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의 숨결을 따라 시간 속을 거닐다
조선왕조의 숨결을 따라 시간 속을 거닐다
  • 이주희 기자|사진 양계탁·이두용 기자
  • 승인 2016.01.22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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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 가이드…서울 4대궁·종묘 즐기기

하늘 높이 치솟은 빌딩 숲,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들, 바삐 오가는 사람들. 서울은 빠른 속도로 숨 가쁘게 돌아가는 대도시다. 그 속에서 유난히 느릿느릿 시간이 흘러가는 곳이 있으니, 조선왕조 500년의 세월이 켜켜이 쌓여 있는 고궁이다. 서울에는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 등 조선시대의 궁궐 다섯 곳과 왕실의 사당인 종묘가 자리하고 있다. 궁 안으로 들어서면 복작복작 도시의 소란스러움은 달아나고 시간이 멈춘 듯 고즈넉한 풍경이 펼쳐진다. 가까이 있지만 무심히 스쳐갔던 그곳. 조선왕조의 숨결을 따라 고궁의 시간 속을 거닐어보자.

▲ 경복궁 정문 광화문.

조선의 으뜸 궁궐…경복궁

태조 4년(1395) 개성에서 한양으로 수도를 옮기면서 지어진 경복궁은 조선 최초의 궁궐이자 최고로 손꼽힌다. 임진왜란(1592) 때 불타 스러지고 일제강점기에는 대부분의 건축물이 강제 철거되는 등 숱한 시련을 겪었다. 다행스럽게도 1990년부터 복원이 시작되어 흥례문 일원이 복원되었고 왕과 왕비의 침전, 동궁, 건청궁, 태원전 일원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경복궁은 뒤로는 북악산, 앞으로는 넓은 육조거리가 펼쳐진 한양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신하들의 정무 시설, 생활공간, 휴식을 위한 후원 등이 조성돼 있으며, 조선을 대표하는 궁궐답게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외전과 내전 등 중심부는 대칭, 그 외에는 비대칭으로 배치되어 통일과 변화의 미를 고루 갖췄다는 평이다.

▲ 경복궁.

관람 TIP

궁궐 안이 워낙 넓기 때문에 꼼꼼히 훑어보려면 2시간 정도 여유를 갖는 게 좋다. 정문 광화문부터 시작해 근정전~사정전~강녕전~교태전을 따라서 보고 흠경각과 함원전~자경전~함화당과 집경당~향원정과 건청궁~집옥채~태원전~경회루~수정전과 궐내각사를 둘러보면 된다. 조선 궁궐의 위용을 엿볼 수 있는 수문장 교대의식과 광화문 파수의식도 볼거리. 수문장 교대의식은 오전 10시와 오후 2시, 광화문 파수의식은 오전 11시와 오후 1시 각각 1일 2회 치러진다. 3월과 4월, 7월, 9월에는 야간 특별관람을 실시하는데 예매 경쟁이 치열하니 원한다면 미리 선점할 것. 궁을 둘러본 뒤에는 같이 붙어 있는 국립고궁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에 가보는 것도 권한다.

가는 길 3호선 경복궁역 5번 출구 도보 5분,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 도보 10분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 161
문의 02-3700-3900 / www.royalpalace.go.kr 
입장료 성인 3,000원, 만 24세 이하 청소년 무료
관람시간 09:00~18:00 (6~8월 18:30까지, 11~2월 17:00까지) / 화요일 휴관

세계가 반한 우리 궁궐…창덕궁
조선시대 두 번째 궁궐, 창덕궁은 조선의 왕들이 가장 오랫동안 머무르며 사랑받은 곳이다. 태종 5년(1405) 조선왕조의 이궁으로 지어졌는데 임진왜란으로 모든 궁궐이 불에 타면서, 광해군 때 재건된 창덕궁이 300년 가까이 정궁 역할을 했다. 경복궁은 좌우대칭 반듯한 구조로 법궁의 위엄을 보여준다면, 창덕궁은 산자락을 따라 건물들이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아늑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

창덕궁의 정문은 돈화문으로 현재 남아있는 궁궐 정문으로는 가장 오래되었다. 국가의 중요 행사가 행해진 인정전, 대신들이 일하던 관청지역 궐내각사, 선정전, 희정당, 대조전, 낙선재 등 전각과 뒤편에 자리한 후원으로 구성된다. 조선 궁궐 가운데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창덕궁은 자연과의 조화로운 배치가 탁월하다는 점을 인정받아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 창덕궁.

