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자연스럽게…와인 맛에 익숙해지는 요령
천천히 자연스럽게…와인 맛에 익숙해지는 요령
  • 글 진정훈 소믈리에|사진제공 금양인터내셔널
  • 승인 2016.01.2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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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WINE

와인을 좋아하다보면 수학 문제 풀듯이 와인 맛을 빨리 터득하는 방법과 맛있는 와인을 고르는 요령을 알고 싶어 한다. 그러나 와인 맛을 통해 즐거움을 얻는 데 와인을 마시는 요령이나 특별한 시음 방법은 필요하지 않다. 음식 맛을 보듯이 과정 자체를 즐기면 된다. 좋은 음식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경험과 시간이 필요하다.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을 재료의 캐릭터를 알 정도로 먹어봐야 한다.

▲ 맛을 본다는 것은 혀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을 동원해 미식의 본능을 찾는 것이다.

▲ 코에서는 오직 향에 관련된 것을 느낄 수 있으며, 혀에서는 맛과 질감을 느낄 수 있다.

▲ 맛을 느낄 수 있는 잘못된 혀의 구조. 혀의 전체에서 단맛, 쓴맛 등을 느낄 수 있다는 이론이 신뢰를 얻고 있다.
와인이 외국 술이라서 낯설긴 하나, 와인 맛에 익숙해지기 위해 몇 가지를 제안해 보고 싶다. 향은 둘째 치고 혀에서 느끼는 맛에 욕심이 난다면 된장, 고추장을 일정 기간 끊어보자. 두 가지 양념은 아주 강한 맛을 내는 양념이다. 외국 사람들은 고추장 양념이 된 음식을 조금만 맛 봐도 참지 못한다.

와인뿐만 아니라 미각을 느낄 때 사용하는 감각기관은 혀와 코다. 시각은 간접적인 부분이니 제외하자. 우리나라 사람들은 혀와 코의 감각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딸기맛 우유가 있다고 치자. 딸기맛 우유에는 딸기 대신 딸기향이 첨가되어 있다. 딸기 향을 제외하고 마신다면, 혀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은 무엇일까. 뻔하다. 짠맛, 신맛, 쓴맛, 단맛의 스펙트럼일 것이다. 그럼 이 맛들의 스펙트럼을 얼마만큼 느낄 수 있을까. 혀의 감각이 무디지 않고 예민할수록 다르다.

된장, 고추장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때때로 소스 맛이 너무 강해서 우리의 혀가 어릴 적부터 철사장 단련하듯 단련되어 왔다. 최소한 남자들은 아주 매운 고추를 먹을 줄 알면 남자다움을 인정받는 문화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 단맛이 나면 대체적으로 맛있다라고 느낄 수 있지만, 단맛을 느껴야하는 음식에서 단맛의 스펙트럼이 넓게 느껴지면 좋은 단맛이다.
프랑스에서 유학 하던 시절, 프랑스 인들의 감각을 따라잡기 위해 된장, 고추장을 1년간 끊는 극단적인(?) 경험을 했다. 한국 사람으로서 너무 힘들었다. 한국에서 된장, 고추장을 1년간 안 먹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최소한 적게 먹어보고, 된장과 고추장이 들어가지 않은 좋은 재료의 요리를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재료의 신선함을 찾게 되는 동시에 와인 맛도 즐기게 될 것이다. 물론 향의 영역은 별도의 문제다.

소금, 간장도 비슷하다. 건강을 위해서 짜게 먹는 것을 피하라고 하는데, 미식도 마찬가지다. 짠맛의 강도를 강하게 하여 재료의 신선함을 가린다면 맛을 즐기는 재미가 없다. 와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의 스펙트럼은 일상의 요리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우리의 혀가 철사장에서 단련되지 않았다면 말이다.

명품은 디테일이 결정한다. 맛도 같은 이치다. 단맛이 난다고 싫어할 필요도 없고, 짠맛이 난다고 피할 필요도 없다. 혀에서 느끼는 맛의 스펙트럼이 넓게 펼쳐지면 미식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와인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혀에서 느끼는 맛들을 섬세하게 느끼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와인 맛에 익숙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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