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사이트
너의 겨울, 나의 겨울…겨울에 읽고 싶은 책
너의 겨울, 나의 겨울…겨울에 읽고 싶은 책
  • 류정민 기자
  • 승인 2016.02.22 17: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LIFE STYLE|BOOK

 ‘겨울’하면 생각나는 책들을 모았다. 서정적인 문체로 눈 내리는 마을을 묘사하거나 삶의 겨울을 이겨내는 사람들의 이야기. 비현실적인 소설과 희곡까지. 겨울이라고 다 같은 겨울이 아니다. 각자의 겨울이 담긴 다른 이야기.

설국|가와바타 야스나리
나가타 현의 온천 마을을 무대로 펼쳐지는 시마무라와 고마코, 유코 세 사람의 이야기. 눈의 지방에서 게이샤로 사는 고마코를 만나기 위해 시마무라는 여행을 오게 되고 유코와 고마코에게 마음이 이끌려 함께 지내게 된다. 소설은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 같다. 뚜렷한 줄거리가 없어 내용은 모호하지만 눈 내리는 지방의 풍경과 풍습, 사람들의 모습이 서정적인 문체로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민음사.

“창틀 안으로 보이는 잿빛 하늘에서 커다란 함박눈이 흐릿하게 이쪽으로 떠내려 온다. 어쩐지 고요하고 비현실적인 세계였다.” “거울 속에는 차가운 꽃잎 같은 함박눈이 한층 크게 나타나, 옷깃을 들추고 목덜미를 닦는 고마코 주위에서 하얀 선으로 감돌았다.”

겨울나기|이외수
이외수의 데뷔작 ‘훈장’을 비롯한 ‘겨울나기’ , ‘고수’ , ‘꽃과 사냥꾼’ , ‘개미귀신’ 등 총 다섯 편의 초기 중단편들을 모은 소설집. 창작 욕구를 참지 못하고 직장을 그만 둔 남자가 노란색 옷을 입은 여자를 찾아 헤매는 ‘겨울나기’는 얼른 봄이 오길 바라는, 겨울의 고통을 인내하는 저자의 모습이 드러난다. 나머지 소설에서도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분노와 추운 삶을 살아내고 있는 이들의 어두운 겨울을 그려내고 있다. 해냄.

“열차는 이제 두어 번 길게 동물적인 괴성을 발한 다음 도시의 사타구니 속에다 대가리를 쑤셔 박고 있었다. 꼬리가 다 먹혀 들어간 다음에도 잠시 열차의 헐떡거리는 소리는 계속되었다.”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이탈로 칼비노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소설 속에서 길을 잃을지도 모르니까. 10편의 소설이 엮여 생각지도 못한 결말을 만들어내는 이 소설은 소설이라 가능한 독창적인 서술 구조로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서로 얽히고설킨 이야기들을 독자인 남녀 두 명이 읽어 나가고, 어느 순간 두 사람도 작품 속 등장인물이 되며, 점점 서로에게 끌리기 시작한다. 민음사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 말보르크 마을을 벗어나, 가파른 해변에서 몸을 내밀고, 바람도 현기증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어둠이 짙어지는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물망처럼 연결되는 선들 속에, 그물망처럼 교차되는 선들 속에, 달빛이 환히 비추는 은행잎들 위에, 텅 빈 구덩이 주위에서, 저 아래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결말을 기다릴까, 그는 초조하게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며 묻는다.”

겨울 여행|아멜리 노통브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은 늘 새롭고 참신하다. 주인공 조일이 에펠탑 테러 계획을 세우는 것부터 시작되는 소설은 조일과 두 여자들의 괴상한 상황들과 맛깔스러운 대화로 가득 차 있다. 환각버섯을 먹고 셋이 떠난 환각여행과 추위에 대한 묘사들도 소설 속 묘미다.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볼 것. 한 여인을 광적으로 사랑하다가 이루지 못한 절망감으로 계획된 조일의 테러는 과연 성공할까? 문학세계사.

“겨울과 사랑은 시련을 통해 욕망을 채운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 두 가지는 격려와 위로를 거부한다. 온기로 추위를 물리치면 사랑의 힘이 약해져 추잡한 이미지로 타락하고, 창을 열고 신성한 공기를 받아들여 열정을 식히며 기록적인 시간 안에 무덤으로 직행하게 된다.”

리스본의 겨울|안토니오 무뇨스 몰리나
비랄보라는 재즈 피아니스트와 루크레시아라는 여인의 사랑이야기다. 악당의 아내였던 루크레시아가 비랄보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비랄보가 악당을 죽이고 도망을 다니는 아주 흔한 사랑 이야기지만 저자의 글은 이 빤한 이야기도 특별하게 만든다. 리스본의 겨울 밤거리를 걷고 싶을 정도로. 민음사.

“어쩌면 그녀를 움직인 것은 애정이 아니라 서로가 혼자라는 감정이었을 것이다. 2년이 지나 리스본에서 어느 겨울날 밤부터 해 뜨기 전까지 비랄보는 그것이야말로 두 사람을 연결하는 유일한 것임을 깨달을 터였다. 그 감정은 욕구도 추억도 아닌 바로 버림받았다는 느낌, 혼자 있다는 확신, 실패한 사랑을 용서받을 수조차 없다는 확신이었다.”

겨울 이야기|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가 세상에 전하는 유언 같은 작품. 순결한 부인에 대한 남편의 잘못된 질투가 아내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 아내에 대한 의심 가득 찬 왕의 모습은 ‘멕베스’를,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빠진 딸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리게 하는 셰익스피어의 후기 로맨스 극. 올해 서거 400주년을 맞아 국립극장에서는 2016년 첫 작품으로 <겨울 이야기>를 상영하기도 했다. 도서출판 동인.

“오, 내가 그런 불륜을 저질렀다면, 내 맑디맑은 피가 오염되어 걸쭉해 지고, 내 이름도 최고의 성인을 배반했던 자의 이름과 같은 멍에를 지게 하소서! 그리고 나의 순정무구한 명성의 향기도 악취로 변해 둔감한 코도 틀어막게 할 것이며, 내가 가까이 접근하는 것을 피하고, 이제껏 듣고 읽은 것 중에서 가장 고약한 전염병보다 더 고약한 증오를 받게 하소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