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는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아웃도어는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 기획 글 서승범 편집장|사진 김해진 기자·파타고니&
  • 승인 2016.02.2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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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 파타고니아

Intro
아웃도어는 대부분의 활동이 자연에서 이루어진다. 복잡한 세상사와 가장 멀찍이 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아웃도어는 사실은 세상 한복판에 존재한다. 문명사란 결국 자연에 대한 정복과 개발의 연대기이니까. 아웃도어는 이런 거대한 흐름을 바꿀 수 있는가? 아웃도어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 우리는 그 실험의 과정을 보고 있다. 파타고니아 이야기다.

DON'T BUY THIS JACKET
2011년 블랙 프라이데이. 파는 이들은 폭탄 같은 할인율을 내세워 재고 처분에 나섰고 사는 이들은 괜찮은 아이템 없는지 살피는 유쾌한 폭풍전야, 긴장을 뚫고 광고 하나가 뉴욕타임즈에 실렸다. ‘이 재킷을 사지 마시오’ 이목을 끄는 게 목적이었다면 성공, 지금까지 사람들은 이 광고를 기억한다.

광고주는 파타고니아. 파타고니아는 이 광고를 통해 필요 이상의 소비 대신 재활용을 주장했다. 이후 파타고니아는 이미 팔려나간 옷들을 재활용하기 위해 2005년부터 각 매장에서 옷을 수거했다. 현재 회수된 파타고니아 제품이 재활용되는 비율 100%. 제품뿐 아니라 제품을 만드는 과정도 살폈다. 과정이 떳떳하지 않으면 결과도 떳떳할 수 없다며 면 티셔츠를 만들기 위해 목화 농장을 유기농법으로 바꿔나갔다. 모든 면 제품에 100% 오가닉 면을 사용한 게 1996년이다. 요즘 말 많은 다운 역시 ‘동물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중요한 요소들을 엄격하게 검증한 기준’을 자체적으로 정해 트레이서블 다운 제품을 만들었다. 파타고니아는 사는 사람으로 하여금 책임을 느끼게 한다. 영리한 마케팅이라 할 수도 있다. “사는 사람들은 기가 막히게 다 알아요.” 이본 취나드.

JUMBO WILD
점보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퍼셀 지역에 있는 계곡이다. 계곡을 둘러싼 아름다운 산자락은 산악 스키와 스노우보드를 타기 좋은 곳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오래 전부터 매니아들은 점보 계곡에서 스키와 보드를 즐겼다. 또한 이 지역은 야생동물인 회색곰 생태 통로이자 캐나다 원주민들에게 성스러운 지역이기도 하다. 여기에 대규모 스키 리조트가 들어선다는 계획이 발표되었다. 점보 와일드는 이 계획에 반대해 점보 계곡을 지키고자 수십 년째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1시간 분량의 다큐멘터리다. 자연을 보존하자는 이야기만 담지 않았다. 개발 찬성론자들의 이야기와 반대론자의 이야기가 균형을 이루며 진행이 되고 개발에 반대하는 파타고니아의 주장이 담긴다.

사람들은 묻는다. 스키장 개발을 왜 반대하느냐. 파타고니아는 답한다. 회색곰의 이동 경로를 막으면 개체 수가 줄어 결국 생태계가 파괴됩니다. 추나사 원주민들의 영적인 문화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퍼셀의 자연을 기업화하는 리조트는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적인 지역들을 통제하게 됩니다. 이미 주변에 충분한 스키장들이 있습니다. 4시간 거리에 8개의 스키장이 있고 수용인원도 충분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점보 밸리 개발을 강력히 반대합니다. 파타고니아 홈페이지에서 점보 와일드 예고편을 볼 수 있다.

LIVE SIMPLY
샤모니에서 산 파타고니아 면 티셔츠에는 참 심심하게 생긴 클래식 기타가 그려져 있다. 그 밑에는 ‘LIVE SIMPLY'라고 자수 박음질이 되어 있다. 단순하게 살자. 이유는 행복하기 위해서다. 이본 취나드가 쓴 책 제목처럼 직원들에게 ’파도 칠 때 서핑을‘ 즐기도록 하는 건, 일하는 시간을 직원들 스스로 정하도록 한 건,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2달 동안 원하는 환경단체에서 풀타임으로 봉사활동을 하도록 한 건(물론 월급은 회사에서 받는다), 1980년대 초반 회사 안에 보육원을 만들어 자녀와 함께 밥을 먹고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도록 한 건 다 그 때문이다. 파타고니아는 직원들이 행복한 회사로 유명하다.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별다른 노력이 필요 없어요. 각자 알아서 하니까. 자연의 이치와 비슷한 것이죠. 자연에선 생태계를 통제하는 보스가 없잖아요.” 이본 취나드. <B> 인터뷰 중에서.

Outro
더 이상 재킷을 사지 않으려면 지금 재킷이 좋아야 한다. 품질도 디자인도. 입으면서 행복해야 하니까. 파타고니아는 오래 입을 수 있고 기능과 디자인이 뛰어난 옷을 만든다. 제조, 자재, 염색, 마감 등 과정에서도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치려 노력한다. 단순한 삶을 위해서는 가진 것을 최소화해야 하고 최소의 것으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의 것들이 최고여야 한다. 파타고니아는 제품에 그런 가치를 담으려 애를 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질문을 던진다. 아웃도어는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 파타고니아는 보존으로 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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