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시장 침체기를 맞아 관련 기업들은 매출액·영업이익률이 하락하는 부진을 겪고 있다.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후발주자들은 실적이 저조한 브랜드를 과감히 정리했으며, 기존업체들은 사업다변화, 브랜드 인수, 해외시장 진출 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고공성장을 누리던 아웃도어 시장은 왜 불황의 늪에 빠졌을까?
이에 본지는 주요 브랜드 관계자들을 만나 현 상황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향후 전망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케이투코리아 지철종 K2사업본부장(전무)을 11일 성수동 사옥에서 만났다. 2회에 걸쳐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 비즈니스를 성장 위주로 돌려 세우지 않으면 브랜드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하는 지철종 K2사업본부장. 사진= 박성용
K2사업본부장으로 선임된 지 약 3개월이 지났다. 업무파악은 다 마쳤는지?
브랜드는 다르지만 회사의 같은 체계 아래에 있다. 아이더 총괄전무로 가기 전 K2에서 영업팀장으로 근무하며 세팅을 했던 터라 대략적인 업무 내용은 파악했다. K2와 아이더는 같은 회사의 익숙한 브랜드이고, 브랜드 운영이라는 측면은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브랜드가 가진 성격은 조금씩 다르다. 그 작은 차이가 크게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거기에 따른 조율도 필요하다.
잘 알겠지만 녹록치 않은 최근의 아웃도어 시장 상황에서 브랜드들은 새롭게 변화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각 브랜드들이 수행해야 하는 과제는 각각 달라지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중점으로 생각하고 있다.
케이투코리아가 전개하는 K2·아이더·살레와 등 주요 브랜드들의 포지션이 겹치거나 비슷하지 않나?
아웃도어 시장 안에 속하는 3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지만 색깔이 각기 다르다. 예전에 아이더에 있을 때에는 같은 회사이니까 너무 비슷한 거 아닌가 이런 얘기들이 많았는데 오히려 같은 회사이기 때문에 더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백화점 바이어가 본인이 운영하는 10여 개의 거래선을 살펴본다고 한다면 그 사람 눈에는 다 똑같아 보일 수도 있다. 브랜드가 다르면 뭐가 달라지냐고 묻는데 고객들에게 팔려고 내놓은 상품을 보고 다르다고 얘기하면 다 다른 것이고 같다고 하면 다 같은 것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는 아무래도 우리가 조금 더 잘 알고 있지 않는가. 그러면 다름을 표현하는 것이 훨씬 더 쉬워진다. 시장조사를 통해 제반 상황들을 건너다보고 엿보고 하는 것보다 내부에서 분명하게 데이터를 확인하는 것이 더 쉬울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오히려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그 다름을 어떻게 시장에서 풀어내느냐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 케이투코리아 사옥 1층에 있는 창업자 정동남 회장 동상.
살레와의 경우에는 정통 익스트림 브랜드, 우리 욕심으로는 하이엔드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다. 프리, 비상, 리버럴한 느낌 등 단순한 단어이지만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 명확히 드러나는 단어다. K2는 이미 인지도 등은 상당히 구축돼 있다고 본다.
최근 아웃도어의 먹거리가 자꾸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마운틴이 여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들고 있으니까.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레저 영역이 다양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등산에 국한돼 선택의 여지가 크지 않았지만 새로운 세대들이 조금 더 다져가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카테고리가 지속해서 다양해진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3개 브랜드 모두 트렌드를 비롯해 애슬레저, 아웃도어, 캐주얼 제품까지 아우르고 있다.
K2는 조금 더 터프하고 전문적인 이미지로 인식되는 편이다. 아웃도어 캐주얼 제품도 다 잘 빼고 싶지만 상대적으로 무엇보다 스포츠적인 느낌이 있다. 우리 3개 브랜드와 다른 경쟁 브랜드들과 비교하면 등산, 익스트림을 제외하고 봤을 때 우리가 느끼기에는 캐주얼보다 스포츠에 더 가깝다.
대부분의 브랜드들은 산에서 내려왔는데 K2 광고는 아직 산 위에 있다.
우리도 지금 산에 올라간 게 문제라고 판단해 이미 다 내려왔다(웃음). 그래서 이번 봄시즌 광고는 다 도시에서 촬영하였다. 아이더의 경우는 아무래도 영한 느낌이 강하다. 이런 여러 요소에 따라서 상품 구성비 등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런 내용이 정해지면 기술적으로 칼라와 유통에 차이가 날 수도 있다.
아웃도어 성장세가 많이 꺾이고 위축되었다. 이런 불황이 기회일 수도 있지 않는가?
우리도 기회라고 생각한다. 상대적인 기회는 우리에게도 있다고 생각한다. 등산 분야 매출 구성비를 보면 2014년도 초에 본격적인 불황이 시작됐다고 본다. 그 전에 이미 객단가 등 2013년도부터 시그널들은 있어왔다. 거기에 날씨, 메르스 등 외부적인 이슈가 겹치면서 더해졌다. 앞으로 마운틴 라인을 강화하는 부분들은 어렵다고 본다.
전반적인 볼륨을 보면, 작년에도 중견 회사들이 브랜드를 중단하는 일들이 있었다. 올해도 문을 닫거나 매매를 하거나 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또 빨라지고 있다. 구조조정이 가속화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아직까지 우리는 조금은 여유를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모든 것들을 다 잘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할 수 있는 역할을 각자 해낸다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결과가 오지 않을까 싶다. 기회라고 생각할 수는 있다. 그러나 시장의 전체적인 파이가 예전처럼 확대되는 등의 그런 기회라고는 보지 않는다.
아웃도어 시장규모도 줄어들었다고 본다.
