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러의 시대가 온다
트레일러의 시대가 온다
  • 서승범 차장|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6.01.18 17: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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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는 트레일러 시장, ‘왜’와 ‘어떻게’

트레일러 시장 변화, 예사롭지 않다
“변화는 당분간 이어질 것”…관계자들의 공통된 전망

▲ 독일 뒤셀도르프에서는 해마다 카라반 살롱이 열린다.

커다란 두 장의 사진을 보자. 1번 사진은 카라반의 나라 독일에서 매년 열리는 뒤셀도르프 카라반살롱의 모습이다. 카라반살롱은 29개국 590여 개 업체로 가장 많고 방문객 역시 20만 명을 넘기는 세계에서 가장 큰 카라반 전시회다. 무엇보다 올해로 54회를 맞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캠핑 트레일러 전시는 스포엑스나 캠핑페어 등의 전시회에서 한 섹션을 차지해 선보이는 정도다. 예전에 비해 캠핑장이나 도로에서 자주 눈에 띄는 건 사실이지만, 트레일러가 우리나라에 정착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이야기들도 심심찮게 들린다. 우리나라와 캠핑시장은 맞지 않는 것일까?

▲ 지난해 열린 달구지캠핑 연례 정기모임 모습.

2번 사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트레일러 동호회인 달구지캠핑의 연례 정기모임 모습이다. 지난해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2박3일에 걸쳐 경북 상주 성주봉자연휴양림에서 열렸다. 다양한 형태의 트레일러와 캠핑카 260여 대가 몰렸고, 모임에 참가한 회원 수는 천 명을 넘어섰다. 트레일러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초창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규모다. 그 뒤로 1년의 시간이 더 흘렀다. 그 사이 트레일러 시장은 빠르게 변화했다. 변화는 다양한 방향에서 서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변화의 속도 또한 빠르다. 아마도, 적어도 당분간은 이런 추세가 이어질 거라고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변화의 결과는 어떤가. 시장은 커졌고, 접근도 쉬워졌다. 소비자 입장에서 말하자면, 선택의 폭은 넓어졌고 진입 문턱은 낮아졌으며 즐기는 데 필요한 정보는 충분해졌다. 트레일러의 시대는 올 것인가. 변화의 이유와 과정을 살펴보면 알 수 있을까.

▲ 트레일러 캠핑은 어디서 자느냐가 아니라 어떤 경험을 하느냐의 문제다.

늘어난 시장만큼 낮아진 문턱
변화의 이유와 과정

보통 사람들에게 트레일러는 ‘비싸고 거추장스러운, 있으면 좋겠지만 돈 들여 사고 살 필요는 없는’ 아이템이었다. 비싼 가격대와 익숙하지 않은 트레일러 문화가 진입장벽을 높게 쳐놓았다. 알브이어RVer 가운데 처음부터 트레일러를 장만한 경우는 많지 않다. 오토캠핑을 즐기다가, 장비 수납 문제의 해결책으로 카고 트레일러를 장만하고, 장비를 올리고 내리는 게 불편해서 트레일러 중 가장 저렴한 폴딩 트레일러로 갔다가, 좁은 공간 혹은 여타의 이유로 하드탑 트레일러의 세계에 입문한다. 캠핑 시장이 팽창할 만큼 팽창해 여러 부작용도 나타나는 중이니 습관적인 오토캠핑 문화에서 이탈한 이들이 늘어나고 트레일러 캠핑을 즐기는 이들도 자연스럽게 많아졌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 트레일러 시장이 커지면서 작은 사이즈부터 초대형 사이즈까지 트레일러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공급은 수요를 따라간다. 찾는 이가 많으면 만들거나 들여오는 이들도 늘어나기 마련. 단순히 물량만 느는 게 아니라 종류도 다양해진다. 보다 많은 수요자들을 시장으로 유인하기 위해 입문용 제품과 럭셔리 제품들도 라인업에 추가되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가격은 많이 내려갔다. 2년 전과 대비했을 때 30~40% 정도 하락했다.

트레일러와 연결된 다양한 분야의 지원사격이 가세하면서 시장의 확대 속도는 한결 빨라졌다. 중고 트레일러를 팔고 새 트레일러로 옮겨 타는 사람을 위한 금융 프로그램은 나온 지 꽤 되었다. 최근에는 중고 트레일러를 사는 이들을 위한 금융 프로그램도 나왔다. 중고 매물이 늘어나고 그 종류도 다양해지면서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해 이를 찾는 수요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스카이라이프 아웃도어 등, 아웃도어에서 최적화된 상품과 서비스가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트레일러 면허도 올해 개선되면 훨씬 따기 쉬워질 전망이다.

