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 그 힘든 곳의 언저리
평범함, 그 힘든 곳의 언저리
  • 이지혜 기자|사진제공 프레인글로벌
  • 승인 2016.02.1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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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넥스트 투 노멀

박칼린과 남경주. 존재 자체가 뮤지컬인 이들이 함께한 <넥스트 투 노멀>. 이미 국내 정상 자리를 차지한 작품을 뒤늦게 감상했다. 이 공연, 조금 이상하다. 아무리 좋은 뮤지컬을 봐도 떨쳐낼 수 없었던 어색함과 스토리의 공백, 뚝뚝 끊어지는 음악과 음악 사이를 견디지 못하고 몸을 베베 꼬던 내가, 미어캣 같은 자세로 시선 한 번 떼지 않다니. 그것도 눈물까지 흘리며. 이 공연, 확실히 이상하다.

아내를 끔찍이 사랑하고 가정에 충실한 아빠 댄, 아들과 딸을 위해 헌신하는 엄마 다이애나, 천재적인 두뇌와 음악적 재능을 타고난 딸 나탈리, 엄마를 사랑하는 착한 아들 게이브. 모든 게 평범해 보이는 가족. 어느 순간 다이애나의 조울증이 재발하며 숨겨온 비밀이 밝혀진다. 가족에게는 16년 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다이애나(박칼린 분)는 조명이 꺼진 뒷모습에도, 조울증을 앓고 있는 손가락 끝에도 감정을 담아 연기한다. 댄(남경주 분)은 사랑과 집착 사이에서 필사적으로 가정을 지키려는 아빠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 무미건조한 삶에 나타난 남자친구로 인해 일탈을 알아가는 나탈리는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는 반항아를 잘 표현한다. 아들 게이브는 폭발적인 목소리와 역동적인 몸짓으로 관객을 매혹한다.

가족은 엄마의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한 전기충격을 시도하고, 그로 인해 덮어둔 상처와 마주하게 된다. 아이를 잃은 엄마의 마음, 그리고 그 아이로 인해 안아줄 수 없었던 다른 아이. 그럼에도 가정을 지키겠다는 필사적인 노력. 자칫 평범할 수도 있는 스토리는 배우들의 높은 연기력과 아름다운 음악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작품은 결국 겉으로는 평범한 듯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각자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의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는 배우 이정열(댄 역)의 말처럼 <넥스트 투 노멀>은 저절로 나의 어제와 지금이 떠오르고, 그래서 저절로 눈물이 흐르는 작품이다.

다채롭게 바뀌는 선율과 현란한 연주도 귀를 만족시킨다. 음악을 뚫고 나가기 힘들 것 같던 배우들의 목소리가 극의 후반에는 폭발해 마음을 두드린다. 마냥 해피앤딩이 아닌 결말을 보고 나오는 발걸음이 그리 무겁지는 않다. 평범함 그 언저리에 머문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다시금 알게 해주기 때문이다. 자신 있게 말하건대, 조만간 이 작품을 다시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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