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우드에 철학과 재미를 던지다…피케이 : 별에서 온 얼간이
발리우드에 철학과 재미를 던지다…피케이 : 별에서 온 얼간이
  • 이지혜 기자|사진제공 더쿱
  • 승인 2016.03.3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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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MOVIE

발리우드Bollywood. 뭄바이의 옛 지명인 봄베이와 할리우드의 합성어. 세계 최대량과 최고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인도 영화 시장을 일컫는 단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유치하고 단순한 스토리와 뜬금없이 터지는 뮤지컬이 전부였던 발리우드. 하지만 최근 뛰어난 배우, 쫀쫀한 스토리, 억지스럽지 않은 감동의 양념을 양껏 쳐대며 세계 영화 산업을 잠식 중이다.

영화가 나오기 전까지 라지쿠마르 히라니 감독의 <세 얼간이>가 세운 8,600만 달러 수익이 인도 영화의 최고 기록이었다. 기록은 2014년 <피케이 : 별에서 온 얼간이>로 깨졌다. 라지쿠마르 히라니 감독은 본인의 기록을 1억 2,000만 달러 수익으로 갈아치웠다.

<세 얼간이>의 히어로 아미르 칸도 한 번 더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다른 별에서 지구로 떨어진 주인공이 어리바리 하는 사이, 우주선을 부르는 리모컨을 도난당한다. 이후 이상한 행동으로 ‘피케이(주정뱅이)’라는 이름을 얻고, 낯선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리모컨 찾기에 돌입한다.

영화는 내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펼친다. 리모컨을 찾기 위해 신을 찾는 피케이. 온갖 방법으로 신을 불러보고, 인도에 존재하는 모든 종교에 참여하며 ‘응답하라’를 외치지만 신은 피케이에게 응답하지 않는다. 종교를 맹신하며 모든 걸 바치는 인도사회에 날카로운 바늘을 꽂는다.

사이비 종교에 빠진 가족의 반대로 사랑을 잃은 여인이 유일하게 피케이를 믿어주고, 우연히 그 단체의 수장이 피케이의 리모컨을 영적인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알게 된다. ‘잘못 걸린 전화’라는 매개체로 사이비 종교를 신랄하게 꼬집는 외계인과 여인은 점점 여론을 몰아가며 교주를 곤경에 빠트린다.

발리우드만이 가능한 밝은 음악과 경쾌한 스텝, 거기에 암묵적으로 금기시된 종교 비판을 날카롭게 적용하며 점점 몰입도를 높여간다. 발리우드 영화는 전반적으로 긴 러닝타임을 유지한다. <피케이 : 별에서 온 얼간이> 역시 130분의 러닝타임이다. 하지만 영화는 후반으로 갈수록 박진감 넘친다.

발리우드를 ‘마살라 영화’로 부르기도 한다. 마살라는 여러 향신료를 배합해 독특한 맛과 향을 내는 인도 특유의 향신료다. <피케이 : 별에서 온 얼간이>는 코미디, 로맨스,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발리우드에 철학과 재미를 더한 작품이다.

외계인의 눈으로 바라본 지구의 이해할 수 없는 문화, 종교, 예절은 모르는 새 우리가 걸쳐 온 세상의 관습에 순수한 물음표를 던진다. 뮤지컬과 슬랩스틱 코미디에 거부감이 있더라도, 피케이의 탐험기에 순수한 마음으로 빠진다면 금세 영화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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