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출, 행복한 아침의 시작
자출, 행복한 아침의 시작
  • 오대진 기자|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6.03.2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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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KE CAMPING DIARY ①자전거 출퇴근 55km

한겨울에 초여름을 달리던 기분이 선하다. 오키나와 참 매력적인 곳이었어. 겨울 전지훈련으로 멀리 남도까지 다녀왔으니 이제 다시 또 시작. 입춘 지났다. 날 풀렸다. 라이딩 가자. 겨울 내내 이 날만을 기다리던 라이더들에겐 희소식. 자전거 출퇴근은 행복이다. 그런데 자전거 집어 던질 뻔도 했다. 이 날은 그런 날이었다.

2016년 첫 자출, 날씨 뭐냐 이거
아쉽게 오키나와에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흔쾌히 자전거 출퇴근에 응해줬다. 든든한 라이딩 파트너이자 친형 같은 우리 편집장. 감사합니다. 꾸벅. 이번 구간은 기자의 집에서 회사까지 이동하는 자출 루트. 이른 시각에도 친히 집으로 출동. 물론 사진 기자도 함께 동행. 사실 설에 앞서 2월 첫 주에 하려 했으나 늦은 한파와 눈, 비로 계속 연기되고 말았다. 유난히 긴 설 연휴에 선택할 수 있는 날도 많지 않았고. 마감일은 쫓겨 오고 이거 제대로 할 수 있을는지 나 모르겠다 싶은 마음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결국 2월 셋째 주, 원고 마감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첫 자전거 출퇴근을 감행했다. 더 미뤄야만 했었는데. 이 날은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였으니까. 욕먹을 각오 단단히 했지만 편집장과 사진기자가 대 놓고 앞에서 하진 않았다. 그래서 더 감사한 거다. 다시 한 번 꾸벅.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도 으슬으슬하다. ‘몸 데워지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칼바람에 데워질 기미가 안 보인다. 겨우내 라이딩을 게을리 한 것이 원인. 불어난 몸무게에 엉테러까지 도져 좀처럼 라이딩에 집중이 안 된다. 새해 첫 자출 라이딩이 심상치가 않다.

▲ 아파트 단지 내를 유유히 빠져나오면 시작.

▲ 버스 등 차량 통행이 많다면 도보와 함께 있는 자전거길을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 통행량이 적은 도로라면 우측 끝차선을 이용. 인도변으로 붙어 달리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

▲ 게양대교 엘리베이터. 이제 아라뱃길 자전거도로다.
잘 갖추고, 잘 살피고

날이 풀렸다고는 하나 3월 말까지는 일교차도 크고 바람도 많이 분다. 상쾌함 즐기러 나갔다가 감기에 몸살까지 걸릴 수 있다. 타이즈와 드라이핏 류의 상하의, 장갑, 워머 등 단단히 준비하고 나가자.

집에서 회사까지는 약 28km. 자출로는 딱 좋은 거리다. 편도 30km, 라이딩 시간이 1시간 30분 이상일 경우 버거울 수 있다. 물론 상급자는 열외. 코스는 쏘 쏘. 한강 이남 자전거도로만 달려도 출퇴근이 가능했던 전 직장 자출 코스가 최상이었는데 그립다. 자전거도로가 절반, 나머지 절반은 차도와 임도다.

아파트 단지를 나오면 본격적인 출발. 평소 도로 통행량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왕복 6차선 이상 도로의 경우 차들이 쌩쌩 달린다. 지각과의 싸움인 출근 시간의 경우엔 더. 이런 구간은 인도에 위치한 자전거도로를 이용하고 차가 없는 한산한 구간은 도로 끝차선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인도에 바짝 붙어 달리면 자동차가 바로 추월할 염려가 있어 오히려 더 위험하다. 1/3 폭 정도의 공간을 두고 달리면 된다. 정비가 잘 되어 있으면 좋지만 보도블록 위 요철 천지인 무늬만 자전거도로는 장거리를 달리기엔 부담스럽다. 그러니까 제발 보도블록 그만 갈아엎고, 말도 안 되는 자전거도로 만들지 마라 지자체님들아.

▲ 대교 위 자전거 탑승은 금지. 안전하게 끌고 가자.

▲ 쭉 뻗은 아라뱃길. 양 옆의 자전거도로는 라이딩 하기에 최상의 조건이다.

▲ 당 보충할 동안 자전거도 잠시 휴식.
▲ 자전거도로 상태가 한강자전거길보다 좋다.

자출은 파타고니아?

“아까보다는 좀 나아졌는데?” 조금 달려오니 편집장 몸도 서서히 반응을 하나보다. 그늘진 구간에서 아침 해가 비치는 구간으로 나왔다. 신호등 앞에 줄지어 서 있는 차량들을 뒤로 하고 계양역으로 향한다. 이제부터는 자전거도로, 라이딩 좀 즐겨 보자!

