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한파? 여기는 초여름…오키나와 PartⅡ
매서운 한파? 여기는 초여름…오키나와 PartⅡ
  • 오대진 기자|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6.02.2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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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KE CAMPING DIARY ①나키진~나하 230km

한겨울에 초여름의 산뜻함을 달리는 경험은 새롭고, 이채로웠다. 그 참신한 경험이 가시자 서울의 한파는 더욱 매섭게만 느껴졌다. 눈과 바람이 휘몰아치는 한겨울 추위를 날려버릴 남도의 따뜻한 풍광, 오키나와 자전거 캠핑 Part.Ⅱ를 만나보자.

아열대해양성 기후
관광편(츄라우미 수족관)

첫째 날, 나하 공항에서 시작된 우리의 여정은 오키나와 종합공원을 거쳐 둘째 날 류큐무라와 만자모, 부세나 해중공원, 우드페커 나키진에 이르렀다. 여기끼지가 파트Ⅰ.

셋째 날 시작은 츄라우미 수족관. 1975년 국제해양박람회가 개최되었던 곳이 2002년 해양박람회기념국립공원으로 개장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인 츄라우미 수족관은 지난 2008년 두바이 수족관 개장 전까지는 세계 최대 규모 수족관 타이틀을 갖고 있었다. 오키나와어로 ‘아름다운 바다’를 뜻하는 츄라우미 수족관.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쿠로시오(흑조) 바다’가 선사한다. 폭 22.5m, 높이 8.2m에 두께가 60cm인 아크릴 패널로 만들어진 거대한 수조에는 세계 최대 어류인 고래상어 3마리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 츄라우미 수족관의 자랑 고래상어.

▲ 다양한 열대어들이 천장에도 가득.

수족관의 크기도 크기지만 엄청난 몸집을 자랑하는, 약 8m에 달하는 고래상어의 여유로운 유영이 단연 압권. 행운도 따른 것이, 마침 고래상어 두 마리가 마치 공연을 펼치듯 나란히 대형 수조의 전면을 장식했다. 여기저기 탄성이 흘러나왔고, 동행한 수족관 담당자 역시 흔치 않은 볼거리라며 놀라워했다. 그 크기 때문에 복수사육은 흔치 않다는 고래상어 두 마리가 나란히 헤엄치는 모습을 언제 또 볼 수 있겠는가. 여기에 세계 최대 가오리인 만타 무리들을 볼 수 있는 것도 츄라우미만의 매력. 상어 바다와 심해 여행은 물론 오키짱 극장에서 돌고래 쇼까지, 해양에 관련된 모든 것이 다 있다. 해양박공원은 크기가 여의도 광장의 6배, 하루 평균 입장객이 1만2,000명이란다. 이러면 그 규모가 실감이 되겠지?

▲ 심해에서 서식하는 열대어도 볼 수 있다.

▲ 상어 바다. 거대한 상어 이빨과 기념 촬영 찰칵.

▲ 오키짱 극장의 돌고래 쇼.

아열대해양성 기후
체험편(SUP, 스노클링)

이제 직접 즐겨 볼 차례. 츄라우미 수족관을 나와 지난 PartⅠ에서 끝내주는 석양을 맞은 비세 후쿠기 가로수길로 향하면 비세곶이 나온다. 멀리 이에섬이 바라다 보이는 이곳은 오키나와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열대어종을 만나볼 수 있단다. 오늘의 강사님인 비세 마린 이즈하라 히로시의 설명.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같은 얼굴로 사진기자와 내게 “많이 무거워서 SUP가 쉽지 않을거야.”라고 농을 건네다가도 안전수칙에 대해서는 정색하고 몇 번이고 강조! 사람 좋고 프로페셔널해 보여 마음에 들었다.

▲ 니모를 찾아서~.

▲ 유유히 스노클링. 맞은편에 이에섬이 보인다.

