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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텐트를 만든다”는 선언
“나는 텐트를 만든다”는 선언
  • 기획·글 서승범 차장|사진 김해진·파커스인터내셔&
  • 승인 2016.03.2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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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힐레베르그

Intro
자연은 친절하지 않다. 친절하고 나긋나긋할 때도 있지만 자연 속 인간은 한없이 작고 나약하다. 호모 사피엔스인 인간은 자연을 탐사할 때 장비의 힘에 기댄다.“중요한 건 안전성과 편의성이다.”극한 환경에서 편리함은 곧 안전이다. 경량화와 대중화의 물결 속에서 보 힐레베르그의 선언은 귀하다. 쉽게 칠 수 있고 안전을 담보하는 장비, 텐트. 경량화는 그 다음이다. ‘힐레베르그, 더텐트메이커’라는 태그에는 그런 메시지가 담겨 있다.

텐트를 만들다
스칸디나비아의 산림감독관 보 힐레베르그Bo Hilleberg. 1971년 작은 회사를 차려 산림작업용 장비를 만들던 그는 취미로 산을 올랐다. 스칸디나비아의 산은 나긋하지 않다. 수목한계선이 위치한 자연은 거칠었고 이너텐트와 플라이를 따로 치고 걷을 때마다 힐레베르그는 생각했다. “왜 이렇게 해야 하지?” 빠르게 칠 수 있고 안전을 보장하는 텐트를 누가 만들어주지 않는다면 스스로 만들어야 했다. 힐레베르그는 이너텐트와 플라이를 연결했다. 원하면 뗄 수 있지만 부러 떼지 않으면 늘 체결된 더블월 텐트. 지금도 블루라벨을 단 초경량 미니멀 쉘터 레이드Rajd의 원형이 그렇게 탄생했다. 또 하나 문제 원단. 신축성이 없었던 당시 원단은 쉽게 찢어졌다. 힐레베르그는 또 생각했겠지. ‘뭐 좀 강한 원단 없을까?’ 원단 역시 누가 만들어주지 않았고, 힐레베르그는 새로운 원단을 만들었다. 인장강도가 높은, 그러니까 쭉쭉 잘 늘어나는 실리콘을 원단에 아주 얇게 입혔다. 이렇게 컬론Kerlon이 만들어졌다. 벌써 40년도 더 된 얘기다.

검정 빨강 노랑 파랑 딱지
힐레베르그의 텐트는 딱지를 달고 있다. 블랙 라벨은 강한 내구성을 가진 전문가용. 모든 계절에 사용할 수 있고 원단도 가장 강한 원단인 컬론 1800과 10mm 폴로 만들며 최소한 두 개의 환기구가 있다. 레드 라벨, 계절을 가리지는 않지만 블랙 라벨보다는 좀 가볍다. 원단은 컬론 1200을 사용하고 폴은 9mm이며 최소 환기구는 한 개. 이 두 라벨 모델들은 극한 상황에서 많이 사용되는 까닭에 플라이가 바닥까지 내려간다. 옐로우 라벨은 일상적인 용도를 위한 모델. 일반적으로 컬론 1000 원단을 쓰고 폴은 팁 고정 방식의 9mm 폴을 사용한다. 플라이도 바닥까지 내려오진 않는다. 블루 라벨은 그룹이 이용하는 유르트 스타일 텐트나 초경량 미니멀 쉘터 등 특별한 목적을 위한 라인업이다. 지난해 새로 나온 에난Enan은 원단은 옐로우 라벨보다 얇고 폴은 레드 라벨 급이며 환기구는 레드라벨과 블랙 라벨 사이다. 힐레베르그는 단단한 원칙 위에 계속 진화한다.

스타이카 악토 스탈론
힐레베르그를 처음 접하는 사랍은 텐트 이름을 외우는 데 애를 먹는다. 솔로Soulo나 알타이Altai 아틀라스Atlas 정도를 빼면 무슨 뜻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대부분 스웨덴 자연에서 가져온 말이라 그렇다. 거꾸로 말하자면 알고 나면 힐레베르그를 이해하기 쉽다. 그전에 사미 족. 스칸디나비아 원주민으로 반도 북쪽의 북극 근처에 산다. 대부분 스웨덴, 노르웨이에 살고 핀란드, 러시아에도 일부 있다. 1만 년 전부터 설원에서 순록을 기르며 살아온 소수 원주민 부족으로 ‘콜트’라는 전통 의상을 입고 고유 언어도 있다. 그래 언어. 가장 강하고 다목적인 스타이카Staika는 사미어로 ‘높은, 뾰족한’이란 뜻이고 1인용 텐트 악토Akto는 사미어로 ‘혼자’라는 뜻이다. 위에서 말한 솔로는 ‘섬’을 뜻한다. 오랜 시간 출시설에 시달리다가 올해 나올 스탈론Stalon XL은 사미족 신화에 등장하는 거인족 스탈로에서 가져왔다. 무게만 20kg이 넘고 높이는 235cm에 14명이 잘 수 있는 녀석이다. 물론 스탈론에도 힐레베르그의 원칙은 고스란히 적용된다. 쉽게 칠 수 있고 안락해야 한다. 14인용이지만 혼자서도 쉽게 칠 수 있다.

Outro
제품에는 메시지가 담긴다. ‘싼 값에 이 정도면 괜찮지 않니?’부터 ‘난 아무나 가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니야’까지. 기술적으로 써야 하는 장비라면 브랜드의 철학까지 드러난다. 힐레베르그의 텐트는 신뢰를 전한다. 어떤 환경이든 쉽고 안전하게 그리고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믿음. 사용자가 그 메시지를 얼마나 이해하고 철학에 얼마나 부응하는지는 다른 문제지만, 명확한 지향을 지닌 장비를 만드는 일은 늘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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