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자연, 모두 자기답게 살아가는 나라
사람과 자연, 모두 자기답게 살아가는 나라
  • 글 사진·최광호 사진가
  • 승인 2011.0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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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최광호의 KOMSTA 동행기 | ④ 동티모르

▲ 콤스타 김지영 원장님이 엄마손을 잡고 온 꼬마를 진료중이다.

동티모르 하면 구스마호란 인물이 있는 나라, 오랜 종교전쟁으로 인도네시아로부터 분리된 가톨릭 국가가 먼저 떠오른다. 동티모르가 UN으로부터 독립을 인정받아 신생독립국가로 태어난 것은 구스마호란 인물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같은 곳, 같은 뿌리에서 새로운 줄기를 뻗어야했던 동티모르로 향했다.


▲ 콤스타 진료장면에서 빠질 수 없는 부황 뜨는 모습.
동티모르에 가기까지는 참으로 멀다. 서울에서 인천으로, 인천공항에서 인도네시아 발리를 거쳐 동티모르 딜리까지 가는데 꼬박 8시간이 걸린다. 더딘 시간의 틈새를 벌리며 달려간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참으로 순수하다. 사람들 중에서도 특히 아이들은 성경에 나오는 ‘어린아이 마음 같아야 천국에 갈수 있다’는 예수의 말처럼 천진난만하고 순진무구하다.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서도 깨끗함이 묻어난다. 그때의 순수함이 각인되어서일까. 나는 지금도 그곳에 가고 싶다. 깨끗하고 싱싱한, 살아있는 생명체를 사람들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곳이기에 좋다. 사람들 그 자체만으로 살아 있음을 전하던 그곳. 자원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동티모르에는 대신, 구스마호란 사람이 있었다. 

나는 동티모르가 두 번째다. 2005년 독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총성이 울렸던 그곳에서는 진료를 해도 끝없이 몰려드는 사람들, 게다가 각기 다른 인종들이 참으로 신기했다. 그곳은 인도네시아와 오스트리아, 그리고 뉴질랜드와 가까운 지형적 조건상 아프리카의 흑인부터 황인종, 백인들까지 다양한 인종들이 살고 있다.

▲ 오십견으로 콤스타를 찾은 어르신이 침술 치료를 받고선,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쳐든다.
원래 그곳은 순수한 아시아 원주민이 살던 곳이었는데, 포르투갈에게 오랫동안 점령당하며 백인들과 혼혈되어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스며들었다. 시간이 품은 힘 때문일까, 아픈 역사임에도 다양하게 오가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나쁘지 않다. 

그곳에 콤스타가 간 것이다. 침을 놓고 부황을 뜨고 피를 뽑거나 하면 신기하고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겁 없이 몸을 믿고 맡기며 따라오는 사람들. 그래서인지 무진장, 정말이지 끝도 없이 사람들이 모여들던 기억이 있는 곳이다. 2009년 다시 찾았을 때는 그와 다른 새로움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 콤스타 의료진들이 방문진료를 위해 접수를 받고 있다. 

처음 동티모르를 찾았을 때는 구스마호가 대통령이었다. 진료도 대통령 관저와 초등학교 등에서 했다. 초등학교에서 의료봉사를 할 때 구스마호 대통령 부부가 왔다. 경호원 없이 아주 조그마한 차를 타고 온 그들에게 나는 물었다. 지금 제일 마음 아픈 것이 무엇이냐고. “옛날 함께한 동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미안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옛 동지들은 글도 모르고 무식한 사람들이어서 정치를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시간이 될 때마다 그들을 찾아다닌다고 했다. “왜 경호원들을 안 데리고 혼자 왔느냐”고 묻자, “내가 국민들을 못 믿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웃었다. 진료를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김구 선생이 떠올랐다. 그가 꿈꾸는 나라, 그 꿈의 나라를 다시 만나면 꼭 물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2009년 두 번째 방문 때 구스마호를 우연히 다시 만났다. 바닷가에서 청소를 하다가. 동티모르는 매주 금요일이면 우리네의 새마을 운동처럼 내 집 앞 내가 청소하기 운동을 한다.  바닷가에서 우연히 만난 그는 총리로 변신해 있었다.

▲ 무사히 의료봉사를 마친 것을 기념해 모두 함께 사진을 찍었다.
아침에 깨어나 호텔에서 보이는 바닷가로 향한다. 사람들은 사람들대로 동물들은 동물대로 아침햇살을 즐긴다. 밤새 그물로 잡은 고기들을 가지고 나와 팔려는 사람들도 보인다. 사람과 동물이 같은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그렇게 함께 아침햇살을 만끽한다. 그러한 신선함으로 하루를 시작하다보면 보이는 사물도 그러하다. 진료하는 곳에서 아이들의 모습은 순수함이 가득하다. 웃으며 수줍어하며 입에 들어간 사탕을 서로 나누어 먹는 아이들, 고무줄 따먹기 딱지치기 하는 아이들. 그 마음을 나누고 싶어 메모장에 손을 대고 손 모양대로 웃고 즐기며 서로를 확인한다.  

동티모르는 어떤 나라?

공식명칭은 티모르공화국. 400년 동안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고, 후에는 인도네시아의 동티모르주로 편입된 아픔이 있는 나라다. 1999년 인도네시아에서 동티모르 합병을 철회하면서 2002년 비로소 독립해 동티모르 민주공화국으로 태어났다. 

포루투갈의 영향으로 인구의 90%가 무슬림인 인도네시아와 달리 가톨릭 신자가 90%가 넘는다. 언어도 다수 부족인 테튬족 언어와 포르투갈어를 사용한다. 때문에 지리적으로는 인도네시아 열도에 속해있지만 엄연히 다른 문화를 품은 ‘독립국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판테 마카사르, 바투가데, 마나투투, 투투일라 등 13개의 주로 구성되어 있다. 수도는 북부 해안가의 딜리다. 

사진가 최광호 | 1956년 강릉 출생. 고교시절 우연히 시작한 사진에 빠져 거의 모든 시간을 사진과 함께 해 온 사진가. “사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나는 사진이다”로 답하는 여전히 뜨거운, 청춘. 우연한 기회에 스리랑카, 몽골, 티벳, 우즈베키스탄 등 수십 차례에 걸친 <콤스타> 의료봉사에 동행하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숨 쉬며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풀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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