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함께 만드는 소량 생산 와인
가족이 함께 만드는 소량 생산 와인
  • 글 진정훈 소믈리에|사진제공 금양 인터내셔널
  • 승인 2015.12.3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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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WINE 와인을 잘 고르는 기준 2

와인의 보관 상태가 괜찮다는 것을 전제로, 어떤 포도를 사용하는지도 맛있는 와인을 고르는 기준이 된다. 포도의 품종을 말하는 게 아니다. 포도 품종의 개성은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다. 어떤 식으로 포도를 가꾸고 재배했는지가 중요하다.

▲ 정성을 들이면 포도송이 하나하나 수작업이 필요하다. 화이트 와인 품종인 샤르도네를 관찰하는 모습.

와인은 농산물 가공품 중 하나이기에 그 원재료가 되는 포도의 질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먹을 것이 부족하여 질 좋은 농산물을 술의 재료로 사용하기 어려웠으나, 프랑스 등 좋은 와인을 만드는 지역에서는 최고의 과실을 술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이 중에서도 소량 생산하는 포도로 만든 와인을 추천하고 싶다. 소량 생산하는 농산물은 리미티드 에디션(limited edition)의 마케팅적인 의미를 말하는 게 아니다. 와인 메이커가 정성을 쏟고 직접 관리하는 게 가능한, 실제로 적은 양을 뜻한다.

요리를 예로 들어보자. A라는 실력 있는 요리사가 있다. B라는 레스토랑에 가면 그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그러나 A가 커버할 수 있는 요리의 양은 정해져 있다. 레스토랑이 더 많은 돈을 벌고 싶다면 음식의 가격을 올리거나, 많은 음식을 팔아야 한다. 이 때 더 많은 음식을 팔아야 한다면 A는 혼자 만들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요리를 해야 한다. 과연 이렇게 무리해서 만든 요리를 먹고 A가 만든 맛있는 음식을 맛봤다고 할 수 있을까?

▲ 열심히 농사 지은 포도로 와인을 만들고 그 보람을 즐기는 건 와이너리 사람들의 특권이다. 라떼르 프로미즈 와이너리 사람들.

농작물인 포도를 만드는 것도 비슷한 원리이다. 와인 메이커가 원하는 최상의 포도를 만들기 위해 직접 포도를 재배하는 와이너리가 꽤 있다. 온갖 정성을 들이다보니 많은 양을 재배하기는 힘들다.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1인당 2~4헥타르 이상의 와이너리를 관리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1헥타르=약 3,000 평) 주말농장을 경험해봤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3평 이하 작은 땅에서 1~2시간만 일 해도 얼마나 힘든지를. 만약 와인메이커가 돈을 많이 벌기 위해 포도의 질보다 양을 생각한다면, 넓은 면적에서 손쉽게 수확하기 위해 많은 농약과 화학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당연히 양을 생각하는 농사 방법이기에 좋은 포도라고 말하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와인 메이커나 그의 가족이 와인을 만드는 경우에는 보통 와인 생산량의 1만 병에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국내에도 매우 소량의 와인만 수입 가능하고, 가격도 일반적인 와인에 비해서 조금 비싼 편이다. 그러나 퀄리티는 많이 다르다. 와인의 향과 맛은 복합적이고 섬세하며, 여운도 길게 남는다. 어떤 와인은 오크통을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과일향이 인상 깊다. 포도와 와인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성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런 와인들을 지속적으로 마실 수 있다면 미식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진다. 유럽에서는 저가의 와인을 물처럼 마시는 음료의 문화지만, 질 높은 와인은 매 끼니마다 마실 수 없는 미식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소량 생산하는 이러한 와인들은 유기농법인 와인, 비오디나미 와인, 내추럴 와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 농부 손위에 올라간 포도송이. 라떼르 프로미즈(La Terre Promise) 와이너리에서 기르는 자연주의 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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