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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의 발리우드
무한의 발리우드
  • 이지혜 기자|사진제공 필라멘트 픽쳐스
  • 승인 2016.03.31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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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MOVIE 세 얼간이, 꿈꾸는 카메라-사창가에서 태어나, 내 이름은 칸

2007년 8월, 인도 뉴델리는 매일같이 40도를 넘기던 폭염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순전히 더위를 피해 에어컨이 빵빵하기로 유명하다는 영화관을 찾았다. 발리우드가 뭔지도 모를 때였다. 영화의 배경은 웃기게도 아이스하키장이었다. 어떤 남자와 어떤 여자가 사랑에 빠졌고, 어떤 남자들과 어떤 남자들이 빙판에서 춤을 췄다. 자막도 없고 해설도 없고 그래서 기억도 잘 나질 않지만, 강렬하고 비릿한 에어컨 냄새와 스크린에 비친 시원한 춤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게 생애 첫 발리우드였다.

<세 얼간이>는 할리우드의 짝퉁 수준으로 생각하던 발리우드의 이미지를 정면으로 뒤엎는 두 번째 영화였다. 덤 앤 더머 그리고 그들의 친구쯤으로 예상한 영화는 뜻밖에 천재와 노력파, 전형적인 공부 못 하는 세 단짝 친구를 통해 세상을 보는 내용이었다. 남자는 과학자, 여자는 의사가 장래희망 대부분을 차지하는 천편일률적인 인도 사회를 꼬집었다. ‘천재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고리타분한 교훈을 재미와 감동을 섞은 발리우드로 재탄생시켰다.

<꿈꾸는 카메라-사창가에서 태어나>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제7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장편 다큐멘터리 상을 받았다. 85분짜리 영화는 발리우드 특유의 성질과 거리가 멀다. 대를 이어 여성이 성매매로 생계에 나서야 하는 콜카타 사창가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삶을 담았다. 감독은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나눠준다. 영화는 아이들이 촬영한 사창가의 적나라한 모습과 아이들 속에 있는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설명한다. 아이들은 사창가에서 벗어나 각자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내 이름은 칸>은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짝퉁 할리우드 이미지를 깨끗이 지워준 영화다. 911테러 이전과 이후, 미국에 사는 무슬림의 삶을 보여준다. 종교적 색채가 꽤 강하지만, 미국을 넘어서 세상에 퍼진 종교의 편견을 없애고자 하는 진지한 노력이 담겨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슬프다. 칸을 보는 편견이 슬프고 자폐가 있지만 말의 무게를 알고 거침없이 떠나는 칸이 슬퍼, 몇 번을 쉬어가며 봐야 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발리우드 한 편을 추천할 영광을 준다면, 거침없이 <내 이름은 칸>이다.

10여 년 동안 발리우드는 내가 상상하지도 못한 발전을 해왔다. 행복해지고 슬퍼지고 부끄러워지는 모든 요소를 자연스럽게, 다양한 장르로 잘 표현하고 있었다. 동시에 한류라는 이름의 열풍이 착륙하지 못한 나라 중 하나가 왜 인도인지도 납득이 된다. 그들만의 문화와 정치, 사회의 모순을 새로운 색깔로 꼬집으며 착실히 장르를 만들고 있었다. 아득해지는 낡은 영화관의 기억에 어느새 발리우드가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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