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복이 어때서요?…여행사, 문자메시지 논란
등산복이 어때서요?…여행사, 문자메시지 논란
  • 이지혜 기자
  • 승인 2016.04.2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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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패키지여행에 아웃도어 의류 자제 권고…네티즌, 지나친 간섭 vs TPO 해쳐

얼마 전 한 여행사가 유럽 여행을 앞둔 단체 여행객에게 보낸 문자가 화제다. 문자 내용은 이렇다. “유럽은 등산을 하는 곳이 아니라 아름다운 도시를 여행하는 곳입니다. 등산복은 꼭 피하고 가지고 있는 의상 중 가장 밝고 화려한 옷들을 준비해 주세요.” 해당 글을 올린 글쓴이는 사진과 함께 “등산복 입고 여행을 많이 가나보다”라는 글을 덧붙였다.

▲ 최근 한 여행사가 유럽단체여행패키지 여행객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논란이다. 여행사는 "등산복을 자제해달라"는 문자메시지를 여행객들에게 보냈다.

사진을 두고 누리꾼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여행 가는데 옷까지 규제 받아야 하냐”는 비판적인 시선부터, “얼마나 등산복을 많이 입으면 여행사가 나서서 이런 문자를 보내겠냐”는 옹호의 입장도 있었다.

논란이 일자 해당 여행사는 언론을 통해 “등산복을 입으면 여행객으로 보이기 쉬워 소매치기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문자를 두고 찬반투표까지 진행했다.

실제로 해외에 나가보면 등산복을 입은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많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몸집을 불리며 등산복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중장년층에게는 ‘여행 복장=등산 복장’이 성립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몇 달 전, 기자는 부모님을 모시고 대만으로 가족 여행을 떠났다. 기자의 아버지는 여행을 떠나기 전, 매일같이 기자에게 전화해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하냐”고 물었다. 해외여행이 낯선 아버지는 “편하게 입으시라”는 한결같은 대답에 결국 ‘등산복’을 선택했다. 고민하는 이유를 이해 못하던 내게 어머니의 대답은 신선했다.

“아버지는 편하려면 운동화를 신어야 하는데, 운동화에 청바지는 아버지 세대에겐 허용될 수 없는 패션이란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등산복을 입어야 하지. 결국 옷에 어울리는 등산배낭까지 갖췄단다.” 아버지는 당장 설악산으로 향해도 좋을만한 복장을 한 채 대만으로 떠났다.

논란에서 시선을 조금 돌려보자. 규제의 정도가 지나쳤다 하더라도 가이드가 담당 여행객들의 안전을 위해 옷을 체크하는 것은 자유다. 물론 등산복을 입거나 안 입는 것 역시 여행객의 자유다. 유니폼처럼 입고 다니는 ‘아웃도어룩’이 누군가는 꼴불견이고 누군가에겐 그 어떤 옷보다 편할 수 있다.

최근에는 많은 브랜드들이 등산복과 생활복을 적절히 섞은 ‘어반 아웃도어룩’을 선보이고 있다. 등산복의 높은 기능성에 세련된 디자인이 합해진 옷들이다. 도심 속, 생활 속에서, 회사에서도 착장하기 좋다. ‘누가 봐도 등산복’이 아닌 편하지만 예쁜 옷이 시장에 출시되는 추세다. 트렌드는 항상 몸집을 불렸다가 거품처럼 사라지고, 유행이란 옷을 입고 또 세상에 나온다. 시장의 법칙이다.

아버지의 옷에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버지는 여행 내내 편하게 즐기셨다. 다리를 쫙쫙 뻗어가며 예류지질공원을 누비셨고, 바닷가에선 높이뛰기 하는 사진을 찍으셨다. 청바지를 입었다면 불가능했던 포즈다. 물론 ‘진상’ 여행객도 아니었다.

여행사가 등산복을 홀대한다고 비난하지만은 말자. 아웃도어 기자가 이렇게 말한다면 아이러니 할 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손가락질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패션은 시대를 막론하고 찬반 가운데 있는 것이 당연하다. 입는 사람이 편하면 그만이다. 누군가의 시선에도 방해받지 않고 옷을 입어야 한다. 기능성이 중시된 아웃도어룩이라면 더욱 그렇다. 한국인에게 등산복이 이토록 사랑받고 있다는 것에, 그래서 또 한편으론 더 예쁜 등산복들이 생겨나는 것에 관심을 돌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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