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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을 닮은 남태평양의 흑진주 타히티
천국을 닮은 남태평양의 흑진주 타히티
  • 글 사진 이두용 차장
  • 승인 2016.04.0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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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천국으로의 초대…타하 TAHA'A Ⅰ

시작은 그러했다. 필자가 중학생이던 시절, 미술 수업 중 폴 고갱Paul Gauguin의 작품과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듣다가 그가 사랑했던 섬 타히티Tahiti에 대해 알게 됐다. 고갱이 타히티에서 그린 작품 속에는 하나같이 구릿빛 피부에 묘한 눈빛을 가진 원주민들이 머물고 있었다. 암울한 인생을 살다간 천재 화가의 마음이 타히티 사람들의 눈빛으로 표현된 게 아닌가 싶었다. 세계 지도를 펼쳐 들고도 어디에 있는지 찾지 못했던 타히티. 그저 한번 가 보고 싶다는 마음이 오랜 시간 마음 한편에 머물러 있었다.

다시 마음이 번쩍 뜨인 건 폴 고갱이 타히티에서 그린 그림이 지난해 세계 미술품 거래 사상 최고 금액에 팔리면서였다. 타히티 원주민 여인 두 명이 그려진‘언제 결혼하니?Nafea Faa Ipoipo : When Will You Marry?’라는 이 그림은 자그마치 3억 달러(한화 약 3,272억 원)에 팔렸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그림을 통해 오랜만에 마주한 타히티 원주민의 모습이 오래전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그 그림에 등장한 여인들의 눈빛 역시 고갱의 다른 타히티 인물화와 다르지 않았다. 눈빛으로 무언의 대화를 하려는 듯한 표정은 그림을 보는 이로 하여금 마치 타히티를 판타지 한 세계로 상상하게 하여 찾아오게끔 부르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침내 기회가 왔다. 여행의 목적지로‘타히티’라는 세 글자를 받아 들었다. 타히티라는 말을 듣고 심장이 두세 배는 빨리 뛰었다. 후기인상파에 매료됐던 중학생 시절 필자의 모습에서 지난해 기사를 읽고 타히티를 떠올렸던 모습까지 고갱을 통해 오랜 시간 타히티를 동경했던 시간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About TAHITI
타히티TAHITI는 하나의 나라나 섬을 부르는 말이 아니다. 서유럽 면적과 견줄 수 있는 약 400만 제곱킬로미터의 바다에 산재해 있는 118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전체를 부르는 말이다. 타히티라는 이름은 이 중 가장 큰 섬이면서 수도인 페페에테Papeete가 있는 본섬의 이름에서 따왔다. 하와이와 뉴질랜드, 사모아, 이스터 섬 등이 에워싼 남태평양 망망대해 위에 절대자가 한 땀 한 땀 수놓아 숨겨놓은, 청정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프랑스령 폴리네시아는 크게 5개의 군도로 나뉘어 있는데 소시에테, 투아모두, 말퀘시스, 오스트랄, 갬비어 등이다. 타히티 원주민들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섬들이 이들의 신앙과도 같은 마나Mana의 강한 기운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믿는다. 타히티가 다도이면서 커다란 하나의 섬인 이유다. 이곳은 연평균 기온이 섭씨 26도 전후로 1년 내내 수영이 가능한 쾌적한 날씨를 자랑한다. 외부의 출입이 적은 타히티의 히든 아일랜드들은 태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더욱이 타히티의 바다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맑기로 소문이 나 있다. 오랜 시간 세계 유명 화가와 작가, 영화감독들에게 사랑받으며 작품의 무대로 사용될 수 있는 이유다.

▲ 하늘과 물 위에서의 기다림을 끝내고 마주한 첫 타히티, 바히네 아일랜드.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섬

아름다운 곳에 발을 디디면 으레‘천국 같다’는 말을 한다. 살아서는 가본 사람이 없는 땅. 그래서 비현실적인 풍광을 마주하면 입을 모은 듯 천국이라는 말을 꺼내 든다. 폴 고갱이라는 이름만 움켜쥐고 발을 디딘 타히티. 국내엔 정보가 적어서 첫인상이 더 강렬했다. 절대자가 예쁜 색만 골라 붓으로 조심스레 채색하고 공들여 조각한 듯한 하늘과 그 아래 섬들. 시작부터 따라붙었던 놀라움은 마지막 밤까지 조금도 줄지 않았다.

▲ 섬 안쪽으로 연결된 길에는 양옆으로 야자수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다.