먼저 만나 볼 마린 레저는 SUP. 스탠드업패들Stand Up Paddle의 약자로, 하와이에서 유래되어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해양스포츠다. 서핑의 최신 형태. 배우기 쉬운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초보자들도 한 시간이면 물 위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단다. 그럼 우리는 어땠냐. 덩치 큰 아니 ‘때지’가 맞았다. 지난여름 서핑을 경험하고 느낀, 기억나는 단 한 가지는 무거우면 어렵다는 것. 몸무게가 부력을 짓눌러버려 좀처럼 폼 잡고 서기가 어려웠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1단계 누워 타기, 2단계 무릎 타기는 OK. 난관은 3단계 서서 타기. 발가락 끝을 나노 밀리미터만큼만 움직였는데도 중심을 잃은 보드가 잔파도에도 꿀렁꿀렁 댄다. 함께 한 오키나와 관광청의 세리캬쿠 마키에 씨는 몇 번 바닷물 맛을 본 후 이내 서서 패들링. 가녀린 몸은 이후 중심을 잃은 두 덩치를 뒤로 하고 홀로 유유히 떠났다. 짠 맛을 한계까지 느낀 두 사내는 출발점으로 돌아올 때에야 두 발로 서는데 성공. 간신히 체면치례 했다.

이제는 고대하던 스노클링. 열대어는 영화나 지오그래픽 채널에서나 보던 기자. 기대감이 컸다. 이즈하라가 한 마디 더 거든다. “영화 <니모를 찾아서> 알져? 클라운피쉬. 보기 쉬운 열대어가 아닌데 여기에서는 볼 수 있어요. 오늘 날도 좋고, 파도도 잔잔하고 딱이네요.” 수경을 차고 바로 입수. 강사님의 구명튜브에 이끌려 열대어들이 노니는 곳으로 간다. 열대지역에서 스노클링을 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 쯤 느꼈을 그 감정이 기자에게도 밀려왔다. 이 광경 역시 신세계다. 말 그대로 형형색색. 잠수한 이즈하라가 말미잘을 건드리자 잠시 후 오렌지 바탕에 검정 줄무늬를 한 니모가 빼꼼히 모습을 드러낸다. 생각보다 훨씬 작은 몸집의 녀석은 영화에서만큼이나 귀여웠다. 이즈하라가 해변으로 손짓을 한다. 나갈 시간이라는 이야기. 방금 전에 물 속에 들어온 것 같았는데 한 시간 이상이 훌쩍 흘렀다. 어릴 적 저녁 먹기 전 놀이터 혹은 중고등학교 점심시간 운동장에서나 느꼈을 법한 이 진한 아쉬움.

▲ 세리캬쿠의 SUP 실력은 굿굿굿!

▲ 남자놈들이 무릎이나 꿇고 말이야.

▲ 오키나와의 해변은 다 이렇다. 여긴 천국.

맛집 탐방, 코우리섬~야가지섬

물놀이는 언제나 배고프다. 세리캬쿠씨가 안내한 곳은 라티야라는 레스토랑. 메뉴는 타코라이스다. 미군을 상대로 음식을 팔던 가게에서 밥 위에 타코를 얹어 처음 먹기 시작되었다고 한다. 배고프니 맛이 그냥 꿀떡꿀떡. 양은…, 음…, 조금 부족했다. 하하.

비세곶에서 해안선을 따라 20여km를 달리면 오키나와에서 가장 긴 다리를 만날 수 있다. 야가지섬과 코우리섬을 잇는 코우리대교가 그 주인공. 지난 2005년 개통된 코우리대교 1,960m 코스는 오키나와 전 구간 중에서도 손꼽히는 코스였다. 완만한 경사를 지나면 멀리 코우리섬까지 얕은 내리막이 이어진다. 햇살에 반사된 에메랄드빛 바다는 그 깊이를 의심케 할 만큼 투명해 금방이라도 뛰어들고 싶게 만든다. 야가지섬과 코우리섬 구간에서는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이 유독 많았는데 이는 오키나와 내에서도 라이딩 코스가 잘 정비되어 있고 대여 할 수 있는 곳도 곳곳에 많아서란다.

▲ 코우리대교 코스는 오키나와에서도 손꼽히는 라이딩 구간.

▲ 배고픔을 달래줄 전망좋은 레스토랑 라티야.

