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윽한 차향에 정신도 맑아지네!
그윽한 차향에 정신도 맑아지네!
  • 이두용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라푸마와 함께하는 KOREA TRAVEL 보성 ② 차밭 산책

▲ 통나무집 주변은 유난히 풍광이 좋아 TV광고나 영화의 촬영장으로 쓰였다.

대한다원·차소리 문화공원, 차 시음장, 다향각 정자 둘러보기

▲ 차밭 사이로 들어가 등에 짊어진 비료를 뿌리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정겹다.
우리나라 최초의 다서(茶書)를 썼던 조선시대 선비 한재 이목(1471~1498)은 자신이 쓴 시에서 ‘차를 마시면 마른 창자가 씻기고, 혼이 신선같이 되고, 두통과 근심이 사라진다’고 했다. 이처럼 사람에게 유익을 더하는 차는 오늘날 건강생활을 돕는 다양한 제품으로 개발되고 있다. 국내 차 최대산지 보성에서 건강한 산책으로 추억을 만들어 보자. 보고 음미하고, 경험하기에 좋은 차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내 동생 곱슬머리’라는 동요에 등장하는 어린 남동생은 이름은 하나지만 별명이 여러 개다. 부르는 대상에 따라서 꿀돼지, 두꺼비, 왕자님 등 완전 다른 호칭으로 불린다. 우리가 즐겨 마시는 차도 이와 비슷하다. 차는 색(色)·향(香)·미(味)가 뛰어난 것을 좋은 차라 하는데, 찻잎을 따는 시기, 시간, 환경조건, 만드는 방법, 보관방법, 발효정도와 우려내는 방법 등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차는 언제 처음 마시게 되었을까? 사람이 차를 마신 기원에는 여러 견해가 있지만 BC 2700년쯤 고대 중국에서 시작되었다는 게 일반적이다. 국내에서는 삼국시대에 처음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고 한다.

최근 몇 년, 참살이문화가 보편화하면서 차와 함께 차성분이 함유된 다양한 제품들의 인기가 높아졌다. 국내의 차는 현재 여러 지역에서 재배하고 있고 총 생산량의 40%를 보성에서 재배한다. 차의 고장 보성에는 많은 다원이 있지만 국내 유일 녹차관광농원인 대한다원(대표 장영섭) 이 자연과 어우러진 차밭을 만끽하기에 적격이다. 

▲ 햇살이 따뜻한 봄에 보고 음미하고, 경험하기에 좋은 차밭을 가족·연인과 함께 걸어보자. 
차의 세계로 안내하는 삼나무길
소설이나 영화에서 진귀한 보물은 꼭꼭 숨겨있고 그 보물을 찾으려면 보물까지 연결된 통로를 지나가야 한다. 대한다원으로 가는 길, 들머리부터 길 양쪽으로 펼쳐진 차밭을 예상했는데 기대와 달리 차밭은 높다란 나무들에 가려져 있었다. ‘기대가 컸나?’ 생각하며 차밭으로 향하는 삼나무 길에 들어섰는데 보물까지 이어진 통로에 들어선 듯 양쪽으로 나란히 선 삼나무들이 반긴다. 1957년, 장영섭씨가 이곳에 대한다업주식회사를 설립하면서 차밭 주변에 심었던 삼나무, 편백나무, 주목, 은행나무, 동백나무 등의 관상수와 방풍림 중 일부다. 걷는 내내 삼나무 사이로 이따금씩 드러나는 차밭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대한다원 정문에 다다르니 하얀 바탕에 붓으로 써 놓은 듯 한자로 정갈하게 쓴 ‘대한다업주식회사(大韓茶業株式會社)’ 현판이 걸려있다. 보성 차와 함께한 대한다원 50년의 세월이 느껴지는 듯하다. 

일제강점기인 1939년, 차 재배에 대한 여러 조사를 하고 보성이 차 생산지로 적격이라고 판단해 현재의 대한다원 입구 인근에 차나무를 심었다. 우리나라에서 상업 목적의 차 재배는 이곳이 처음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거의 대부분 소실되었다. 

그 이후 장씨가 전쟁으로 황폐해진 차밭과 그 주변의 임야를 함께 인수해 ‘대한다업주식회사’를 설립하고 활성산 자락 해발 350m, 오선봉 주변 민둥산에 대단위 차밭을 조성했다. 지금의 대한다원의 시작이다. 현재는 560여만㎡의 면적 중 약 160여만㎡의 차밭이 조성되어 580여만 그루의 차나무가 자라고 있다. 