물론 모든 게 다 긍정적이진 않다. 캠핑장에 들어가는 진입로가 경사가 졌거나 각도가 좁으면 트레일러가 지나기 힘들다. 이런 것들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변화는 전반적으로 봤을 때 긍정적이다. 덕분에 예전에는 40대 중반 이후가 트레일러 주된 소비층이었지만 이제는 30대 초중반까지 내려갔다. 예전과는 분명 달라졌다.

▲ 현재 트레일러 면허는 이런 초대형 트레일러로 따야 하지만 올해 캠핑 트레일러 면허가 신설될 예정이다.

이웃보다 가까운
블루버드 엔터프라이즈 서경클럽

12월 13일, 경기도의 한 트레일러 캠핑장. 12대 정도의 트레일러가 보기 좋게 나란히 주차되어 있었고 중앙에는 커다란 쉘터가 마련되어 있었다. 연통에선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살짝 열린 출입구와 환기구로는 밝은 목소리들이 새어 나왔다. 지난해를 정리하는 송년모임이었다. 모인 이들은 트레일러를 수입하는 블루버드 앤터프라이즈의 사용자 모임인 ‘블루버드 오너스 클럽’의 서울 경기 지역 회원들이었다. 블루버드 앤터프라이즈는 은색의 바디와 둥근 실루엣이 아름다운 에어스트림을 우리나라에 전개하고 있다. 에어스트림뿐 아니라 타버트, 바인스버그, 스타크래프트 등도 소개하고 있다.

서경클럽의 회원 수는 약 250여 명. 매년 봄에 정기모임을 하는데, 지난해 5월 자라섬에서 열린 정기모임에는 45팀 정도가 모였다고 한다. 수시로 번개 모임을 가지며 친목을 다지는데 이번 모임은 한 해를 그냥 마무리하기 아쉬워 가진 ‘송년번캠’. 사실 번개는 매주 열리는데 평균 10팀, 적어도 6팀은 모인다고 한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곁에서 가만 지켜보고 있으니,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어지간히 숙달되지 않은 이들이 모여 뭔가를 하면 우왕좌왕하거나 할 일을 조율하느라 시끄럽기 마련인데, 이들은 간간히 오가는 농담과 웃음소리만 들릴뿐, 모든 정리가 몸에 밴 듯 조용하고 자연스럽다. 2년 정도 수시로 모여 캠핑과 자연을 즐기는 가족 모임이 되었다 한다. 모이고 싶을 땐 한데 어울리고 때로는 가족끼리 훌쩍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고. 느슨하고 자유로우면서도 끈끈한 커뮤니티다.

서경클럽 운영자인 임상훈(닉네임 ‘후니’) 씨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모임으로 이끌고 싶다고 했다. “이제 그냥 커다란 하나의 가족 같아요. 다들 형님 동생 하면서 각자 할 일 알아서 하게 되더라고요. 사는 이야기도 나누고 어디 간다 하면 근처 트레일러 캠핑장이나 가 볼 곳, 맛집 같은 정보도 나누고….”

트레일러를 장만했다면 동호회에 가끔 참가해 친분도 쌓고 정보도 얻는 것이 현명하다. 트레일러로 여행할 만한 곳에 대한 정보와 트레일러 사용 및 관리 노하우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새로운 경험을 즐기세요”
블루버드 엔터프라이즈 서경클럽 운영진 임상훈(후니) 씨

임상훈 씨 역시 가족과 함께 송년번캠에 참가했다. 그는 경력 4년차의 알브이어다. 그는 스스로 “캠핑하다가 트레일러로 넘어오는 전형적인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캠핑을 하다보면 장비가 늘어나잖아요. 캠핑 갈 때마다 짐을 내리고 오면 또 집에 올리고… 귀찮단 말이죠. 아니 이젠 힘들더라고요. (웃음) 그럼 짐을 늘 쟁여놓을 방법을 찾게 되죠. 둘러보면 카고 트레일러만 눈에 들어와요. 저는 카고 단계를 생략하고 바로 폴딩 트레일러로 갔어요. 6개월 타니까 성에 안 차요. 그래도 집인데, 뭔가 조립하는 것보다는 튼튼한 걸 원하게 됩니다.

