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숲에서 만나는 봄의 향기
빌딩 숲에서 만나는 봄의 향기
  • 글·박상신ㅣ사진·김세정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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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DIC WALKING TOUR | 서울 청계천~응봉공원

▲ 샛노란 개나리와 연분홍 진달래가 만발한 청계천을 걷는 투어팀.

청계천광장~고산자교~살곶이다리~응봉공원…약 12km 3시간 소요

글·박상신 한국노르딕워킹협회(KNO) 헤드코치ㅣ사진·김세정 KNO 코치ㅣ장비협찬·메드아웃도어

도심 한복판을 차지하던 고가를 철거하고 청계천을 복원한 지 벌써 5년째다. 어마어마한 투자와 관리 비용으로 이런저런 논란도 많지만, 청계천은 시민들에게는 쉼터로, 해외 관광객들에게는 추억의 장소로 사랑받고 있는 장소다. 

청계천은 해를 거듭 할수록 도심 속 자연 쉼터로 자연스럽게 변해가고 있었다. 하천을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떼와 그 물고기를 잡아먹으려는 황새, 단란하게 물질을 하는 청둥오리 가족은 청계천에서 쉬이 볼 수 있는 일상이 돼버렸다. 

▲ 중랑천변에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있다.
오늘 청계천 트레킹은 노르딕워킹을 처음 접하는 초보 회원들과 함께했다. 청계광장에서 시작해 다리 밑에 조성된 갤러리 작품을 감상하며 복원된 광통교를 통과해 한강까지 이어지는 약 12km 구간이다. 

사실 서울 시내 대부분의 길은 자동차가 주인이 된 지 오래다. 차도 옆 보행로를 따라 가다보면 쌩쌩 달리는 차들의 간섭에서 벗어날 수 없고, 계속된 신호로 걷는 리듬이 끊어져 산책의 재미를 느끼기가 쉽지가 않다. 하지만 청계천은 복잡한 빌딩 숲 사이를 지나지만 차 없는 한가로움을 느낄 수 있는 구간이다. 하천을 따라 유유히 걷다보면 한강까지 도착하니 멀리 나들이 갈 시간이 없는 시민들에게 청계천은 도심 속 최고의 산책길인 셈이다. 

▲ 잔잔한 청계천 하류를 돌다리로 건너는 투어팀.

도심 속 최고의 산책길, 청계천
청계광장에서 계단을 내려가자 산책 나온 가족과 연인들이 하천을 따라 걷고 있었다. 억새가 무성한 천변 돌다리 주변에서 청계광장으로 향하는 민물고기 떼와 황새의 모습이 보였다. 답답한 도심에서 만나기 힘든 자연의 모습에 부모님과 산책 나온 아이들의 입에서 탄성소리가 흘러나왔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개천이지만 이곳에도 생태계는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니 만큼 서울시의 관리도 계속되는 듯하다.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지난 밤 버리고 간 각종 쓰레기들을 관리인들이 정리하고 있었다. 하천에 둥둥 떠다니는 쓰레기와 죽은 물고기를 뜰채로 건져내는 모습도 보였다. 이런 관리 덕분인지 오랜만에 찾은 청계천은 더욱 정비된 모습이다. 

▲ 조선 초기에 만든 다리 중 규모가 가장 크다는 살곶이다리.
개나리가 활짝 핀 천변길을 따라 광장에서 1시간 정도를 걸어 비우당교를 지나자 왼쪽에서 안암천이 합류했다. 잠시 뒤 월곡천이 한 번 더 합류되면서 청계천은 물길을 넓혔다. 청계천문학관 앞 판잣집을 통과해 고산자교를 지나 1시간 정도를 더 걷자 청계천은 중랑천을 만나며 한강을 향해 달려갔다. 여기서부터는 자전거전용도로와 도보길이 구분돼 더욱 한적하게 걸을 수 있는 구간이다.

마장동 축산물시장에 들러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축산시장 먹자골목은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곳. 북적거리는 시장골목에서  가장 손님이 많은 맛집을 찾아들어가 육회비빔밥과 갈비탕을 시켰다. 2시간 넘게 걸은 터라 밥맛이 꿀맛이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중랑천을 따랐다. 신답철교를 지나자 길이 나뉘었다. 자전거도로 옆 산책로와 강변 옆 오솔길 두 갈래다. 투어팀은 고즈넉한 강변을 따르기로 하고 오솔길로 들어섰다. 폴을 힘차게 흔들며 완만한 길을 따르는데 길 양옆으로 매화와 벚꽃이 꽃망울을 활짝 터트린 채 투어팀을 반겼다. 흐드러지게 핀 매화꽃과 벚꽃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 황홀하다. 

샛노란 꽃망울 활짝 터트린 개나리동산

워킹용 폴 러버 사용법

흙길이 아닌 아스팔트나 시멘트·우레탄 트랙에서는 트레킹 폴에 러버를 꼭 끼는 것이 좋다. 러버란 고무로 만든 뚜껑으로 폴의 촉 부분을 감싸는 제품이다. 러버를 끼면 고무의 특성상 바닥과 더욱 밀착돼 반동이 좋아지고 무릎을 보호해 보행자의 워킹을 도와준다. 러버를 끼지 않으면 자칫 날카로운 촉이 미끄러져 넘어질 수 있다. 또 금속재질로 만들어진 촉이 바닥에 부딪힐 때마다 시끄러운 소음이 난다.

살곶이공원의 축구장 옆을 지나자 조선 초에 만든 다리 중 규모가 가장 크다는 살곶이다리다. 1926년 대홍수로 유실됐으나 1972년 서울시가 콘크리트로 넓어진 강폭에 맞춰 복원했다고 한다. 

살곶이다리를 건너자 서울의 숲 입구가 나타났다. 이곳으로 바로 들어가 만나는 생태공원도 좋지만, 요즘 같은 철에는 응봉공원 개나리동산에 올라보자. 마치 한강을 향해 떨어지는 폭포처럼 노란 개나리 폭포수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이다. 청계광장을 시작해 한강까지 이어지는 길. 걷다가 지치면 어디서든 도로변으로 올라와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수 있으니 부담 없이 떠날 수 있는 산책 코스다. 유모차를 밀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젊은 부부, 샛노란 유니폼을 맞춰 입은 유치원생들의 소풍 행렬….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연인들이 자주 찾는 청계천~중랑천 코스는 언제 걸어도 좋은 길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출발해 한강까지 다양한 테마를 따라 걷고 싶다면 폴을 들고 당장 청계광장으로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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