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따뜻한 남쪽 나라로…오키나와 PartⅠ
한겨울, 따뜻한 남쪽 나라로…오키나와 PartⅠ
  • 오대진 기자|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6.01.1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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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KE CAMPING DIARY ①나하~나키진 105km

지난 봄 국토종주로 시작한 자전거 캠핑이 가을 옷을 멋들어지게 입은 통영과 순천을 거쳐 초겨울 도심 속 한강자전거길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이제 한겨울. 자전거 라이딩이 불가한 날씨는 아니지만 춥다. 물론, 페달을 구르다보면 자연스레 몸이 덥혀지고 땀도 나지만 칼바람이 반갑지는 않다. 실내에서 롤러를 타며 겨울을 나는 라이더들이 늘고 있다. 아니면?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는 것도 방법. 그래서 떠났다. 오키나와로.

to 오키나와
‘아시아의 하와이’라는 수식어가 달갑지는 않다. 오키나와면 오키나와지, 무슨 아시아의 하와이. 뭐 기후와 환경이 비슷해 붙여진 거겠지. 여행의 마지막에는 ‘저스트 오키나와’로 기억되길. 아무튼, 한파에 흰 눈이 쏟아지는 서울을 뒤로 하고 약 2시간을 비행하니 여름나라 오키나와에 도착했다. 12월 평균기온이 20도 전후를 오가는 오키나와지만 요 며칠 날씨가 쌀쌀해져 따뜻한 옷을 챙겨야 한다는 오키나와 관광청 직원의 말에 도톰한 옷을 챙겼는데 이런…, 나하 공항을 빠져나오자 짐이 늘었다. 일정 내내 반바지 차림, 캠핑장에서도 매트리스 위에 탈의한 몸만 고스란히 뉘였다. 날씨, 딱 좋다.

▲ 흰 눈이 쏟아지는 서울을 떠나 도착한 남쪽 나라 오키나와.

▲ 아웃도어숍 네오스.

이번 여정에 함께한 오키나와 관광청의 세리캬쿠 마키에 씨는 성수기인 봄에서 가을 사이에는 일본 본토 사람들이, 12월에서 3월 사이에는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오키나와를 찾는단다. 공항 어딜 가나 가장 쉽게 눈에 띄는 중국 사람들보다 한국 사람들이 더 눈에 띄는 걸 보니 맞는 말인가보다.

또한 섬 전체에 새하얀 시멘트 집들이 유난히 반짝였는데, 이는 더운 기후와 많은 산호초에서 기인한 것이란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시멘트 산업이 발달하며 더 많아졌다. 오키나와의 아픈 역사는 뒤에서 다시 알아보자.

섬 전체가 관광지이지만 대중교통이 발달하지는 않았다. 지하철이 없고, 버스와 기차는 여느 관광지와 비교하면 많이 불편하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차량을 렌트해서 혹은 단체로 버스를 대절해서 섬을 둘러본다. 아, 우리? 두 다리 튼튼한 우리는 오늘도 페달을 구른다.

▲ 수산시장 파야오.

▲ 오키나와는 좌측통행.

기다란 섬 오키나와 그리고 좌측통행

오키나와(1,207km²)는 면적은 제주도(1,848km²)보다 작지만 남북으로 90km 이상 뻗어있어 둘레는 오히려 더 길다(오키나와 약 300km, 제주도 약 250km). 본섬의 가장 큰 도시인 나하 시는 섬 남쪽에 있다. 공항을 빠져나와 북쪽으로 코스를 잡는다. 우선 오키나와에서 발이 되어 줄 자전거를 세팅할 자전거 숍이 목적지.

일본 여행을 경험한 사람은 알겠지만 가장 생소한 것은 역시 통행 방향이다. 왼쪽으로 차량이 지나가는 것에 익숙해져 연신 힐끔거리지만, 행인과 가로수만 보일 뿐. 좌측통행은 쉽사리 몸에 와 닿지 않는다. 건널목이나 교차로에서는 더더욱. 10km 남짓 달려 자전거 숍에 도착. 아웃도어 숍 네오스NEOS는 오키나와에서 규모가 가장 큰 아웃도어 전문점이다. 카야킹, 캠핑, 트레킹, 라이딩 등에 필요한 장비를 대부분 갖추고 있다.

▲ 각종 과일과 야채를 구입할 수 있는 챤푸르.

