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을 향한 몸짓…언젠가 거벽등반
세상의 끝을 향한 몸짓…언젠가 거벽등반
  • 서승범 차장
  • 승인 2016.03.23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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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춘삼월엔 클라이밍 ③

거벽등반. 솔직히 거벽등반은 이제 갓 등반에 입문하는 이들에게는 도저히 다다를 수 없을 것 같아 보이는 세계다. 그래서 ‘언젠가’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하지만 요세미티의 엘 캐피탄을 오르는 등반가의 첫 등반은 지금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거벽등반은 암벽등반과 기본적으로 같지만 벽의 높이가 다르다. 그래서 짧게는 한두 시간에서 길게는 반나절이나 하루 정도 걸리는 일반 암벽에 비해 거벽은 며칠을 계속 올라야 한다. 그럼 잠은 어떻게 자고 밥은 어떻게 먹느냐. 벽에 매달려서 한다. 다만 등반하듯 매달려 자는 건 아니고, 포타렛지라는 두어 평 정도 되는 일종의 야전침대를 벽에 고정시켜 먹고 쉬고 잔다. 그럼 똥오줌은 어떻게 누느냐, 다 방법이 있다. 봉투나 백에 담아 처리한다.

인수봉에서 줄 좀 매봤다 싶으면 둘 중 하나다. 히말라야나 거벽. 히말라야는 일반 여행기나 산악영화에서 많이 봤을 텐데 거벽은 감이 별로 안 올 것이다. 유투브에서 ‘big wall climbing’을 검색하면 어머어마한 자료들이 나온다. 양이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 거벽등반의 메카로 손꼽히는 곳이 있다. 요세미티 앨캐피탄과 하프돔, 파키스탄 그레이트 트랑고 타워 이런 곳은 등반가든 워너비 등반가든 꿈 속에서도 보거나 들으면 벌떡 일어날 만한 곳들이다. 거대한 돔을 반으로 뚝 잘라놓은 듯한 하프돔, 해발고도 말고 순수하게 바위 덩어리의 높이만 1,095m에 달하는 앨 캐피탄.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연의 신비와 위대함을 느끼고 돌아갈 때 거벽 등반가들은 겸허하게 줄을 묶고 바위에 붙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한다. 트랑고 타워는 파키스탄 북부 발토로 빙하 부근에 자리잡은 거대한 바위군락이다. 가장 높은 봉우리인 그레이트 트랑고 타워는 6,286m로 벽의 높이는 약 800m에 달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거벽등반은 며칠에 걸쳐 등반해야 하기 때문에 수많은 장비가 필요하다. 반대로 장비가 거의 필요 없기도 하다. 프리 솔로. 로프나 장비 없이 암벽화와 초크백만 가지고 암벽을 오르는 등반 방식이다. 언뜻 보면 미친 짓이고, 자세히 보면 경이로운 몸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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