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르게 읽는 세계명작
색다르게 읽는 세계명작
  • 류정민 기자|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5.12.2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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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BOOK

세상에는 수많은 명작이 있다. 어릴 때부터 여러 번 읽어 귀퉁이 낡은 동화책부터 나이를 먹어가며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된 책까지. 세계 명작들, 새로운 시선으로 읽어 보자.

책은 도끼다 - 박웅현
학교 다닐 때 이런 선생님이 좋았다. 달달 암기를 요구하는 것보다 주변의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스스로 관심을 갖게 만드는. 광고하는 사람으로 유명한 박웅현의 이야기 법이 그렇다.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강독회 현장에 와 있는 느낌이다. 김훈, 알랭드 보통, 밀란 쿤데라 그리고 고은까지. 시집부터 인문과학까지 각 분야의 책들을 다양한 이야기들과 엮어 흥미롭게 들려준다.

“내가 읽은 책들은 나의 도끼였다. 나의 얼어붙은 감성을 깨트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 도끼자국들은 내 머릿속에 선명한 흔적을 남겼다. 어찌 잊겠는가?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쩌렁쩌렁 울리던, 그 얼음이 깨지는 소리를. 시간이 흐르고 보니 얼음이 깨진 곳에 싹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느껴지지 않던 것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신록에 몸을 떨었고, 빗방울의 연주에 흥이 났다. 남들의 행동에 좀 더 관대해졌고, 늘어나는 주름살이 편안해졌다. 머릿속 도끼질의 흔적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내가 사랑한 첫 문장 - 윤성근
사람에게 첫인상이 중요하듯 책도 첫 문장이 중요하다. 매력적인 첫 문장에 이끌려 단숨에 책장을 넘긴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책이 너무 좋아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회사도 그만두고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운영하는 저자. 그가 뽑은 세계 문학의 명장면.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 ,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 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 등 23개 작품의 멋진 첫 문장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실었다.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는 바다 건너 프랑스에서 일어난 시민혁명을 소재로 ‘두 도시 이야기’를 씁니다.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참고할 만한 자료도 많지 않았던 그때, 디킨스는 역사에 길이 남는 멋진 첫 문장 하나로 승부를 가름합니다.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디킨스가 쓴 소설이 실린 잡지가 도착하는 날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마을 어귀까지 몰려나와서 우편물을 받아갔습니다.”

세계 명작 속에 숨어있는 과학 1,2 - 최원석
‘웃기는 과학 선생님’으로 알려진 저자가 들려주는 9편의 세계 명작 속에 숨겨져 있는 57가지의 신기한 과학 이야기. 머리카락으로 왕자를 들어 올린 라푼젤, 토네이도에 휩쓸려 오즈로 간 도로시, 100년 동안 깊은 잠에 빠진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실제로 가능할까? 책을 읽으며 떠올린 사소한 궁금증들을 속 시원히 풀어낸다.

“백설 공주는 핏빛의 붉은 입술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묘사된다. 왜 인간만 유독 붉은 입술을 가지고 있을까? 사람의 입술은 안쪽 면이 바깥으로 뒤집어져 있는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다. 입술의 피부조직은 몸의 피부와 달리 굉장히 얇아서 혈액의 색깔이 비치도록 되어 있다. 피의 붉은 기가 그대로 전달되는 것이다. 한때 영국에서는 붉은 색 입술에 매혹되어 잘못된 결혼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입술 화장을 법으로 금지하기도 했다.”

빨강 머리 앤 - 김서령 옮김,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좋아하는 작가가 번역한 빨강 머리 앤. 이 책에는 그 옛날 다이애나의 도시락 바구니 안에 들어있던 딸기 파이 대신 라즈베리 타르트가 들어있고, 파티에서 앤이 내놓는 딸기주스 대신 라즈베리 코디얼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원문 그대로의 번역된 책이 많이 나오고 있고, 번역가에 따라 책 분위기도 확연히 다르게 느껴진다.

“우리는 어느 시절 모두 앤이었다. 수다쟁이, 이야기쟁이였던 나도 앤이었다. 다이애나 배리와 루비 길리스, 제인 앤드루스를 앉혀 놓고 자신이 지어낸 갖가지 이야기들을 들려주던 앤처럼 나도 세 살 터울 여동생을 앉혀 놓고 하루 종일 내가 만든 이야기를 떠들어댔다.… 우리는 그렇게 모두 앤이었다. 그러니 그 아이를 사랑할 수밖에, 앤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날 수밖에.”

다시 동화를 읽는다면 - 고민정 외 16인
누구나 인생의 동화는 하나씩 있다. 서울도서관장 이용훈, 소설가 황경신, 아나운서 고민정, 라디오 피디 정혜윤 등 17명의 탐서가가 읽고 느낀 동화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키다리 아저씨’ , ‘15소년 표류기’ , ‘인어 공주’ , ‘크리스마스 캐럴’ 등 어렴풋이 기억나는 동화들을 이번 기회에 다시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안드레센의 동화에 빚진 게 더 많습니다. 최초의 아름다움, 최초의 윤리 같은 거죠. 엄지 공주가 누워 자던 호두 껍질 침대, 장미 이불, 제비꽃 담요, 그리고 또 벌거벗은 임금님이 입었던 거미줄로 짠 옷감. 이런 것은 제 누추한 머리로는 상상할 수가 없는 것이었죠. ‘인어 공주’를 읽지 않았다면 목숨 거는 사랑에 대해 몰랐을 테고 ‘미운 오리 새끼’를 읽지 않았다면 고생이 끝난 후에 찾아오는 기쁨에 대해서 한참 뒤에 알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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