아열대해양성 기후

점검을 마치고 이제 본격적인 오키나와 라이딩. 첫날 숙소는 오키나와 동쪽 해변에 있는 종합공원캠핑장. 약 15km 코스로 가볍게 몸을 덥히기에 적당하다. 몸이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많이 뜨끈뜨끈해진다. 요 며칠 쌀쌀해졌다는 날씨는 거짓부렁이었던 걸로. 평균기온 20도를 넘어 25도까지 치솟은 날씨에 땀이 옷을 적신다. 일정 마지막에 이야기를 나눠보니 현지인들은 20도를 오가는 날씨에도 쌀쌀함을 느낀단다. 따뜻한 기후에 집에서도 난방을 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더 춥게 느끼는 듯했다.

▲ 둘째 날 아침 첫 해변 라이딩의 배경은 태평양.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것과 마찬가지로 하얀 색으로 치장한 집과 건물들이 줄지어 이어진다. 그리고 도쿄나 오사카도 마찬가지겠지만 유난히 일본 회사의 소형차들이 많다. 중형 세단은 눈을 씻고 봐도 찾기가 힘들다. 중고차 업체들도 특히 많은데, 섬이다 보니 소금기 많은 바닷바람에 차량 부식이 빨리 일어나 교체 주기가 잦다는 것이 마키에 씨의 말이다. 그래서 저렴한 소형차가 더 많은 것일지도.

종합공원 근교에 있는 현지 시장 파야오와 챤푸르에서 사르르 녹는 참치 회와 향긋한 야채를 저녁 찬으로 구입하고 종합공원 내에 위치한 캠핑장에 도착한다. 텐트를 치고 참치 회를 막 입에 넣을 즈음, 갑자기 불길하다. 투둑투둑. ‘안되는데, 이번에는 안되는데’ 비가 내린다.

▲ 오키나와 종합공원 캠핑장의 아침.

오키나와 종합공원~류큐무라

다행히 밤사이 비가 그쳤다. 더 높고 파란 하늘에 ‘여기가 오키나와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아침. 산책 그리고 짐을 꾸리고 떠나기 전 태평양을 만난다. 모래사장은 산호초의 석회질로 유난히 고운 모래를 하얗게 반짝였고, 처음으로 마주한 오키나와의 바다 빛깔은 그리도 맑고 깨끗했던 제주도의 그것보다도 빛났다. 에메랄드빛은 그 자체로 메시지를 전했다. ‘오키나와에 온 것을 환영한다’

20km를 달리면 오키나와에서 가장 오키나와다운 곳을 만날 수 있다. 둘째 날 첫 번째 목적지는 류큐무라. 오키나와의 문화와 예능, 자연을 응축한 체험형 테마파크다. 건축된 지 100~200년이 지난 옛 민가들에서 옛 정취를, 촌민들이 연주하는 전통악기의 멜로디에서는 평안함까지 느낄 수 있다. 옛 오키나와로의 타임슬립 이후에는 ‘시사’ 문양그리기 체험에 나섰다. 시사는 제주도의 돌하르방과 같은 오키나와의 마스코트로, 지붕 위나 대문의 기둥 위에 버티고 서서 악마나 액을 쫓는 사자 형상이다. 학창시절 미술시간 이후 처음 붓을 들어 본 기자는 나름 집중, 칠 하나하나에 혼을 불어넣었지만, ‘미대 오빠’ 출신 사진기자에게 백기를 들었다. 사진기자 작품에 현지인들도 연신 “스고이!”를 외치며 감탄. 쳇…. 맞은편에 자리한 어린이들은 얼굴이며 손이며 할 것 없이 온통 물감을 묻히고도 연신 함박웃음. 어른아이 할 것 없이 금방 푹 빠져든 재미난 체험이다.

▲ 류큐무라에 도착.

▲ 오키나와의 옛 민가.

▲ 오키나와 전통 의상.
오키나와 최고의 해안 라이딩 코스

해안선을 따라 라이딩. 이번에는 오키나와 서해안, 동중국해. 역시 에메랄드빛이다. 아침보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태평양보다 더 멋스럽다. 날씨도 좋고 바람도 좋고 기분도 좋고, 자전거길도 좋다. 도로 갓길의 폭이 넓고, 유리 파편 등의 방해물이 없어 안전하고 쾌적한 라이딩을 즐겼다. 간혹 갓길 폭이 좁아지고 집채만 한 덤프트럭도 지나갔지만, 오키나와 사람들의 운전매너가 걱정을 붙들어멘다.