코우리섬을 둘러본 뒤 다시 야가지섬으로 돌아와서는 또 다시 맛집 탐방에 나섰다. 세리캬쿠씨의 선택은 카페 키이로. 야가지섬 남부 마을에 위치한 키이로는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식당으로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오키나와 전통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해산물이 튀김, 볶음, 나물, 양갱 등으로 변신, 도시락을 가득 채워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흘렀다. 자색고구마 튀김과 해초가 특히 굿굿!

▲ 점심 메뉴는 타코라이스!

▲ 오키나와의 에메랄드빛 해변.

▲ 작은 마을도 도로 정비가 잘 되어 있다.

▲ 오키나와 전통음식이 한 가득. 자색고구마 튀김 먹고 싶다.

▲ 카페 키이로는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식당. 따스하고 아늑한 분위기.

오키나와의 또 다른 모습, 히지 폭포

든든히 배를 채웠으니 또 이동. 셋째 날 숙소인 히지 폭포 캠핑장까지는 27km. 북쪽으로 해안선을 따라 라이딩. 섬이 위아래로 길어서인지 첫날 나하 지역과 비교하니 풍광이 다르다. 나무와 풀의 생김새가 사뭇 다르고 여기에 날씨까지 흐려져서인지 ‘태양낙원’을 떠올리긴 쉽지 않다.

▲ 현지인들에게 더 인기인 히지 폭포. 트레킹 코스가 잘 되어 있다.

▲ 개구리. 생각해 보니 우리나라 산행에서 본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오키나와의 최고봉인 요나하산(503m) 자락에 위치한 히지 폭포 캠핑장에 들어서니 흡사 원시림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원령공주>의 배경 야쿠시마섬을 떠오르게 한다. 곧게 뻗은 놈들과 뱀처럼 꽈리를 튼 놈들이 어울려 수풀을 형성했고, 여기에 초록초록한 이끼들까지 아열대 식물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캠핑장은 사이트마다 데크가 설치되어 있었고, 개수대와 화장실, 샤워실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었지만 오래된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다.

그러나 주변 아열대 식물의 군집에 압도되어서인지, 아니면 밤새 울어대는 부엉이 등 산새와 양서류, 벌레들 소리 때문인지, 밀림에서 캠핑을 하는 색다른 경험에 매료되어 불편함을 느낄 겨를은 없었다. 다만 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가 야속하긴 했다. 텐트 걷는 것이 일이 되어 버렸으니.
넷째 날의 시작은 히지 폭포 트레킹. 편도 40분 정도면 폭포에 다다른다. 점점 더 울창한 숲으로 들어가니 말 그대로 밀림이다. 폭포는 장관이라기보다는 시원시원한 자연스러운 멋이 있다. 히지 폭포 트레킹 코스는 현지인들이 유독 많이 찾는 코스로 주말이면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붐비는 명소다.

▲ 세 번 지났으니 새롭게 환생하게 해주세요!
최북단 헤도곶과 다이세키린잔
오키나와 최북단으로 간다. 히지 폭포 캠핑장에서 헤도곶까지는 23km. 긴 거리는 아니지만 비바람에 라이딩이 쉽지만은 않다. 58번 국도가 유난히 길어보였던 구간. 마지막 오르막을 지나면 멀리 본섬의 북쪽 끝이 모습을 드러낸다. 드디어 도착. 태평양과 동중국해가 만나는 지점인 헤도곶은 거친 파도가 끊이질 않는다. 날씨까지 흐려서인지 파랑이 더욱 거세다. 파도에 의해 침식된 해식애도 아찔한 장관을 연출, 남부의 잔잔하고 투명한 바다가 귀여운 푸들이라면 여기는 성난 황소다.

헤도곶 바로 뒤로도 이색적인 볼거리가 있다. 2억 년 전 석회암층이 융기하여 생긴 세계 최북단의 열대 카르스트지형 다이세키린잔이다. 엄청난 크기의 돌산으로 각양각색의 기암과 거석에 거대한 벵골보리수 등 아열대 수목들이 밀생하고 있다. 크게 4가지 산책 코스로 나뉘어 있는데 그 중 추라우미 전망대 코스를 추천. 태평양과 동중국해가 만나는 망망대해를 파노라마로 즐길 수 있고, 세 번 지나가면 새롭게 환생한다고 전해지는 환생바위 등 흥미로운 볼거리가 가득하다.