갑자기 커지면 부담스러우니까 제일 작은 걸 사요. 생활하다 보면 불편해요, 운전은 이미 익숙해졌고. 그럼 더 큰 걸로 옮겨타요. 저는 폴딩 6개월만에 하드탑으로 바꿨어요. 하드탑 탄 게 3년 조금 넘는데 이게 세 번째 모델입니다. 돌이켜보면 경험자들의 조언을 구하고 공부를 한 다음 한 방에 원하는 모델을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기자에게 ‘관심 있으면 한 방에 500급으로 가요. 그게 답이에요’라고 귀띔했다.

트레일러를 모는 이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무엇일까? “캠핑장에 정박되어 있는 트레일러를 이용하면 되지 않나? 한 대 살 돈이면 매주 간다고 해도 몇 년은 즐길 수 있을 텐데.” 임상훈 씨의 답은 간단하고 명확했다. “움직일 수 없다면 의미가 없어요.” 어디서 자느냐의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널찍하고 안락한 공간은 여행이나 아웃도어를 즐길 수 있는 밑바탕이지 그 자체로 목적은 아니니까. 장난을 무척 좋아할 것 같은 아들은 목요일쯤 되면 묻는다. “아빠 이번 주에는 어디 가요?” 장소가 정해지면 옷가방만 챙기면 된다.
트레일러 캠핑은 럭셔리하게 즐기는 캠핑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혹은 세계를 새롭게 만나는 거다.

<타버트> 로시니 480TD…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균형감 일품
많은 트레일러 브랜드가 그렇듯, 타버트 역시 브랜드를 만든 알프레도 타버트의 이름에서 유래된 브랜드다. 알프레도 타버트는 트레일러의 개척자라 불릴 만큼 독일 카라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일반적으로 타버트의 트레일러는 4~6명의 가족이 사용하기에 적합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바닥과 옆면의 벽이 두툼해서 안정적이고 단열효과도 뛰어나다. 바닥에는 7mm 합판과 35mm 폴리에스테르 폼, 5mm 하부 코팅 합판이 깔려 있고, 벽은 31mm로 두꺼운 편이다. 내부 환기구조도 뛰어나 열이 축적되지 않고 카라반 전체를 순환해 트레일러 내 온도의 차이가 거의 없는 편이다.

임상훈 씨가 즐기고 있는 모델은 로시니 480TD이다. 재밌는 건 모델명. 로시니는 ‘세비야의 이발사’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작곡가에서 따왔다. 타보트의 다른 라인업의 이름은 ‘다빈치’ , ‘비발디’ , ‘푸치니’ , ‘셀리니’다. 셀리니는 이탈리아의 조각가이자 문학가로 미켈란젤로의 제자였다고 한다. 사진에서 보듯, 타버트의 모델들은 화려하기보다 담백해서 모던한 느낌을 준다. 임상훈 씨는 클래식한 디자인에 튼튼한 내구성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약간 클래식한 느낌도 좋고, 안에 앉아서 보면 창문이 많아서 개방감이 무척 좋아요. 트레일러라는 게 무게에 민감하기 때문에 벽면이 무척 얇은 경우가 많아요. 이 녀석은 꽤 두툼해요. 한 4~5개월 정도 되었는데 아직은 불만이 없어요.”

480TD의 내부 길이는 516cm, 조금 전에 들었던 임상훈 씨의 귀띔에 대해 다시 물었다. “이 정도 사이즈는 되어야 한다는 건가요?” “한 단계가 오갈 때마다 60cm 정도 차이가 나요. 별 것 아닐 것 같지만 한 사람 앉을 자리고 좁아지는 거에요. 작지 않아요. 너무 커지면 가격도 가격이지만 운전할 때 신경이 많이 쓰여요. 회전구간도 그렇고 굴곡진 구간도 까다롭거든요. 450이나 500급이면 운전도 적응하기 쉽고 머물기에도 편안한 사이즈죠. 부족하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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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2017-11-07 02:53:51
주로 캠핑 장비업체 관계자들이 홍보차 꿀고다니거나 대여 한다거나등이지 실지로 오너가 직접 사서 끌고 다니는 사람은 드문 거로 알고 있는데 가격도 아직너무 고가에 주차할공간도 없고 중고로 되판다해도 아직 수요가 그렇게 많지않아 글세 아직은 이런고가의 캠핑카가 어느정도 팔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