13km를 달려 만자모. 본섬 중부 해안가에 자리한 넓은 벌판이다. 1만 명이 앉아도 충분할 정도로 넓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제주도 섭지코지를 닮은 모습에 코끼리 모양을 한 단층과 기암의 모습이 다채로움을 준다. 투명한 바닷물에 비친 산호초 또한 볼거리.

만자모를 지나 다시 13km를 달리면 부세나 해중공원이 나온다. 아, 만자모~부세나 해중공원 구간은 오키나와 최고의 라이딩 코스였다. 부세나 해중공원은 부세나 곶에 위치한 리조트로 풍부한 산호초와 각양각색의 열대어를 해중전망대와 고래 모양의 글라스 보트를 통해 만날 수 있는 곳. 생선이라고는 고등어와 망둥어 등 식탁 위에 놓인 놈들만 봐온 기자는 난생 처음 마주한 파랑, 초록, 형광색 열대어가 마냥 신기했다. 몸으로 부딪히며 체험하는 여행을 선호하는 기자지만, 열대어를 본 후 괌이나 사이판, 하와이, 발리 등의 휴식형 관광지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PartⅡ.에서 스노클링과 SUP를 경험하고는 그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풀빌라에서 하루 종일 스노클링이나 즐기고 싶다’랄까.

▲ 시사 그리기 체험. 왼쪽 끝 시사는 사진 기자 작품.

▲ 다양한 모습의 오키나와 마스코트 시사.

▲ 태평양을 바라보고 폴짝.

가로수길과 석양

둘째 날 숙소는 우드페커 나키진. 부세나 해중공원에서 해안선을 따라 약 34km 거리. 가는 길에는 후쿠기 나무가 가득한, 오키나와 옛 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비세 후쿠기 가로수길이 있다. 한적한 비세 마을을 돌아본 뒤 후쿠기 길 끝에 다다르자 조그만 항구가 보인다. 뉘엿뉘엿 해가 지는 시각. 엇! 올 해 본 석양 중 가장 멋졌다. 물끄러미 바라만 보다가 문득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이 생각나 “그 바다 행성의 석양인데요?”라고 사진기자에게 말은 건넨다. 그만큼 이국적인, 그림 같은 풍경이었다.

숙소에 도착. 오늘의 숙소는 텐트가 아닌 럭셔리 트레일러다. 첫 날 이동의 피로와 이튿날 역시 105km를 달려와 피곤해진 몸에 단비 같은 소식. 널찍한 트레일러에는 더블사이즈 침대 2개와 화장실, 샤워실, 주방까지 갖추어져 있었다. 여기에 바다 전망 스파와 프라이빗 비치, 풀장, 카페, BBQ까지 즐길 수 있는 식당, 없는 게 없는 정박형 트레일러 리조트다. 인근 이자카야에 들러 저녁 식사와 함께 오키나와 전통공연을 즐기며 둘째 날 여정을 마무리. “오키나와, 생각했던 것 이상인데요?” , “그러게, 2시간 거리에 이런 색다른 풍경이 있을 줄 몰랐는데?”

▲ 갓길이 넓고 방해물이 없어 안전한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 에메랄드빛 해변을 따라 신나게 라이딩.

▲ 부세나 해중공원 해중전망대에서 바라 본 각종 열대어들.

▲ 코끼리 모양을 한 단층의 모습이 이채로운 만자모.

▲ 만자모는 흡사 제주도 섭지코지를 떠오르게 한다.

▲ 오키나와 옛 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비세 후쿠기 가로수길.

▲ 정박형 트레일러 리조트 우드페커 나키진의 전경.

▲ 후쿠기 길 끝에 다다르자 멋진 석양이 일행을 맞았다.

epilogue

사진기자의 말대로 기대 이상이었다. 여느 동남아 섬 같겠지, 거기서 거기겠지, 2시간 거리인데 뭐 다르겠어. 이런 생각을 안고 오키나와 행 비행기에 올랐다.
다녀온 후 묻는 내용이 한결같다. 뭐 해외여행이 다 그렇겠지만. “어땠어요? 가 볼만 해요?” 답은 간단하다. “가 볼만 합니다!” 인천에서 2시간 거리 이내에서 찾는다면 더더욱. 한 여름은 모르겠지만, 12월의 오키나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느끼기에 딱 좋은, 적당히 쾌적한 기후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라이딩도 좋았지만, 스노클링이나 카야킹, 서핑 등을 즐기기엔 말 할 것도 없다. 소개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지만, 더 흥미로운 내용은 PartⅡ.에서.

*취재 협조 오키나와 관광청, 이스타 항공|장비 지원 자이언트코리아, 툴레코리아, 알펜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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