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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버넌트’…극한까지 몰아붙이는 야심찬 뚝심
영화 ‘레버넌트’…극한까지 몰아붙이는 야심찬 뚝심
  • 김경선 기자
  • 승인 2016.01.2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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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촬영·연기 조화 오스카 노린다…죽음 극복한 휴 글래스의 4000km 생환 실화

남자는 절규했다. 비정한 동료가 하나뿐인 아들에게 칼을 꽂았을 때, 얼기설기 꿰맨 너덜너덜한 몸뚱일 비틀며 울부짖었다. ‘전부’였던 아들이 죽었을 때, 죽음의 문턱에 서있던 그는 다시 한 번 삶의 의지를 불태우며 ‘복수’를 결심했다.

▲ 처절한 생환기를 온몸으로 표현한 휴 글래스역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두고 호사가들은 오스카 수상을 점치고 있다.

영화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1800년대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처절한 복수극이자 목숨 같은 아들을 잃고 오로지 복수를 위해 혹독한 겨울숲에서 기어 나온 주인공의 처연한 생존기다. 그리하여 영화는 156분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이 흐르는 동안 ‘복수를 하느냐 마느냐’ 하는 단순한 궁금증 보다 주인공이 재생과 회귀를 거듭하며 ‘죽음에서 돌아오는 과정’을 더욱 흥미롭게 펼쳐놓는다.

영화의 배경은 1823년 미국 미주리주의 깊은 숲.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사냥꾼들의 길잡이로 모피회사에 고용되고, 원주민들과 피 튀기는 전쟁 끝에 10여 명의 동료를 챙겨 도망치듯 요새로 향한다. 회색곰의 습격을 받고 온 몸이 너덜너덜하게 찢긴 글래스는 동료들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구하지만 처참한 부상으로 살아나기 힘든 상황에 처한다. 숲의 혹독한 겨울은 그들을 한계상황으로 내몰았고, 결국 이기적인 동료 존 피츠제럴드(톰 하디)는 글래스의 아들을 죽이고, 그를 생매장한 채로 떠나버린다.

▲ 5년 여에 걸친 로케이션 끝에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야생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촬영지를 찾아냈다.

▲ 엠마누엘 루베즈키 촬영감독은 자연광과 횃불을 사용해 우울하고 음습한 시대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살려냈다.

초반부터 피가 튀고 살이 찢기는 살육의 현장이 펼쳐진다. 잔인한 장면에 취약한 기자가 온전히 두 눈으로 보기 힘든 장면들이 이어졌다. 다만 ‘잔혹함’을 위한 고어영화와는 다르다. 살기 위해 서로를 죽일 수밖에 없는 백인과 원주민의 살벌한 살육의 현장은 화려한 편집 대신 묵묵한 롱테이크 기법으로 ‘리얼리티’에 초점을 맞췄다.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리얼리티를 위해 무려 5년 동안 촬영 장소를 찾아 발품을 팔았다. 그리하여 야생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캐나다와 아르헨티나의 숲에서 완벽에 가깝게 1800년대의 미서부를 재현했다는 평가다. 특히 ‘트리 오브 라이프’, ‘그래비티’, ‘버드맨’ 등으로 거장 대열에 오른 엠마누엘 루베즈키 촬영감독은 인공조명을 사용하지 않고 오롯이 자연광과 횃불만을 사용해 음습하고 우울한 시대의 숨결과 살이 타는 듯한 추위, 죽음의 공포를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아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 속 광활한 숲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 비열한 현실주의자 존 피츠제럴드를 연기한 톰 하디 역시 강렬한 존재감으로 스크린을 압도했다.

▲ 영화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 포스터.
감독은 자연 앞에서 인간과 동물을 동일선상에 배치했다. 혹독한 추위와 눈폭풍에 위축되고, 강의 험한 물살에 무력하게 휩쓸리며, 굶주림 앞에서 원주민과 늑대와 함께 물소를 나눠먹으며 자연에 순응한다. 현대사회에서 자연(동물을 포함한)을 지배하려는 인간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믿기 힘들지만 이 이야기는 실화다. 실제로 휴 글래스는 회색곰에게 공격을 당하고도 4000km가 넘는 여정을 걸어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한고비 넘기면 또 한고비, 끊임없이 극한의 고통에 시달리는 휴 글래스의 여정을 따르다 보면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이 ‘진짜’라는 사실에 관객들의 공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삶의 모든 것을 잃었을 때 우리는 과연 누구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질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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