관람 TIP

창덕궁의 백미는 다양한 수목과 정자, 누각, 연못이 어우러진 후원이다. 비경을 품고 있는 왕실의 정원으로 꼭 한 번쯤은 가볼 만하다. 정해진 시간에 따라 안내해설사와 동행해야 하는 제한관람으로 이뤄지며, 시간은 1시간 30분 가량 소요된다. 회차별 최대 관람인원은 100명으로 사전 인터넷 예약(50명), 당일 선착순 현장 판매(50명)로 운영된다. 인기가 높으므로 사전 예약은 서두르는 게 좋다. 당일 인터넷 예약은 불가. 봄·가을 열리는 달빛기행도 놓치지 말자. 은은한 달빛 속 고궁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가는 길 1·3·5호선 종로3가역 6번 출구 도보 10분, 3호선 안국역 3번 출구 도보 5분
주소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99
문의 02-762-9513 / www.cdg.go.kr
입장료 일반 관람 : 성인 3,000원, 만 24세 이하 무료 / 후원특별 관람 : 성인 8,000원, 만 18세 이하 2,500원
관람시간 09:00~18:00 (6~8월 18:30까지, 11~1월 17:30까지) / 월요일 휴관

전통과 근대가 어우러진…덕수궁
덕수궁은 본래 왕궁이 아니었다. 임진왜란 때 왕궁이 모두 불타 없어지자 월산대군의 저택을 선조의 임시거처로 삼은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광해군이 ‘경운궁’이라는 정식 궁호를 붙여주었고 조선왕조의 별궁으로 사용되었다. 1907년 순종에게 왕위를 물려준 고종이 거처하게 되면서 선왕의 덕과 장수를 기린다는 뜻으로 지금의 이름이 붙었다.

도심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덕수궁은 전통과 근대가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풍광이 일품이다. 전통 목조건물과 석조전과 정광헌, 중명전 등 서양식 건물이 한데 어우러져 그만의 운치를 빚어낸다. 국가 행사를 치르던 중화전, 고종황제의 생활공간 함녕전, 고종이 다과를 들고 음악을 감상하던 정자 정관헌 등이 있다.

▲ 덕수궁.

관람 TIP

경복궁·창덕궁·창경궁 등 야간개방 예매를 놓쳐 아쉽다면 덕수궁을 찾아보자. 서울 궁궐 중에서 유일하게 밤까지 문을 연다. 마지막 입장 시간은 저녁 8시, 퇴장은 9시까지. 석조전 서관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으로 활용되고 있으니, 고궁 산책 후 미술 감상을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덕수궁 미술관은 별도의 관람권을 구입해야 한다. 운치를 느낄 수 있는 덕수궁 돌담길도 빠뜨리지 말고 걸어볼 것.

가는 길 1·2호선 시청역 2번 출구 도보 1분
주소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99
문의 02-771-9951 / www.deoksugung.go.kr
입장료 성인 1,000원, 만 24세 이하 무료
관람시간 09:00~21:00 / 월요일 휴관

같이 둘러보면 좋은 곳

정동 전망대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13층에 있는 정동 전망대는 덕수궁과 정동 일대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 날씨가 좋으면 인왕산까지 감상할 수 있다. 한편에는 정동의 옛 모습을 볼 수 있는 사진이 전시돼 있으며 카페도 운영된다.

성공회성당
덕수궁과 태평로가 인접한 곳에 위치한 성공회성당은 서울에 현존하는 거의 유일한 로마네스크 건축물이다. 이국적이면서도 한국적인 느낌이 배어있는 이곳은 세계 건축가 100인이 뽑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에 선정되기도 했다.

▲ 정동전망대서 바라본 정동 일대 전경.
▲ 성공회성당 내부.