여행을 하듯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 자출의 매력. “시원하고 좋네!” 계양대교에 올라 서쪽을 바라보면 멀리 정서진이 보인다. 쭉 뻗은 아라뱃길이 가슴을 뻥 뚫는다. “지난해 생각나네. 여유 있고 좋아.” “그러게요. 바람은 그 때보다 오늘이 더 좋네요.” 지난해 11월 국토종주를 마무리하며 아라뱃길과 한강 라이딩을 했는데 바람이 역대급이었다. 역대급 바람은 잠시 후에 경신되고 만다.

라이딩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편의점 타임. 뜨끈한 꿀물에 초콜릿 하나씩 집어삼키며 당을 보충한다. 물과 당은 라이딩 중 수시로 섭취해주는 것이 좋다.

▲ 봄맞이 초록 바람개비도 빙글빙글.

▲ “똥고 아프지?” “네. 쩔어요.”

익숙한 길이었는데 오랜만에 나오니 좋다. 딱 봄을 맞는 기분. 땃따~앗하게 비추는 태양에 자전거도로 양편에 위치한 언덕이 칼바람을 막아 온전한 라이딩을 즐긴다. 봄바람 맞고 살살 도는 바람개비 위로 김포공항을 막 박차고 떠오른 비행기들이 날아간다. “팔자 좋~다. 여행도 가고. 저거 타고 파타고니아나 가고 싶다.” “가시면 미리 연락 주세요. 준비하고 같이 가게.” 평소 파타고니아 노래를 부르던 편집장이 부쩍 떠나고 싶나보다. 누군들 떠나지 않고 싶겠냐만은. 라이딩과 카야킹, 트레킹의 천국인 파타고니아. 편집장 통해 알게 된 그곳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지금은? 비좁은 차 안을 생각하면 자출이 파타고니아지.

▲ 아라뱃길 건너로 아라김포 여객터미널과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이 보인다.
자출은 행복입니다
아라한강갑문을 지나면 멀리 신행주대교가 보인다. 다리만 건너면 일산 호수공원 방향으로 쭉 타고 올라가기만 하면 된다. “이런 씨!” “오오! 아악!” 취소다. 다 취소다. 영하 10도의 바람을 탄 칼바람에 지원군 강바람까지 가세했다. 온전한 라이딩은 개나 줘버렸고, 자전거는 당장 버리고 집에 가고 싶다. 역대급은 이런 바람에나 붙이는 말이다. 영하 20도에 눈바람 휘날리는 함백산 정상도 이렇지는 않았다. “네?! 뭐라구요~?” 혼자 연신 미친 소리 질러대는 탓에 뒤에서 욕하는 편집장과 사진기자의 목소리가 들리질 않았다. 다행이다.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고 했던가. 정신이 오락가락 한다.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니까. 다리를 내려오니 언제 그랬냐는 듯 칼바람이 가셨다. 다시 자전거도로. 평화롭다. 자전거길 이름도 평화누리길. 온기마저 느껴진다. 길이 참 좋았는데 또 얼굴을 붉히게도 했다. 버젓이 자전거도로를 만들어 놓고 군 작전구역이 해제되지 않아 통행이 불가, 우회하란다. 이 정도면 진짜 코미디다.

임도로 들어서니 구수한 거름 냄새가 코를 찌른다. 곱게 길을 낸 논과 밭도 보이고. “정겹네. 냄시가 쫌 심하긴 하지만.” 구수한 임도를 빠져나오면 다시 자전거도로. 호수공원까지 나 있는 자전거 코스는 정비도 잘 되어 있고 쭉 뻗어 있어 달리기에 좋다.

▲ 헬멧은 필수. 라이딩 가방으로는 슬링백이 편하다.

▲ 멀리 우리가 건널 신행주대교가 보인다. ‘이 때는 마냥 좋았는데.’

회사 도착. “그래 이 맛이었어. 재미있게 타기 딱 좋은 코스.” , “그게 자출의 매력이져.” 지난해 10월 인터뷰를 가졌던 자전거 용품 전문 브랜드 오르트립과 튜브스 등을 국내에 유통하는 아이엘 인터내셔널 방경일 이사의 말이 떠오른다.

“자전거 출퇴근, 행복한 아침의 시작입니다.”

▲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이런 미친 칼바람은 또 처음.

▲ 평화누리길 자전거도로. 군 작전지역이라 우회하란다.

▲ 임도를 빠져나오면 다시 자전거도로. 일산 자전거도로도 정비가 잘 되어 있다.

epilogue
평소 자출보다 시간이 좀 걸리기는 했다. 추위도 그렇고, 중간중간 촬영도 그렇고. 그럼에도 오랜만에 상쾌함을 느꼈다. 칙칙한 겨울옷 벗어던지고 산뜻한 봄옷 꺼내 입은 그런. 겨울잠에 잠시 잊고 있던 즐거운 기억이 깨어났다. 행복하게 아침을 시작하자구!

▲ 잠시 벗어나 MTB로 빙의해 흙길도 달려보고.

▲ 회사 도착. 상쾌하게 아침을 시작!

*장비지원 자이언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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