▲ 이런 돌산 본 적 있나 그대? 2억 년 전 생긴 카르스트지형 다이세키린잔.

▲ 저 멀리 오키나와 최북단 헤도곶이 보인다.

▲ 거센 파랑. 침식된 해식애가 장관이다.

▲ 다이세키린잔에서 바라본, 태평양과 동중국해가 만나는 헤도곶.

다시 남부, 태양 낙원으로

올라왔으니 다시 내려간다. 최북단에서 본섬 남부의 난조시까지 120km. 이틀간 천천히 돌아보며 왔던 길을 스치듯 지나치며 라이딩다운 라이딩을 한다. 본섬에는 국도가 워낙 정비가 잘 되어있고, 운전자들의 매너도 좋아 거리낄 것이 없다. 높은 산이나 언덕 또한 거의 없는, 해안도로가 대부분인 코스여서 자전거가 페달을 구르는 대로 쭉쭉 나간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트레킹 등 일정에 가장 피곤한 날이기도 했지만, 선선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온전한 오키나와를 가장 오랫동안 만끽한 날이기도 했다.

마지막 숙소는 편하고 아늑하게. 오늘의 숙소는 멀리 바텐항을 바라보는 야경이 일품인 유인치난조호텔이다. 테니스 코트와 실내체육관, 레저 풀장에 캠핑 사이트까지 갖춘 리조트형 호텔이다. 캠핑 사이트 역시 바텐항을 바라보고 있어 멋진 뷰를 즐길 수 있다.

▲ 여기가 갑! 니라이카나이 다리.

▲ 멀리 바텐항이 보이는 유인치난조호텔의 캠핑사이트.

오지 않기를 그토록 바랐던 마지막 날이 왔다. 벌써 떠나는 날이라니. 즐김과 체감시간은 역시나 정확히 비례한다. 조금 덜 즐길 것을…. 난조시 동쪽으로 약 10km, 치넨미사키공원으로 향한다. 막바지에 다다른 여행의 아쉬움이 좀처럼 가시질 않을 즘, 새로운 손님이 찾아왔다. 전 여정을 통틀어서 여기가 ‘갑’!. 니라이카나이 다리. 오키나와 방언으로 ‘바다 건너에 있는 이상향’이란 뜻이다. 참으로 그 이름에 걸맞은 경치다. 남국의 따뜻함과 푸름은, 태양 낙원 오키나와라는 말은 이 풍경 하나로 모든 것이 설명됐고, 깔끔하게 답을 줬다.

치넨곶에서 태평양을 마주하곤 마지막 목적지로 향한다. 튀김이 유명한 오우섬까지는 약 10km. 그런데 너무 일찍 와버렸다. 그렇게 맛나다는 튀김을 맛봐야 하는데 아직 오픈 전. 조그만 섬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작고 조용한 섬은 그만의 매력이 또 있었다. 여유를 즐기고, 먼 바다를 바라보고, 모래사장을 거닐며 여행의 잔상들을, 추억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한다.

▲ 거기 서! 거기 서라구!!

▲ 이 고개만 넘으면..., 다음 고개가...

▲ 오우섬에서 바라본 본섬. 어느 곳이나 여유가 넘친다.

▲ 사진 선배 “오키나와 좋았지? 웃어라.” , 나 “웃고 있어요. 좋았어요.”

epilogue

여정은 무사히 마쳤다. 그러나 무사하지 못한 것도 있다. 본섬을 한 바퀴 돌아보니 보고 싶은 것이, 경험하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아졌다. 멘탈이 무너졌고, 잔고도 곧 무너질 예정. 5일이라는 시간이 절대 짧은 기간은 아니었지만…, 짧았다. 정말 짧게 느껴진 건 정말 짧았다는 이야기. PartⅠ에서도 언급했지만 12월의 오키나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느끼기에 딱 좋은, 쾌적한 기후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라이딩, 스노클링, 카야킹, 서핑? 말해서 뭐하나. 여기는 천국이다. 동양의 하와이? 그게 뭐냐? 여기는 ‘오키나와’다.

*취재 협조 오키나와 관광청, 이스타 항공
*장비 지원 자이언트코리아, 툴레코리아, 알펜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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