긴 여정, 몽환적인 첫 발걸음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타히티의 첫 여정이 될 타하TAHA’A까지는 여러 번 비행기를 갈아타고 다시 배를 바꿔 타는 수고를 반복해야 했다. 아쉽지만 아직 한국에서 타히티로 떠나는 직항이 없다. 이른 아침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일행은 일본 나리타공항을 경유해 타히티의 파페에테 공항에 도착했다. 이 코스가 타히티를 찾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도착하고 나서야 창밖을 처음 내다봤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굵은 빗방울이 쏟아지고 있었다. 바람도 어찌나 센지 내리는 비가 사선으로 날렸다. 1년에 비가 오는 날이 2주가 채 안 된다는데 방문한 타이밍이 절묘했다. 악천후 때문에 비행기는 열리지 않았고 승객들은 30여 분을 대기했다. 화장한 날을 기대하고 왔는데 문득 걱정됐다.

▲ 바히네 아일랜드는 프라이빗한 휴식을 위해 더없이 좋은 곳이다.

드디어 문이 열리고 낯선 땅으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습하고 더운 공기가 순식간에 몸을 에워싼다. 여전히 영하의 날씨를 맴돌던 한국을 떠나와 정반대의 계절을 만났다. 신기했다. 여름의 장마철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타하로 이동하려면 여기서 다시 타히티 국내선을 타고 라이아테아Raiatea 공항까지 날아가야 했다. 국내선을 기다리며 입고 온 옷을 갈아입고 타히티의 공기에 익숙해지려 노력했다. 라이아테아 공항에 도착해 다시 리조트 보트로 약 45분을 이동했다. 그렇게 그날의 목적지인 바히네 아일랜드Vahine Island Resort에 도착했다. 하늘과 물 위에서 오랜 기다림을 끝내고 마주한 첫 타히티다.

▲ 바다로 난 데크 위에 아담한 세 개의 방갈로가 그림 같은 풍광을 연출한다.

특별한 쉼이 필요한 그대에게

거짓말 같았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언제 흐렸느냐는 듯 맑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정말 맑았다. 올려다보기 아까울 만큼 푸른 하늘과, 생수보다 더 투명한 바닷물, 깨끗한 유리 상자에 담아가고 싶은 공기까지 필자를 둘러싼 타히티의 모든 것이 맑았다. 여기까지 오면서 들었던 수고가 물로 씻어낸 듯 순식간에 맑아지는 느낌이다. 찡그렸던 표정은 사라지고 미소가 흘러나왔다. “타히티에 왔구나.”

바히네 아일랜드는 타하 본 섬에서 북동쪽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9만 3,000㎡의 아담한 규모 안에 로컬들의 가옥 형태로 지어진 총 9개의 방갈로만 세워져 있다. 말 그대로 조용한 곳에서 자신의 가족, 연인과의 시간을 보내기에 더없이 좋은 섬이다.

▲ 날씨는 다이내믹하게 바뀌었고 구름은 시시각각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했다.

바다로 난 데크 위에 아담한 세 개의 방갈로가 그림 같은 풍광과 어우러져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어디로 고개를 돌려도 탄성이 흘러나왔다. 섬 안쪽으로 연결된 길에는 양옆으로 야자수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다. 섬 입구에 있는 레스토랑 더 바The bar는 미슐랭 유명 셰프들에게 비법을 전수받은 프랑스 출신 테렁스가 주방장을 맡고 있다. 프라이빗한 휴가를 보내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많아 눈높이에 맞는 메뉴를 준비한다고. 이곳은 윈드서핑이나 폴리네시안카누, 패들 보트, 카약, 스노클링, 낚시를 비롯한 다양한 쇼 관람까지 섬에서 즐길 수 있는 모든 액티비티가 무료다. 바에 앉아 지금 막 만들어낸 과일주스와 타히티 맥주 한 잔을 들이켰다. 장거리 여행의 피로까지 말끔해지는 기분이다.

▲ 타히티 국화인 티아레가 그려진 침대보가 아늑한 방을 완성시킨다.

타하의 진수는 르 타하에서

택시라고 쓰인 작은 보트에 올라 르 타하 아일랜드Le Taha’a Island Resort & Spa로 향했다. 이곳은 타하 본 섬에서 북서쪽에 위치한 섬으로 바히네 아일랜드보다 조금 크다. 덕분에 57개의 방갈로와 다양한 편의시설이 섬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섬의 중심에는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나무로 지어진 건물이 있다. 1층에는 몇 개의 상점과 사무실이 있고 2층엔 오히리Ohiri와 바닐라Le Vaniㅣㅣe 레스토랑이 있다.

