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재미에 홀릭…포항 학꽁치·고등어 낚시
먹는 재미에 홀릭…포항 학꽁치·고등어 낚시
  • 글 사진 김지민 기자
  • 승인 2016.03.2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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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

이날은 방송 녹화차 이른 새벽부터 학꽁치를 찾아 포항까지 달려왔다. 동해 학꽁치 시즌은 11월 말부터 이듬해 3월까지인데 엘니뇨에 의한 고수온의 여파로 시즌이 조금씩 늦어지는 느낌이다. 갑작스러운 수온 변화와 변덕스러운 겨울 바다에 잘 낚이던 학꽁치가 모습을 감추는 현상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이에 현지꾼들은 그날 상황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지만, 나처럼 원정 출조를 하는 사람에게는 운이 되거나 재앙이 되기도 한다. 마치 주사위가 결정하듯 그날 갯바위에 서보지 않은 이상 결과를 장담할 수 없어 그저 바다가 허락하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학꽁치는 생활낚시를 즐기는 꾼들에게 쏠쏠한 재미를 안겨다 주는 고마운 어종으로 지금 이 철에 가장 맛이 좋다.

▲ 학부리를 닮았다고 하여 학공치 또는 학꽁치라 부른다.

▲ 포항 구룡포.

방파제는 조황이 좋지 못하다는 소식에 구평 포구에서 배를 타고 나가보기로 했다. 십여 분간 뱃길로 달려 온 곳은 뭍에서 1~2km 떨어진 잔잔한 내만으로 조황이 부진할 때 비교적 좋은 조황을 내는 양식장 자리에 배를 대고 닻을 내린다. 이러한 양식장은 언제나 먹잇감(사료 및 밑밥)이 풍부해 언제나 고기들이 꼬이기 마련이다. 손님 대부분은 카드 채비로 고등어 낚시를 시작하고, 나는 선장과 함께 학꽁치를 노렸다.

학꽁치 잘 낚는 노하우
학꽁치와 고등어는 노는 수심층이 다르므로 밑밥 비중도 다르다. 왼쪽 녹색 파우더는 벵에돔 용으로 비중이 가벼워 학꽁치 낚시에 알맞고, 오른쪽 붉은색 파우더는 비중이 약간 무거워 고등어 낚시에 알맞다. 미끼인 크릴은 너무 희거나 붉지 않고 적당히 핑크색인 것이 좋다. 고등어를 노릴 때는 통째로 꿰고, 학꽁치를 노릴 때는 꼬리와 머리를 때고 꿴다. 그 이유는 새끼손톱만 한 학꽁치 바늘에 맞추기 위함도 있지만, 크릴이 쉽게 떨어지지 않고 한입에 흡입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 낚시에 몰입 중인 강태공들.

학꽁치는 '이단찌 채비'가 잘 먹힌다. 말 그대로 찌 두 개를 다는 채비인데 무게감 있는 구멍찌 하나에 목줄에는 소형 막대찌를 단다. 이때 구멍찌는 어신을 전달하는 목적이 아닌 멀리 던지기 위한 역할만 하기 때문에 부력은 크게 상관없지만, 이왕이면 B 정도의 저부력 찌가 좋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학꽁치 낚시에서 고활성도를 보이면 던질찌는 부력이 어찌됐든 상관없지만, 입질이 예민할 때는 미끼를 물고 고개를 틀 때 구멍찌의 잔존부력에 저항감이 느껴져 도중에 뱉는다.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서라도 던질찌는 처음부터 너무 고부력을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목줄에 다는 막대찌(어신찌)는 g2~B 정도가 적당하며, 입질 수심은 표층인 30~50cm가 무난하지만, 하다가 입질이 끊기면 2~3m까지 내려야 할 때도 있다.

▲ 이단찌 채비로 노려야 한다.

▲ 왼쪽은 학꽁치용 밑밥, 오른쪽은 고등어용 밑밥.

찌가 잠길 때 챔질은 손목 스냅을 이용해 가볍게 옆으로 탁 쳐주는 것이 좋다. 위쪽으로 챔질 하면 채비가 공중으로 튀어 올라 심하게 엉킬 수 있으니 무의식적인 강한 챔질은 경계해야 한다. 입질 유형은 그날 학꽁치의 경계심과 활성도에 따라 제각기 다르게 나타나는데 이날은 개체 수가 많았지만, 입질은 매우 약았다. 이럴 때 찌는 옆으로 눕거나 흐르다 마는데 이런 작은 움직임도 놓치지 않고 그때그때 순발력 있게 챔질 해줘야 마릿수를 거둘 수 있다. 만약 이 방법에서 몇 차례 벗겨진다면, 크릴을 물었다가 뱉거나 혹은 경계심을 품을 때 생기는 현상이므로 더 기다렸다가 찌가 수면 아래로 잠기는 것을 확인하고 채주는 것이 좋다.