▲ 중앙전망대에 오르면 광장을 지나 올라오면서 본 차밭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별세계에 온 듯한 차밭 산책
현판이 걸린 정문 안쪽으로 광장이 나오고 한켠엔 기념품 판매점이 있다. 기념품 판매점을 지나면 드디어 차밭이 얼굴을 내민다. 참빗으로 빗어 내린 머릿결처럼 가지런히 선을 드러내며 언덕을 감싸고 있다. 커다란 케이크 둘레에 녹색빛깔 크림으로 치장한 것처럼 보인다. ‘누가 차를 이토록 정갈하게 심었을까?’ 차를 마실 때의 예의를 다도(茶道)라고 부르듯 차분한 마음으로 오선봉 능선을 따라 밭을 일구고 차를 심었을 것이다.

차밭 사이로 난 계단을 따라 오르니 양쪽으로 보이는 풍경이 말 그대로 점입가경이다. 들머리에서 높은 나무에 가려 차밭이 보이지 않았기에 상상으로밖에 할 수 없었던 풍광이 기대했던 이상으로 아름답게 다가온다. TV광고나 영화의 촬영장으로 쓰이기에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중앙전망대에 오르니 차밭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수학여행을 왔는지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무리들이 웃으면서 지나는데 봄볕 아래 온통 파릇파릇한 차색과 어울려 생기가 넘친다. 

바다전망대로 오르는 계단부터는 조금 경사가 있다. 진분홍색을 가득 머금은 진달래가 오르는 길옆에 옹기종기 무리를 지어 피어있다. 바다전망대까지 오르는 중간에는 차밭전망대가 방문객을 기다린다. 그리 힘들지 않은 오르막이지만 잠시 쉬면서 올라온 길과 함께 차밭 풍광을 되새기라는 다도와 같은 배려가 아닐까. 바다전망대에 올라 주위 풍광을 살폈다. 차밭 일대는 물론 멀리 남해바다가 희미하게 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은 차밭과 함께 또렷한 바다를 볼 수 있겠다.

내려오는 길에는 나무들이 만들어 놓은 시원한 그늘이 준비돼 있었다. 차밭에서부터 바다전망대까지의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조용한 오솔길을 홀로 걷는 기분으로 숲길을 따라 광장 옆 기념품 판매점으로 되돌아왔다. 기념품 판매점에는 차와 관련한 다양한 식품과 미용제품,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다. 

처음에는 음료의 재료로만 애용되던 차가 여러 제품으로 개발돼 이제는 먹고, 마시고, 사용하는 생활용품 전반에 쓰이고 있다. 보성 차로 만든 아이스크림은 어떤 맛일까 궁금해 녹차아이스크림을 하나 샀다. 요즘은 아이스크림의 기본 메뉴가 되어 일반 아이스크림가게에서도 판매하는 녹차식품이다. “맛있다!” 이 말이 정답이다. 다른 곳에서 먹어봤던 녹차아이스크림보다 달지 않고 담백하다. 배어있는 차의 맛과 향도 깊고 진하다. 바다전망대를 오르면서부터 느꼈던 더운 기운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 대한다원에 들어서면 광장 한 켠에 기념품판매점이 있고 이곳을 지나면서 차밭이 시작된다. 
한 잔으로 만끽하는 차의 맛과 향 
주차장 아래 광장처럼 넓은 버스주차장 좌측으로 잘 닦여진 오르막이 있다. 10분쯤 걸어 올라가니 야외공연장이 나오고 독특하게 지어진 건물이 세워져 있다. 올해 완공을 목표로 조성되고 있는 세계최대의 차 테마파크인 ‘한국 차소리문화공원’이다. 25만㎡의 부지에 차를 통해 오감을 만족시킬 전시관과 식물원, 다양한 체험장과 휴양펜션을 짓겠다는 목표로 한창 공사가 진행중이다. 

▲ 이곳에서 파는 녹차아이스크림은 달지 않고 담백하면서 녹차의 맛과 향은 깊고 진하다.
이곳에서 다향각까지는 약 2km, 도로가에 녹차를 무료 시음할 수 있는 몇 개의 시음장이 있어 차로 천천히 이동하면서 주변의 멋진 풍광과 함께 녹차를 무료 시음할 수 있다. 처음 만나는 시음장에 들렀다. 건물 전체를 나무로 지어 멋스러움이 차와 어울린다. 얼마든지 마시라면서 친절한 주인장이 녹차를 내왔다.

차를 담은 다기(茶器)가 예사롭지 않다. 세월의 흔적으로 껍질이 벗겨진 나무쟁반에 은은한 빛깔의 다기가 차를 마시기 전부터 깊은 차맛을 선보이는 듯하다. 실제 녹차의 맛도 지금까지 마셨던 것과 달랐다. 한잔을 따라놓고 마셔도 시간에 따라 또 맛이 달라진다.  

