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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공드리는 장르다
미셸 공드리는 장르다
  • 이지혜 기자|사진제공 프레인글로벌·누리픽쳐스
  • 승인 2016.02.2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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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MOVIE 무드인디고, 수면의 과학, 더 위 앤 더 아이

오래오래 만수무강하며 영화의 기쁨을 더해주길 바라는 감독이 몇 있다. 나라별로 꼽으라면 프랑스에는 단연 미셸 공드리 감독이다. 체계적인 영화 공부도, 전문적인 영상을 전공하지도 않았던 미셸 공드리. 드러머로 활동하던 밴드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특유의 영상미로 이름을 날린 후, CF 감독을 거치며 최고의 상상력을 가진 영화감독까지. 이제 그의 이름은 영화의 한 장르가 됐다.

<무드인디고>는 미셸 공드리가 영화를 통해 만들어온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상상력의 결정체다. 동시에 감독에 대한 개인적 취향을 판단하고 싶다면 이 한 편을 추천한다. 그만큼 호불호가 분명하다. 여자 앞에서는 숙맥인 발명가 콜랭이 진실한 고백으로 아름다운 여인 클로에와 결혼하게 되지만, 클로에의 폐에 수련이 자라면서 화려했던 그들의 사랑은 점점 색을 잃어간다. 전형적인 사랑 이야기인 영화는 구름 위를 날며 사랑을 고백하고, 피아노에서 칵테일이 나오고, 팔다리가 기형으로 길어지는 등 만화로도 표현하기 힘든 다채로운 영상미와 상상력의 끝판왕이다. 특히 주인공들의 상황에 따라 비비드, 파스텔, 모노, 흑백으로 변하는 배경색은 영화의 백미다.

<수면의 과학>은 매일 밤 잠과 필사적인 사투를 벌이는 이들에게 달콤한 젤리 같은 영화다. 현실과 꿈을 구별하지 못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꿈에서 쓴 연애편지가 실제로 옆집 여자에게 가 있고, 꿈을 꾸며 다른 사람과 통화한다. 죽은 아빠를 꿈에서 만나고, 꿈 속에서 다시 꿈을 꾸기도 한다. 꿈인 것을 알고 온 세상을 가지는 장면은 모두가 한 번쯤 상상한 동화 같은 이야기를 표현했다. 과한 그래픽보다는 꿈이라는 장치와 주인공이 만드는 해괴한 발명품으로 재미를 더했다. 아름다운 배경음악과 따뜻한 색채. 유쾌한 꿈을 한바탕 꾸고 일어난 것 같은 위안을 준다.

<더 위 앤 더 아이>는 미셸 공드리를 모르는 이들이 본다면 그를 오해하게 할 법한 영화다. 특유의 손맛 나는 판타지는 온데간데없다. 단지 영화의 초입, 자그마한 버스의 미니어처가 전부다. 한국의 가장 무섭다는 중2를 물리치고도 남을 법한 미국 고등학생들의 하교 버스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담았다. 친구들을 괴롭히고 승객에게 짓궂은 행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 시간이 지나면서 괴롭히는 아이들과 괴롭힘 당하는 아이들만 존재하던 버스 안은 조금씩 변해간다. 위험하고 위태로워 보이지만 모두에겐 그들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영화다. 청춘의 유쾌한 돌직구 <더 위 앤 더 아이>. 감독의 색다른 연출 스타일을 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서른일곱 살에 데뷔한 미셸 공드리는 올해 한국 나이로 52세다. 2001년 <휴먼 네이처>로 데뷔한 이후 그가 발표한 작품 주기는 평균 1년하고도 2개월이다. 백 세 인생과 정년퇴임, 노후의 여가 등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약 30편은 거뜬히 만들 수 있을 거다. 그 정도 돼야 그를 보낼 수 있을 거다. 그러니 그전까진, “못 간다고 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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