호젓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창경궁

창경궁은 성종이 정희왕후, 안순왕후, 소혜왕후 세 분의 대비를 모시기 위해 창건한 궁궐로, 창덕궁과 묶어 동궐이라 불리었다. 독립적인 궁궐이면서 창덕궁의 부족한 생활공간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했다. 일제강점기에 궁 대부분이 훼손되고 정원으로 격하되는 수모를 겪었으나 1983년부터 복원사업이 진행되어 어느 정도 옛 모습을 되찾았다.

주요 건축물로는 정문 홍화문과 정전 명정전, 왕의 생활공간 통명전, 접견 행사가 있던 함인정, 편전 문정전 등이 있다. 창경궁의 묘미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살린 소박한 멋이다. 다른 궁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곳곳에 숲과 산책로가 조성되어 호젓하게 여유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 창경궁.

관람 TIP

주요 전각들을 지나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연못이 있다. 춘당지에서는 화려한 빛깔의 원앙과 팔뚝만한 잉어가 한가롭게 노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느긋하게 앉아 보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될 것. 춘당지 에서 좀 더 들어가면 대온실이 나타난다. 유리로 지어진 한국 최초의 서양식 온실로 다양한 자생식물, 야생화 등이 전시되어 있다. 소나무 껍질이 새하얀 백송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

가는 길 4호선 헤화역 4번 출구 도보 10분
주소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185
문의 02-762-4868 / cgg.cha.go.kr  
입장료 성인 1,000원, 만 24세 이하 무료
관람시간 09:00~18:00 (6~8월 18:30까지, 11~1월 17:30까지) / 월요일 휴관

조선왕조의 넋이 잠들다…종묘
조선왕조 역대 왕과 왕비, 추존왕·왕비의 혼이 잠들어 있는 왕가의 유교사당. 태조 이성계는 한양으로 도읍을 옮기면서 경복궁과 함께 종묘를 세워 조상신을 섬겼다. 큰 위업을 달성한 왕과 왕비의 신주는 정전에, 추존왕이나 재위 기간이 짧은 왕과 왕비 신주는 영녕전에 모셨다. 정전에는 19실에 49위, 영녕전에는 16실에 34위, 공신당에는 83위의 신주가 모셔져 있다. 정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목조건축물인데 이는 신위가 늘어날 때마다 증축했기 때문.

종묘는 조선왕조의 유교적 전통인 왕실의 제례 문화를 보여주는 문화유산으로, 장엄하고도 절제된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다. 건축미와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도 등재되었다. 뒤이어 역대 왕들에게 제사를 올리는 종묘제례도 세계무형유산에 선정되었다.

▲ 종묘.

관람 TIP

평일에는 정해진 시간에 안내해설사와 함께하는 시간제관람만 가능하고 토요일,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만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1회 관람인원은 최대 300명이고 관람시간은 약 1시간이 소요된다.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하거나 현장에서 관람권을 구매하면 된다. 종묘 길 가운데 영혼이 오가는 신로가 있으니 밟지 않도록 주의할 것.

가는 길 1·3·5호선 종로3가역 도보 5분
주소 서울시 종로구 종로 157
문의 02-765-0195 / jm.cha.go.kr  
입장료 성인 1,000원, 만 24세 이하 무료
관람시간 시간제관람 09:20부터 16:20까지 / 자유관람(토요일,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 9:00~18:00 
              화요일 휴관

CHECK
▲ 서울 4대궁 및 종묘 통합관람권.
서울 4대궁 및 종묘 통합관람권
서울의 궁을 하나하나 톺아보고자 한다면 통합관람권으로 알뜰하게 이용하자. 이것 하나면 경복궁·창덕궁·덕수궁·창경궁 등 4대궁은 물론 종묘까지 모두 둘러볼 수 있다. 창덕궁 후원도 입장 가능.

관람권은 궁궐마다 각각 사용할 수 있고 구입 후 3개월 이내 방문하면 된다. 가격은 1만원이며 4대궁·종묘 매표소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이외에도 상시관람권, 점심시간 관람권, 시간제 관람권 등 다양한 종류의 특별권도 마련돼 있으니 눈여겨 볼 것.

CHECK
뭐든지 아는 만큼 보이는 법. 예사로 보아 넘길 만한 것도 안내해설사의 깊이 있는 설명이 더해지면 한층 이해가 쉽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4대궁과 종묘 모두 안내해설을 들을 수 있으니 일정을 확인하고 방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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