▲ 웃으며 장난치는 학생무리가 봄볕 아래 온통 파릇파릇한 차색과 어울려 생기가 넘친다.
차는 앞에서 말했듯이 찻잎을 따는 시기와 제조방법, 보관방법, 발효정도와 형태 등에 따라 맛뿐 아니라 이름도 달라진다. 이 중 우리가 즐겨 마시는 녹차는 찻잎을 쪄서 말리거나 덖은 차로 곡우 이전에 따서 만든 최고급차인 우전을 시작으로 시기에 따라 세작, 중작, 대작, 엽차로 나뉜다. 차는 덖거나 쪄서 만들 뿐 아니라 발효해서 마시는 특징이 있는데, 발효차도 발효 정도에 따라 경발효차, 중발효차, 발효차로 나뉜다. 발효 정도에 따라 색과 맛이 확연히 다른 것도 특징이다. 이 외에 차 모양이나 제조방법에 따라 떡차, 벽돌차, 보이차, 현미차 등이 있다. 

시음장을 나와 다향각으로 향했다. 입안에 녹차 맛이 아련하게 남아 봄바람에 다향이 묻어오는 듯하다. 다향각에 다다르니 전망대 아래로 다원과 득량만의 풍광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져 있다. 대한다원 바다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다원과 흐릿한 바다풍광을 큰 화폭에 또렷하게 옮겨놓은 듯하다. 사랑하는 연인·가족과 담소를 나누며 걷는 오롯한 차밭 산책의 종착지로 손색없다. 

이 찬란한 봄날,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한손에는 녹차아이스크림을 들고 봄 햇살 아래 초록으로 물든 차밭을 걸어보자. 은은한 다향처럼 오래오래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 차 산책·다향제, 차에 대한 정보
다향과 함께하는 차 산책 

▲ 다향각은 보성 일대에서 풍광이 뛰어난 전망대로 유명하다.
대한다원 주차장 일원 200~400m에 산책하기 좋은 삼나무숲, 단풍나무숲, 대나무 숲이 있다. 대한다원 입구 광장에서 중앙전망대까지는 중앙계단과 좌우로 나뉜 길을 따라 10분 이내면 오를 수 있다. 바다전망대까지는 20~30분소요, 올라가는 길에 CF촬영지도 볼거리다. 내려가는 길은 되돌아가는 길과 숲으로 이어진 길이 있다. 

대한다원에서 다향각까지는 2km. 그렇지만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야 하니 차로 이동하는 편이 좋다. 이동중에 3~4곳의 무료시음장을 지나니 꼭 이용해보자. 대한다원 관람시간은 09:00~18:00. 입장요금은 성인 2000원, 학생 1000원이고 주차는 무료. 문의 : 061-852-4540 www.dhdawon.com

다향 가득한 ‘보성 다향제’
6년 연속 문화관광부 지정축제로 선정된 보성다향제가 오는 5월1일부터 5일까지 닷새 동안 한국 차소리문화공원과 대한다원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로 36회째를 맞는 이번 다향제에는 다신제, 전국학생차예절경연대회, 한국명차선정대회, 다향백일장을 비롯해 찻잎 따기 체험, 차 만들기 체험 등의 체험프로그램이 열리고 차와 관련한 여러 특산품들이 전시 판매된다.
문의 : 061-853-2861~2 http://dahyang.boseong.go.kr

▲ 차밭에서 다향각으로 가는 길가에는 녹차를 무료로 시음할 수 있는 무료시음장이 3~4곳 있으니 들려보자.
차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
①물을 팔팔 끓인 후 섭씨 70~80도로 식힌다.
②적당량의 차(1인분 2g)를 다관에 넣고 물을 붓는다.
③다관 뚜껑을 덮고 2~3분 후 마신다.
④2~3회 우려내어 마신다. 

생활에서 찻잎 활용방법 
1. 팩·목욕 - 녹차는 기미와 주근깨 제거, 미백효과가 있어 피부유지에 좋다.
2. 냄새제거 - 옷장이나 신발장 등 눅눅한 곳에 차 찌꺼기를 건조시켜 넣어두면 냄새가 없어진다. 
3. 멀미 - 차에는 신경을 안정시키는 카데킨 성분이 있어 잎을 꼭꼭 씹어 물을 마시면 멀미가 억제된다. 
4. 생선·고기냄새 제거 - 생선이나 고기를 조리하게 전에 찻잎을 함께 넣어두면 냄새가 효과적으로 제거된다. 
5. 세재대용 - 차에는 비누의 재료로 쓰이는 사포닌이 함유돼 차 찌꺼기를 이용해 설거지하면 오염도 막고 피부습진도 없어진다.
6. 녹차에센스 - 찻잎을 작은 용기에 담아 올리브오일을 부어 일주일 정도 두었다가 체에 거르면 촉촉하고 탱탱한 피부를 유지시켜주는 에센스오일이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