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물에도 생명을 불어넣는…알레산드로 멘디니 전
평범한 사물에도 생명을 불어넣는…알레산드로 멘디니 전
  • 류정민 기자|사진제공 아트센터이다
  • 승인 2016.02.0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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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EXHIBITION

깔끔한 무채색의 방에 ‘프루스트 의자’ 하나만 둬도 참 멋지겠다. 멘디니가 디자인한 의자들을 보면 ‘내 방에 이런 의자 하나 있었으면’ 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 1,000개의 의자를 모아놓은 책 중에서 유독 돋보여 사진까지 찍어뒀던 ‘프루스트 의자’는 고전 영화에나 나올 법한 점잖은 안락의자에 알록달록 찍힌 색과 화려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 12 Colonne

아내가 기지개 켜는 것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는 와인 오프너 ‘안나 G’는 사실 발레리나의 모습을 보고 만들었다고 한다. 와인을 마실 때 오프너를 돌리는 모습에서 발레리나가 떠올랐다고. 93년에 나온 이 와인 오프너는 지금까지도 세계 곳곳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디자인이 가진 힘이 세대를 초월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의자와 와인 오프너를 같은 사람이 디자인했다는 건 그 후에 알았다. 바로 알레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다.

▲ Poltrona di Proust - Geometrica

멘디니의 손을 거친 600여 점의 작품들이 모두 모였다. 동아시아 최초로 선보이는 전시인 만큼 작품의 개수부터 종류도 방대하다. 가장 흥미로웠던 작품은 트리엔날레 밀라노 디자인 뮤지엄에서 대여한 150점의 드로잉 작품. 시간가는 줄 모르고 내내 들여다봤다. 메모와 스케치로 시작된 낙서는 하나의 작품으로서도 손색이 없었다. 드로잉 맞은 편에는 한국의 해강 고려청자연구소와 협업해서 만든 ‘청자 프루스트 의자’가 줄줄이 전시돼 있었다. 동서양의 예술도 멋지게 연결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

기능만 중시하던 시대에서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을 시도한 멘디니는 ‘삶은 아름다운 것과 연결돼 있고, 그 모든 것이 디자인이다’ 말하며 기존의 디자인에 또 다른 디자인을 더하는 ‘리디자인ReDesign’을 시작했다. 그는 누구보다 인간적인 감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길쭉하고 둥글둥글한 모양으로 사람 형태로 만들어진 ‘12 컬럼스’나 손자의 눈을 생각해서 만든 ‘아물레또’ 조명에도 그의 철학이 담겨 있다. 그의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을 보다 보면 얼굴색을 꼭 상아색으로 칠하지 않았던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는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 Drawings

▲ ANNA G

알레산드로 멘디니 전
디자인으로 쓴 시
~ 2016년 2월 28일(일)
화~일 10시~9시
성인 1만 4,000원 청소년 1만 원 어린이 8,000원
DDP 디자인 전시관
www.mendi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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