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취미의 방
멀쩡한 직업을 가졌지만 멀쩡하지 않은 취미를 가진 네 남자. 캥거루나 악어 같은 특이한 음식재료로 요리하는 내과의사 아마노, 건담 프라모델과 코스튬 착용에 환장한 정신과 의사 카네다, 고서를 수집하며 오래된 종이 냄새에 흥분하는 세일즈맨 미즈사와, 취미 찾기가 취미인 화장품 회사 직원 도이.
네 남자가 은밀한 방 하나에 모여 그곳을 ‘취미의 방’이라 부른다. 취미의 방은 사생활을 캐묻지 않고 오직 서로의 취미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금녀의 방이다. 하지만 2주 전부터 나타나지 않던 다섯 번째 멤버 기노시타의 실종.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금녀의 방을 넘어온 여경 미카로 인해 취미의 방은 일순간 ‘의심의 방’이 되고 만다.
하지만 양날의 검처럼 일본 연극을 너무 그대로 옮겨온 나머지 정서적 공감을 얻기 힘든 부분도 보인다. 연극은 후반 ‘취미를 즐길 수 있는 마땅한 공간조차 없는 현대인의 슬픈 현실’이란 주제를 강요한다. 극을 통해 주제를 부각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조금 더 관객의 상상력을 믿었다면 어땠을까. 마지막에 오는 반전의 반전이라는 장치가 정해진 답을 조금 상쇄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극 후반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전개와 잃어버린 동심을 억지로 꺼내는 듯한 어색함을 떨치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국내 연극의 활성화에 앞장 서는 전통 있는 연극열전의 작품인 만큼 전체적으로 밸런스 높은 연극을 보고 싶다면 추천할 만하다. <취미의 방>은 몰입도 높은 연기력과 곳곳에 숨겨진 코믹 요소, 반전의 반전을 거듭해 마지막까지 의심을 놓을 수 없는 스토리, 무엇보다 남자들의 비밀스러운 취미의 방을 훔쳐보는 짜릿함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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