오히리는 프렌치 폴리네시안 퓨전 스타일의 고급스러운 구르메 다이닝을 제공하고(예약필수), 바닐라 레스토랑은 공연을 관람하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사실 르 타하 아일랜드는 유명 체인 호텔보다 럭셔리하면서 프라이빗한 휴식을 즐기려는 소수 고객을 위해 맞춰진 곳으로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 타히티의 유명한 맥주 히나노Hinano로 갈증과 피로를 씻었다.

▲ 아름다운 바다 풍경과 어울리는 타히티의 전통 과일 주스.

수상 방갈로에 숙소를 마련하고 섬을 한 바퀴 돌아봤다. 데크를 걸어서 바다를 건널 수 있을 것처럼 깨끗한 물 위로 길게 길이 나 있다. 데크를 따라 한참을 걸어야 하는 가장 안쪽에 방을 마련한 건 참 잘한 일이었다. 숙소를 오가는 일이 타하의 풍광을 더 깊이 있게 관찰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한 장이라도 더 담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비가 왔다가 멈추기를 반복했지만, 일몰은 천국에 온 듯 황홀한 장면을 연출했다. 서쪽으로 넘어가는 태양이 수평선 위로 낮게 깔린 구름과 맞닿아 형형색색의 그림을 그렸다. 귓가로 잔잔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음악이 되고, 눈앞에 펼쳐지는 다이내믹한 장면은 영상이 되어 한 편의 영화를 관람하는 느낌이었다. 아름다웠다. 그저 우두커니 앉아 노을을 바라보고 있는 게 가장 최선일 만큼.

▲ 눈앞에 펼쳐지는 선셋은 한 편의 영화를 관람하는 느낌이었다.

타히티의 밤은 시간으로 물든다

해가 넘어가고 공기가 차분해졌다. 많이 습하거나 덥지 않았다. 어둠 속을 걷다가 그냥 아무렇게나 풀밭에 누워서 잠이 든대도 편한 하룻밤을 보낼 수 있을 만큼 공기가 아늑했다. 놀라운 건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 산재한 118개의 섬 어디에도 맹수로 꼽는 동물이 없다는 것. 평평한 곳이라면 수풀이 우거진 곳이라도 안심하고 누워서 별을 보며 잠을 청할 수 있다. 그렇게만 보면 타히티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휴식처가 아닐까.

▲ 르 타하 아일랜드엔 중심에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나무로 지어진 건물이 있다.

▲ 타하 섬 지도 ⓒTahiti Tourisme North America

리조트의 밤엔 매일 축제가 펼쳐진다. 설레는 마음으로 섬을 찾아온 사람들은 밤마다 기대했던 것보다 큰 선물을 추억으로 받아든다. 남태평양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곳곳에서 공수해온 산해진미는 기본, 매주 화요일 저녁 7시엔 음식과 함께 즐기는 맛깔 나는 전통공연도 볼 수 있다. 이 공연은 보는 이로 하여금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오랜 시간 원주민들이 계승해온 춤동작은 천국을 찾아 세계 곳곳에서 날아온 이방인들의 눈에 판타지 이상의 볼거리를 만끽하게 해준다. 그들의 춤은 오래전 이 땅에 살았던 그들 선조의 언어였고, 신앙이었으며, 상징이었을 것이다. 편하게 앉아 공연을 지켜보는데 오래전 타히티의 모습이 어땠을지 자못 궁금해졌다.

아침엔 눈이 일찍 뜨였다. 햇살이 창문을 타고 거실로 한가득 들어와 있었다. 좋은 공기를 들이켜며 잔 탓인지 몸도 가뿐하다. 아침을 먹고 다시 배에 올랐다. 타하의 본 섬에서만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를 위해서다. 작은 보트가 물 위를 나른다. 마음도 사뿐사뿐 물을 가르며 질주하고 있었다.

▲ 2층에 위치한 오히리Ohiri 레스토랑.

▲ 타히티를 천국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비현실적인 풍광에 마련된 숙소.

*취재협조 타히티관광청(www.tahiti-tourisme.org), 프랑스관광청(kr.france.fr), 에어타히티누이(www.airtahitinui.com), South Pacific Tours 한국오피스 (02-566-3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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