요즘 아웃도어 시장이 시각에 따라서는 성장세 둔화로 많이 보고 있는데 요새는 사실 아예 침체기라고 본다. 또 시장 전체를 8조원 정도로 보고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8조원은 안 나온다. 등산로에 있는 김밥가게에서 파는 등산조끼까지 포함해서도 8조는 안 된다.
시장 불황과 침체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시각도 있고, 내부 성찰의 부족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 지철종 K2사업본부장은 아웃도어 시장의 불황과 침체를 돌파하기 위해선 우리 내부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게 한 가지면 쉽다고 본다. 아니, 한 가지면 해결 방법이 더 어려워진다. 복합적인데 어렵지만 해결 방법을 찾았을 때 결과는 조금 더 좋을 수 있다고 본다. 어쨌든 전체적인 우리 가처분소득의 문제가 굉장히 크고 풀기가 어렵다.
언론에서 청년실업하는데 장년실업이 더 심각하다. 내가 같이 일을 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없어졌다. 대기업은 더 심하다. 실제 등산인구를 받치고 있던 일부층은 명예롭게 정년퇴임을 했으나 돈은 없지 않나. 소득이 매월 일정하게 들어오지 않으면 쓰기 힘들어진다고 하더라. 따라서 소비와 지출을 굉장히 줄일 수밖에 없다.
아웃도어와 등산을 받치고 있던 그런 60대가 직면한 이런 전체적인 경제 문제가 크다. 또 중년층에게도 이런 문제들이 쏟아지고 있다. 거기에 날씨나 어떤 악재 같은 외부의 상황들이 더해졌다. 그러면서 분야가 여럿으로 나눠지게 되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아직 작은 시장들이기 때문에 대응하기 굉장히 어렵다. 하나를 가지고 쾅 이렇게 보여주면 마케팅이든 뭐든 쉽고 효율을 내기 좋고 집중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아웃도어의 패션화를 어떻게 보나?
패션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하지 않나. 모임에 등산복을 입고 나오면 여자들이 싫어한다고. 여자만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자들이라고 크게 다르겠나.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으면 그럴 수 있다. 아웃도어가 패션적인 측면에서는 많이 식상해졌다.
일단 기본적으로 장롱에 한두 벌은 다 있지 않나. 아웃도어가 패션화됐다 어쨌다 하더라도 본질은 기능에서 시작한다. 기능적인 것들은 이미 다 갖췄는데 뭘 자꾸 더 사는지 생각할 것이다. 과거에는 ‘히말라야 가냐’ 할 정도로 허풍 같은 측면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거품이 걷히고 합리적인 소비 패턴으로 바뀌게 됐다.
그렇다면 내부의 원인은 없나?
한때는 패션 내부에서 아웃도어와 과열 경쟁이 붙었다는 말도 나왔다. 내부 시장 팬들이 다소 볼륨이 됐기 때문에 긴장을 늦추고 했던 것들이 다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 세계 경제도 축소되고 어디 경기가 안 좋다고들 하는데 어떻게 할 수 없지 않나. 그래서 우리는 조금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상품을 내놓거나 기존의 상품을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출시하거나 또 새로운 영역을 인지해야 한다.
아웃도어 업계가 이제 좀 어렵다 보니 기업들이 몸집을 줄이고 볼륨 중심에서 효율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면서 출혈 경쟁은 이제 하지 않지 않을까 하는 자정 능력이 생기고, 내부적으로 우리는 얼마나 잘 했나에 대한 반성 등 해결 방법은 우리부터 시작한다. 예전에는 생산자 위주로 얼마나 좋았는가. 그러나 이제부터 우리 내부에서 바뀌어야 할 문제다. 우리가 경기를 바꿀 수는 없지 않나.
▲ 성수동에 있는 케이투코리아 사옥.
기업들이 매출과 순위 경쟁 보다는 내실경영에 방점을 찍는 것 같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렸다고 생각한다. 성장을 하지 않으면 흔히 효율을 얘기한다. 패션은 처음부터 효율 중심적으로 움직이기 않았다. 개인적으로 당연히 효율을 내야 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기업들이 몸집과 물량을 줄여서 정말 돈을 남길 것인가 하는 문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브랜드가 그렇게 효율을 내는 선까지만 가서는 계속 효율을 낼 수 없다고 본다. 볼륨이 크지 않은 브랜드들은 조금 줄이는 것은 티가 안 나기 때문에 상관이 없다. 그러나 볼륨이 큰 브랜드들은 줄이는 순간부터 저성장이 가속화된다고 봐야 한다. 고객들은 정말 빠르다. 본인들이 10만원에서 50만원까지 지출을 해야 하는데 비교를 안 할 수가 없지 않나. 나는 우리 MD들보다 고객들이 훨씬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효율에도 어느 정도 선까지는 가능하다. 그렇지만 줄인 것을 다시 빌드업 하는 데는 어마어마한 돈이 든다. 줄여서 큰맘 먹고 하겠다고 한다면 브랜드로서는 거의 유명무실해진 상태일 것이다. 지난 20여 년 간 아웃도어 업계에 근무한 경험으로 보면 가만히 있어도 일부 브랜드들은 줄어드는 상황이다. 그래서 전반적인 비즈니스를 성장 위주로 돌려 세우지 않으면 브랜드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
규모의 경제에 진입한 브랜드가 갖는 고민 아닌가?
빅 브랜드들이 효율만 따지다보면 기업을 유지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다. 시장 경쟁에서는 새로운 강자들은 항상 나타난다. 그러면 내 자리를 그냥 가만히 유지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성장의 측면에서 보면 퇴보의 가능성도 잠재하고 있다.(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