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영상미다. 3년 연속 오스카 촬영상을 거머쥔 엠마누엘 루베즈키 촬영감독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과 세 가지 법칙을 세우고 영화를 만들었다. 첫째, 시간 순서대로만 촬영한다. 둘째, 인공조명은 사용하지 않고 햇빛과 불빛만을 사용한다. 셋째 매끄럽게 연결된 롱샷을 만들어낸다. 리얼리티를 위해 무려 5년에 걸쳐 로케이션 장소를 찾아낸 후, 세 가지 법칙을 지켜가며 만들어낸 영상은 가히 충격적이다. 지금까지 그 어떤 영화에서도 본 적 없는 영상이다. 엠마누엘 루베즈키의 전작인 <그래비티>의 영상과는 또 다르다. 게임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레버넌트>는 디카프리오에게 오스카를 선물했고 디카프리오는 <레버넌트>를 완성시켰다. 그의 수상소감에 오스카와의 악연은 한 마디도 없었다. 단지 “자연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 나도 오늘 받은 이 상을 당연시하지 않겠다”는 점잖은 말만 남겼다. 그의 다음 작품이 또 얼마나 놀라울지, 예상되지 않는 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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