학꽁치는 꽁치와 달리 아래턱이 학 부리처럼 길게 나와 있는데 성어일수록 학 부리 끝 부분이 주황색을 보인다. 던지면 일타일피라 낚시할 맛이 났지만, 씨알이 조금 아쉽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굵은 씨알을 잡고자 좀 더 멀리 캐스팅했고 수심 3m까지 내려보지만, 35cm급 준 형광등 사이즈 몇 마리에 그쳤다. 학꽁치 씨알 선별을 위해 수심을 2m 이상으로 깊이 주자 고등어가 물고 늘어지면서 손맛 하나는 찐하게 봤다. 꿩 대신 닭이라지만, 이런 닭은 언제나 반갑다.

▲ 한두 시간 낚시했을 뿐인데 낚싯대엔 비늘이 덕지덕지 붙었다.

▲ 미끼는 작은 크릴을 쓴다.

▲ 옆 사람이 제법 굵직한 학꽁치를 낚았다.

▲ 갓잡은 고등어와 학꽁치의 눈부신 선도.
낚는 재미도 좋지만, 먹는 재미 또한 특출!

갓 잡힌 고등어 때깔 좀 보라. 제아무리 산지 시장도 이런 선도를 진열해 놓기란 어려운 법. 여전히 고등어가 펄떡펄떡 뛰고 있을 때 재 재빨리 포를 뜬다. 그런데 선장의 회 뜨는 실력이 상당하다. 사

실 횟감 손질이야 더는 새로울 게 없지만, 회를 썰어 접시에 담아내는 모양새는 많은 영감을 떠올리게 했다. 고등어부터 손질하기 시작하는데 그 속도가 전광석화다. '치'자로 끝나는 학꽁치도 선도가 빨리 가지만, 고등어만 할까 싶다. 고등어는 살아서도 부패한다는 말이 있잖은가? 급한 성질 탓에 빨리 죽고 살이 물러져 숨을 거두기 전에 피를 빼고 손질해야 하므로 능숙하고 신속한 손질이 필요하다.

▲ 환상적인 칼솜씨를 뽐내는 선장.
선상이라 당연히 막회일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일식 스타일로 접시를 빙 둘렀다. 이게 끝이 아니다. 수북이 쌓은 양파와 깻잎을 모조리 고등어 회로 덮어버린다. 잘게 썬 마늘과 고추는 꽃밭이 되었고, 이제 결정타가 하나 남아 있다. 화룡점정 초고추장이 뿌려지면서 바다 한가운데 선상 회 파티는 시작되었다. 소주 한 잔 들이켜고 곧바로 이것을 입에 넣고 씹으면, 그 뒤로 어떤 느낌일지 상상해보자. 초고추장에 묻지 않은 학꽁치를 재빨리 입에 가져다 넣으니 겨울 학꽁치의 단맛이 느껴진다. 자연산 고등어는 씨알이 잘아 깊은 감칠맛은 덜하지만, 활어회라 탱글탱글한 식감이 훌륭하다.

이날은 제법 마릿수를 거두었는데 아무래도 운이 따랐다. 전날만 해도 수온이 낮아 고등어, 학꽁치가 잘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이날 수온은 전날 대비 1~2도 가량 올랐기 때문에 먹이활동에 소극적이었던 고등어, 학꽁치가 이날 미끼에 적극적으로 달려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다음 날은 주의보가 발효될 예정이어서 출항 자체가 안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런 악재 사이에서 쏠쏠한 조과를 올렸으니 어찌 운이 아니라 할 수 있을까? 단 하루만 일정이 어긋났어도 이러한 호상황은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겨울 낚시는 물때보다 무조건 기상이 앞선다. 이 기상에 조과가 좌우되는 만큼 운이 따르는 것이니 많이 낚았다고 우쭐할 필요도 없고, 적게 잡았다고 의기소침할 필요도 없다. 낚시란 그런 것이 아닐까? 이렇게 온종일 탈탈거리는 손맛에 입맛까지 고루 볼 수 있음이 감사할 따름이다.

▲ 회로 탑을 쌓으면 이런 느낌일까.

시즌과 준비물

학꽁치 고등어는 낭창낭창한 루어대나 1호 정도의 낚싯대면 충분히 손맛을 볼 수 있다. 초심자라면 낚싯대 길이가 너무 길지 않은 4m 전후를 택하고, 키가 큰 성인일수록 긴 낚싯대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릴은 2,500번 스피닝 릴, 원줄과 목줄은 각각 2호와 1.5호면 충분하다. 바늘은 학꽁치 전용바늘을 쓰고, 고등어를 노릴 때는 감성돔 바늘 3호가 적당하다.

포항이 아무리 따듯한 남쪽 바다라도 겨울 바람은 매섭다. 편광안경과 넥워머, 핫팩, 그리고 기본적인 방한대비는 그날 기온 봐서 잘 대비해야 한다. 학꽁치 수심은 보통 수면에서 50cm 내외이며, 고등어는 2~3m로 맞추고 던지면, 수 초 이내에 물고 늘어지니 이보다 쉬운 낚시가 또 있을까 싶다. 그래서 고등어 낚시는 릴 찌낚시 입문용으로 좋고, 아이와 여성이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학꽁치 시즌은 겨울 내내 이어지며, 고등어 낚시는 가을이 제철이지만, 포항은 기후가 따듯해 연중 낚시가 가능하다.

취재 협조 구룡포 낚시 동인호 (054-276-9770)

▲ 고등어도 심심찮게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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